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성공 개최 1년을 기념하는 불꽃축제가 지난 10일 화려하게 펼쳐졌다. 장대한 광안대교를 무대로 한 장쾌하고 화려한 불꽃축제는 시민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목좋은 광안리 해변은 오후 4시부터 점령당했고, 해운대, 황령산 등지에도 해가 저물면서 불꽃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붐볐다. 이날 불꽃축제 구경 인파는 물경 110만 명(부산시 추산, 광안리 80만, 기타지역 30만 명)이었다.
이쯤 되자 부산시는 신이 나 불꽃축제를 정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 관광 브랜드의 하나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시가 의뢰한 A대학 연구소의 조사 결과가 뒷받침됐다. 당일 불꽃축제를 구경하는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86%가 매년 개최를 희망했고, 내년에도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88%를 차지했으며 구경 인파 중 부산 외 지역 사람이 24%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불꽃축제의 경제 유발효과가 231억 원이라고 전망했다. 불꽃축제는 화려한 모습처럼 관광산업적 측면에서도 장밋빛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광안리 앞바다에서 불꽃축제가 한창 펼쳐진 당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지하철 부산대학앞 역 아래 온천천변. 부산비엔날레 행사의 하나로 설치작가 김성연 씨의 '불꽃놀이'가 온천천을 배경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한 발의 불꽃을 신호탄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광안대교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화려한 불꽃놀이가 광안대교의 폭파 장면을 연상시키는가 싶더니 총소리, 대포 소리의 배경음악이 전장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꽃 같은 불꽃이 시간을 거슬러 한 점으로 수렴되면서 어느덧 음향은 멎고 고단한 삶들이 부대끼는 동구 수정동 산복도로 풍경이 희미하게 배경으로 깔린다. 마침내 광안대교가 위에서부터 삭제되고 화면은 푸른 바다로 가득 찬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도외시한, 허무하기 짝이 없는 불꽃놀이의 향락성과 낭비성 그리고 몰문화성을 비판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에 대해 '특정인의 시각'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부산비엔날레 초청작일 뿐 아니라 지난 9월 김해국제영상전에도 초대되어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좋은 예술작품은, 굳이 하이데거의 예술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삶의 진실을 담보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진실과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불꽃축제의 낭비성과 몰문화성은 현재 부산시의 문화예산과 비교하면 극명해진다. 시가 올해 기초예술과 문학 분야에 지원하는 창작지원금은 무대예술지원금 8억 원(시비 4억, 국비 4억 원)과 문예진흥기금 10억 원 등 총 18억 원이 전부이다. 이 돈이 한 해 '부산문화'를 생산하는 부산의 문화인(단체)에게 지원되는 예산의 전부인 것이다. 그런데 불꽃축제 예산을 보자. 올해 불꽃축제에 소요된 비용은 12억2000만 원, 지난해엔 15억7000만 원이 들어갔다. 그것도 단 45분의 놀이에.
불꽃축제 구경인파 중 타지인 24%에 근거한 경제유발효과 231억 원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불꽃축제가 아니라도 부산시내에는 외지인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인데도 불구하고 불꽃축제가 외지인을 모두 끌어들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이다. 또 수시간 동안의 교통 통제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와 시민 불편을 계량화한다면 경제유발효과는 오히려 적색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시의 문화정책이 향락적이고 찰나적인 볼거리 위주로 흐를 때 건강하고 창조적인 문화도시 부산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꽃축제에 대해 참을 수 없는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