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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김성근과 로이스터 /염창현

혹독한 훈련으로 우승 이끈 '야신'

3년연속 준PO 그친 로이스터 자율야구

누구 방식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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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지난 19일 SK의 4연승으로 막을 내렸다. 연고 구단인 롯데가 이 잔치의 주인공이 아닌 이상 누가 최후의 승자가 돼 왕관을 쓸까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했다. 그냥 편하게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더니 승패를 떠나 야구가 주는 아기자기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근데 한국시리즈가 진행될 때는 갈수록 감탄이 절로 나왔다. SK 사령탑 김성근 감독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경기의 흐름을 읽고, 또 그에 맞춰 전술과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과장을 보탠다면 김 감독의 지략은 상대팀인 삼성의 선동렬 감독보다 두 서너 수 앞섰다. 김 감독이 '야신(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이유를 그제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무릇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감독의 힘은 지대하다. 사령탑 한 사람이 바뀜으로 인해 팀 전체의 색깔과 능력이 달라지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도 그랬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허정무 감독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프로배구에서는 현대캐피탈이 김호철 감독을 영입하고부터 그때까지 난공불락이던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이후 배구판에는 현대와 삼성의 양강구도가 뿌리내리면서 보다 많은 관중들을 경기장으로 끌어 들일 수 있었다. 프로농구의 부산 KT 역시 '우승 청부사' 전창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만년 하위팀의 오명에서 벗어났다. 덩달아 홈구장을 찾는 팬들도 늘어나 한 때는 1만 명 이상이 운집한 적도 있었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는 김 감독의 야구를 폄훼하는 사람도 있다. 재미가 없다느니, 지루하다느니, 1승에 지나치게 목을 맨다느니 등의 비판이 SK 야구에는 늘 따라다닌다. 선수들을 아주 혹사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김 감독은 SK 선수들을 무자비하다고 할 만큼 훈련장으로 내몬다. 경기가 끝난 후 곧바로 특별훈련을 하는 것은 SK 선수들에게는 일상사다.

반면 김 감독의 야구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앞서고 있더라도 상대팀 예우 차원에서 느슨하게 경기를 했다가는 언제 결과가 뒤집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팬들에게 재미를 주는 야구도 중요하지만 그게 패배에 대한 변명은 결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김 감독과 대척점에 있는 이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다. 미국식 자율야구를 추구하는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싫어했다. 연습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만큼 훈련시간도 짧았다. 감독 스스로도 자신의 휴가 등 재충전에 필요한 일들은 꼬박꼬박 챙겼다. 이런 이유로 한국 야구계의 정서를 모른다는 비판도 팽배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팬들이 많다. 2000년대 들어 바닥을 헤매던 롯데를 3년 연속 '가을잔치'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인물이 로이스터 감독인 까닭이다. 게다가 로이스터 감독은 자율야구를 통해 롯데 선수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며 화끈한 공격야구를 정착시켰다. 구단이 재계약 포기를 발표했을 때 선수들이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침통해 한 것도, 팬들이 연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내건 것도 로이스터 감독의 이런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의 처지는 지금 하늘과 땅 차이다. 김 감독은 승자로서의 감격을 누리고 있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쓸쓸히 야인으로 돌아갔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스포츠 세계에서 패자의 말은 변명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이런저런 능력이 있더라도 팀을 우승시키지 못한다면 감독으로서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사실 역시 자명하다. 김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 중 어느 쪽의 지도방식이 옳았는지는 누구도 평가하기 힘들다. 결과를 중시한다면 김 감독의 손을 들어줘야 하고, 과정을 생각한다면 로이스터 감독에게도 괜찮은 점수가 매겨질 수 있을 터다. 갑자기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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