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안풍 사건'의 당사자인 강삼재 전 의원이 예고없이 경남 마산시청 브리핑룸을 방문, '김태호 경남도지사 때리기'를 시도했다. 강 전 의원은 "한 언론에서 조사한 직무평가 결과, 경남도가 현재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제주도 다음으로 점수가 가장 낮았다. 도지사는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김 지사의 도정수행능력을 깎아내렸다. 그는 나아가 "경남도에는 도지사가 두명, 세명 있으며 수렴청정·섭정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말로 김 지사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김 지사를 한껏 때린 강 전 의원은 마침내 5·31 경남도지사 후보 공천과 관련된 본론인 듯한 말을 했다. "도지사 공천은 도당위원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당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5선의원 출신이 희생해 (안풍 사건)재판에서 무죄를 받아 당을 구한 만큼, 중앙당은 나에게 빚을 지고 있다."
도정에 대한 강 전 의원의 이같은 비판은 공감을 얻는 부분도 적지 않다. 김 지사가 실현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전시성 프로젝트, 로드맵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 전 의원이 한참 후배 정치인인 김 지사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숯이 검정 나무라는 격'이라고 할까, 자신의 큰 허물은 생각지 않고 상대방의 작은 잘못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천 요구'와 다름없는 강 전 의원의 자신에 찬 이날 발언은 지난해 10월 '안풍 사건'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데서 나온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무죄를 받아 한나라당의 '국고횡령(안기부 자금을 선거자금으로 전용)' 혐의를 벗기고, 당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런 마당에 2003년 9월 1심 유죄 판결 직후의 의원직 사퇴 및 정계은퇴 선언은 먼 과거의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안풍 사건과 관련, 아직도 성찰이 요구되는 정치인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우선 그는 범법자다. 안기부 자금의 불법 전용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지만, 돈세탁의 대가로 금융기관 직원에게 1억6700만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가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원심이 유지됐다.
게다가 강 전 의원은 안풍사건의 본질과 실체적 진실에 대해 역사와 국민 앞에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는 신한국당(현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1000억원대의 안기부(현 국정원) 자금을 1996년 제15대 총선 등에 썼다는 내용의 안풍 사건 당사자이다. 비록 대법원은 "그 돈은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 김영삼(YS)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으며 출처는 모른다"는 강 전 의원의 법정진술을 받아들여 국고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그가 천문학적인 돈을 받아 선거에 사용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즉, 강 전 의원이 주군으로 모신 YS가 안기부의 심복을 통해 엄청난 액수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그 돈을 당에 전달해 금권선거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결국 안풍 사건은 국고횡령 사건은 아니라 하더라도 강 전 의원의 법정진술대로라면 통치권자의 부정축재 또는 조세포탈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경우나 형사처벌 대상이며 그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아직 3년 가량 남아 있다.
YS는 강 전 의원의 이같은 진술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의 실체적 진실은 우리의 정치역사 발전을 위해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강 전 의원은 이를 외면해선 안된다.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 YS가 준 돈'이라는 법정진술에 대해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
강 전 의원은 비록 안풍 사건에 대해 무죄를 받았고,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했을망정 과거 금권선거의 상징으로 오버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가 후배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중앙당에 공천을 요구하기에 앞서 금권선거에 대한 자성과 이의 청산 노력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전 의원은 정치복귀를 위해 경남도지사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마산갑) 출마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말처럼 '뒷방 늙은이가 되기엔 너무 젊은 나이'인 것만은 분명하나, 정치재개에 급급하기보다는 역사의식이 무뎌지지 않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사회2부장 pin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