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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밥 피어스의 눈물과 기도 /송문석

기부선진국 도약엔 시민·학생들이 한두 푼 모은 동전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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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집으로 배달돼 온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 소식지의 표지사진은 아픈 과거를 되새기게 했다. 남루한 옷차림에 열 살 안팎의 두 소년과 백안의 중년 남자가 어느 천막촌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두 소년 모두 다리 하나씩을 잃었는데 밑단을 접어올린 바지가 헐렁거리는 걸로 봐서 무릎 위까지 잘린 듯했다. 공교롭게도 소년들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잃어 목발을 짚고 있는 몸이 서로 반대쪽으로 기우뚱 기울었다. 중년의 남자는 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안타까운 눈빛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사진 속 주인공의 사연이 궁금하던 차에 한국 월드비전 60년사를 보니 이들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형제란다. 그리고 형제는 후원자가 준 신발 한 켤레를 한 짝씩 나눠 신었다는 거다. 백안의 군복차림의 중년남자는 월드비전의 설립자 밥 피어스 목사다.

# 밥 피어스는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전쟁고아와 미망인 등이 발생하자 국제기구인 '월드비전'을 창설한다. 그리고 종군기자로 한국에 입국해 피비린내 나는 전선을 찾아다니며 '안식년의 사자' '38선' '화염' '휴가병의 죽음' 등의 기록영화를 제작해 한국전쟁의 참상을 미국민들에게 알리고 긴급구호를 호소한다. 부산 서대신동에 설립된 부산다비다모자원은 한국전쟁 미망인들을 돕기 위해 이렇게 해외 후원자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최초의 모자보호시설이다. 교사였던 남편이 북한의 보안대원에게 총살당해 월드비전 최초의 결연가정이 된 백옥현 씨와 네 명의 딸들 역시 부산다비다모자원에서 희망의 싹을 다시 틔워나갔다. 현재 네 딸은 소아과 의사와 교사로 성장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있다면 나의 마음도 같이 아프게 하소서." 피어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간절하게 올린 기도다.

# 월드비전이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한국 전쟁고아 8명으로 시작한 아동결연은 현재 전 세계 350만 명으로 늘었다. 한국 월드비전은 국내 4만여 명의 아동을 비롯해 전 세계 47개국 40만 명의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 전 세계 파트너십 국가 100개국 중에서 기부를 받던 나라에서 기부를 해주는 나라로 바뀐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4번째로 국외 원조를 많이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한국전쟁의 참상과 폐허 속에서 태어난 월드비전의 따뜻한 손길을 받아 아픔을 달랬던 우리가 이제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어려운 나라의 어린이와 가정을 돕게 된 것이다.

# 한국이 기부 선진국으로 도약한 데는 거액의 돈을 뭉텅 내놓는 거부들의 기부금보다는 시민들과 초·중·고 학생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동전의 힘이 컸다. 1991년부터 시작한 사랑의 빵 저금통은 2010년까지 모두 2900만 개가 모여 초등생 주먹만한 저금통을 한 줄로 세워놓으면 서울과 부산을 두 번 오갈 수 있다. 월드비전 부산지부와 국제신문이 함께 6년째 벌인 '사랑은 희망으로-동전나누기' 캠페인은 모두 9억 원을 모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올해만 해도 부산시내 초·중학교 127개교 7만8637명의 학생들이 사랑의 빵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모두 1억3200만 원을 조성했다. 부산의 학생들이 모은 돈으로 방글라데시 푸바달라에 올 초 '부산희망학교 1호'를 세워 소수민족인 가로족 어린이들이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올해 모은 동전으로는 다시 인근에 '부산희망학교 2호'를 세울 계획이다. 기부의 물결은 경이로운 결과를 낳는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팔순의 할머니가 "더 늦기 전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아껴 모은 돈 3600만 원을 내놓았단다.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순자 희망학교'란 세 번째 학교가 태어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 한국에서 흘린 피어스 목사의 눈물과 기도는 종교와 인종, 지역을 떠나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거기에는 김혜자 한비야 같은 유명인사들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수많은 후원자들의 사랑이 보태졌다. 마침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부산시청 야외광장에서는 '사랑의 동전밭 나눔축제'가 벌어진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랍과 저금통에 갇혀 있는 동전을 들고 와 동전밭에 던지며 100원의 기적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 나눔은 즐겁다, 나눔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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