지난달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노인 환자들을 돌보는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자주 찾아가 뵐 수 있도록 집 가까운 곳에 시설이 들어섰으면 하는 게 노인을 봉양하는 가정의 바람이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해 최근 부산지역 기초자치단체에는 주택가에 15명 이하의 인원을 수용하는 소규모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하려는 사회복지법인들의 건축허가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도 올 연말까지 노인요양시설을 117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지역의 노인요양시설은 59곳에 불과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소규모 노인요양시설을 주택가에 건립하려는 시도는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지역 주민들의 님비의식에 가로막혀 애로를 겪고 있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한 노인요양시설 예정부지에는 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아예 이불을 가져다 놓고 착공을 저지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처럼 극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시설을 건립하려는 사회복지법인 측은 건물 철거만 한 채 아직 부지 측량조차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경로당이나 어르신 쉼터라면 환영하지만 노인요양시설이라 매일 앰뷸런스가 오가고 잠도 못 잘 것 같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전세방을 빼려는 세입자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관계자는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집값 떨어진다며 노인요양시설 건립에 더 반대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언제 건강이 나빠져 노인요양시설을 필요로 할지 모르는데,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혀 노인요양시설을 혐오시설로 취급하니 안타깝다"며 씁쓰레해 했다. 현재 주민 반대로 건립이 난관에 부딪힌 노인요양시설은 수두룩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내 27곳에서 노인요양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주민 민원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부산의 노인 인구는 35만6000명으로 전체의 9.97%에 이른다. 고령화 사회(노인 비율 7% 이상)를 훌쩍 넘어 고령사회(14%)로 치닫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노인요양시설을 배척한다면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몰릴 수밖에 없다. 머지 않은 미래에 늙은 자신이 안주할 곳을 스스로 차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