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전달하지 못한 윤이상 공로패 /박창희

이제 우리가 나서 그의 상처 씻어줘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9-19 21:40:18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초가을의 문턱을 밟고 한 시민이 '낡은' 공로패 하나를 가지고 본사 편집국을 찾아왔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 산다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웬 공로패인가 했더니, 뜻하지 않게도 음악가 윤이상 선생에게 주는 상이었다. 상패 케이스는 빛이 바랬고 먼지가 보풀거렸다. 케이스를 열자 다시 뽀얀 먼지가 피어났다.

'특별 공로예술인상-윤이상(음악부문)

작곡가 고 윤이상 선생은 현대사회의 보편적 음악언어가 된 유럽음악에 우리의 정서를 용해시킨 작곡가로서 한계에 달한 유럽음악에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선생께서는 1995년 11월 3일 타국땅에서 영면하셨습니다. 이제 부끄러움과 후회스러움을 가눌 수 없는 심정으로 선생께 공로상을 드립니다. 1995년 12월 14일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변인식'

내막을 알아보니 이랬다. 윤이상 선생의 음악적 성취를 높이 평가해오던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는 1995년 11월 4일 그가 독일 베를린에서 작고하자 특별 공로예술인상을 주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받을 사람이 없었다.

베를린에 연락을 했으나 윤이상 선생의 유족은 조국에 올 수 없는 처지. 고심 끝에 부산에 있던 윤이상 선생의 친구 김점덕(성악가) 씨가 대리 수상한다. 상패를 보관하던 김 씨는 1997년 작고했다. 이를 보관해오던 가족들은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80) 여사가 고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문사에 들고와 전달을 희망한 것이다.

'받지 못한' 이 공로패는 윤이상에 대한 국내의 평가와 조명이 보류되었던 저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공로패를 주려던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윤이상은 '빨간색 리스트'에 갇혀 있었다. 그에게 상을 준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국내에서 '윤이상 귀환'이 논의되고 조명·평가작업이 이뤄진 것도 따져보면 얼마 안된다. 통영국제음악제가 태동한 것이 지난 2002년 3월이다. 그후 윤이상은 한 걸음 두 걸음씩 우리 곁으로 다가왔고, 급기야 부인 이수자 여사의 고국방문까지 성사됐다.

지난 10일 40년 만에 고국땅을 밟은 이수자 여사는 "눈부시게 발전한 고국이 낯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되도록 말을 아끼려 했다. 통영에 세워진 윤이상 선생의 동상에 그를 험담하는 낙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정말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윤이상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고 있다.

이수자 여사의 고국 방문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것이 윤이상의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한국 초연이다. 그 벅찬 무대가 20일 저녁 부산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

문익환 고은 박두진 백기완 등의 시에 곡을 붙인 이 작품은 1987년 평양에서 북한국립교향악단에 의해 처음 연주된 이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당시 남한에선 김일성 주석에게 헌정된 작품이란 말이 떠돌았다.

이 점을 상기하며 어떤 기자가 이 여사에게 물었다. "헌정된 게 맞느냐?" 이 여사는 조용히 대답했다. "당시 남한에는 군부 독재정치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공연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래서 평양 무대에 올렸는데 마침 그때 살아있던 (김일성) 주석이 참석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모릅니다."

20년 전의 일이다. 더 캐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윤이상과 이수자 여사가 고국땅을 밟고 있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분단을 아파하고 조국을 사랑한 윤이상, 그를 외면한 조국의 '남쪽'에 그의 칸타타가 울려 퍼진다는 것은 역사적 사건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냉전과 반목을 씻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수자 여사는 지금 '경계인'이다. 그에게 상처를 씻으라고 말하기보다, 우리가 다가가 그의 상처를 씻어줘야 하지 않을까. 이 여사는 부산이 고향이다. 부산엔 그의 음악적 지기(知己)들이 적지 않다. 피아니스트 제갈삼 선생이 그렇고, 고인이 된 금수현 김점덕 씨 등이 그렇다. 이들의 교분은 지역음악의 자산이다.

상처 속에 핀 음악이 상처를 씻는 감동을 그려본다. 오늘 저녁 부산문화회관은 분단의 상처를 씻는 눈물이 바다를 이뤄도 좋으리. 공연과 함께 이수자 여사가 챙겨가야 할 것이 있다.

12년 전에 준 특별 공로예술인 상패다. 윤이상 선생의 친구가 대신 받아 보관했다는 먼지 낀 그 상패 말이다. 문화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3. 3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4. 4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5. 5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6. 6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7. 7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8. 8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9. 9“‘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10. 10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5. 5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6. 6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7. 7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0. 10“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3. 3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4. 4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5. 5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난 짜장”
은정이라는 이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면전환용 대법원장 탄핵, 민심이반 부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규정 개선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