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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대기업의 이름값 /박희봉

사회성 결여 기업, 존재가치 있겠나

슈퍼·학원 잠식, 자본전횡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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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가 한때 대선주조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 골드만삭스라니. 골드만삭스가 어떤 회사인가.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은행, 미국 정·재계에 인재를 공급하는 인재 사관학교, 임직원 평균 연봉 6만 달러, 매출 450억 달러에 순익 133억 달러. 게다가 브릭스(BRICs) 등 신조어를 양산하며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회사. 그런 대단한 회사가 고작해야 부산의 소주업체 인수전에 나선다니 의아할밖에.

재무적 투자자라…. 말하자면 회사의 미래엔 관심도 없고 이익만 챙기겠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롯데가의 모모 씨는 이 회사를 헐값에 사들인 뒤 거액을 챙겨 먹튀 논란을 빚기도 했으니 말이다. 향토기업 잘되라고 공장땅을 마련해 줬더니 그 이익을 외지인이 먹고 말았으니 부산사람의 분노가 치솟는 건 당연지사다.

이런 야단법석의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은 날개 없는 추락을 맛봐야 했다. 사회성을 잃은 기업이 어떻게 시장의 외면을 받는지 이 사례는 똑똑히 보여 주었다. 가치추락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투자자가 나선 걸 보면 아직 빼먹을 단물이 남았다는 이야기인 셈. 하기야 도심의 본사 땅은 알짜이니 부엉이라도 셈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나마 골드만삭스가 중도하차한 것은 다행이다. 사람, 돈, 이름 중에 이름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들의 경영원칙으로 봐도 그렇다.

골드만삭스가 이름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것은 곧 기업의 품격이 얼마나 중요하냐를 보여준다. 이익 창출이 기업의 생존에 긴요하지만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건 8할이 사회이니 사회에서 유리된 기업은 상상할 수도 없다. 한데 아직도 기업을 사유화하고 이윤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구시대 유물들이 허다한 게 현실이다.

현시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기업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면 과언일까. '최소 비용, 최대 이윤'에 대한 맹목적 추구는 결국 인건비 착취의 악순환을 낳았다. 대기업의 성장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보다는 하청기업을 쥐어짜는 원가절감으로 이뤄졌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비정규직의 양산을 불렀다.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노동가치를 추락시켰다.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는 '노동의 유연성'이 아니라 '자본의 광폭성'만 키웠을 뿐이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 법안이 추진되자 대기업들은 마구잡이로 SSM을 확장시켰다. 지난 4월 이후 모두 111개의 SSM이 추가로 들어서 집계된 것만 800개가 넘는다고 하니 대기업들은 염치도 체면도 없다.

최근에는 부산의 사교육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한다. 학원도 엄연히 서비스업이고 보면 대기업이 뛰어든다고 문제 될 게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나, 정규 교육도 아니고 국가적 난제인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에 대기업이 앞장서는 것은 그악스럽다. 대형마트와 SSM으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초토화하는 것도 모자라 시시콜콜한 중소자본의 영역까지 넘보아서는 대기업 이름이 아깝다.

이쯤에서 우리는 대자본의 광폭성을 제어할 방안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이라면 세계로 나아가 경쟁해야지 골목대장 노릇이나 해서야 되겠는가. 가뜩이나 대기업이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 없을 지경인데 이대로 가다간 중소 자본의 시장참여가 아예 봉쇄되고 만다. 직장은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장사를 하려 해도 대기업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면 국민들은 무얼 해서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사람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성공비결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눈사람을 굴릴 긴 언덕을 찾았을 뿐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도 그런 긴 언덕을 찾아낸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미래의 시장을 만든 개척자들인 셈이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기업을 성장시켰지만 그 이익을 사유화하지 않았다.

이들에게서 보듯 기업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에 속한 것이다. 개인의 이익에 집착하고 사회성이 배제된 기업은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우며 또한 오래 존속될 수도 없다. 기업인들의 각성과 함께 우리 사회의 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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