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후면 산모도 없고 산부인과 의사도 드문 시대가 될 것 같다. 이달 초에 대한병원협회가 발표한 '2007년도 전공의 전기 지원 현황'에서 산부인과 지원율이 49.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난 2005년 93.5%에서 2006년 59.9%를 기록, 3년 연속 미달사태를 보였다. 게다가 임용된 전공의들의 중도 포기율도 2005년 16%, 2006년 22.5%인 점을 감안하면 인력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피부과는 186.1%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성형외과 안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등도 모두 100%를 훨씬 웃돌았다. 전공의들의 이 같은 지원율은 이른바 돈벌이가 잘 되는 일부 진료과목만 선호해 생긴 기현상이다.
과거 산부인과는 의료계에서 메이저 과로 내·외과, 소아과와 더불어 전공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5~6년 사이에 마이너 과로 급전직하, 전공의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같은 기간 부산지역 산부인과 병·의원도 300개에서 147개로 절반 이하로 확 줄어든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여파로 지역의 4개 대학병원마저 두 곳에서만 겨우 1명(정원 2명)씩 전공의로 채울(?)수 있었다. 대학병원을 제외한 다른 전공의 수련병원에선 한 곳을 제외하고 아예 지원자조차 없었다.
전공의들의 진료과목 편중 현상은 일선 병원에서 오진이나 치료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의료계는 이런 현상에 대해 산부인과는 건강보험 수가가 낮으면서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은 것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전공의 부족은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과 수련 기회 부족으로 이어져 전문의가 된 뒤에도 의료사고와 그에 따른 분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현실적으로 전공의가 장래 벌이가 좋은 진료과에 몰리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면서 "전공의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저평가된 산부인과 관련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낮은 분만 및 제왕절개수술의 수가뿐 아니라 산전 진료 수가도 올려야 한다는 것.
또 분만수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고 분만 진통 과정이 항상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만 진통 집중관리료와 같은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일본 등 몇몇 나라에서 분만과 제왕절개수술 등에 따른 고위험부담료(high risk pee)를 이미 보험수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현재 산부인과에서 빈번하게 냉, 대하 등을 치료하는 질강 처치도 건강보험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특히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와 함께 저출산 대책 등 전반적인 산부인과 육성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출산 과정에서 생긴 임산부와 신생아의 후유증을 의사 개인이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건강보험 재정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지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산부인과 지원 기피는 머지않은 시기에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이런 위험 요소는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 저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의 산부인과 보험수가 현실화와 의료사고 대처 등 전향적인 산부인과 지원책이 따른다면 균형있는 의료계 발전과 저출산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가뜩이나 어려운 건강보험 재정상 실행에 옮기기 어렵고 그 부담 또한 국민들이 떠안아야 해 이 문제는 좀처럼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