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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문화가족에 대한 선별적 복지 /이한숙

정부 보육료 지원 특별 배려는 또 다른 차별과 편견조장 아닌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13 19:43:4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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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 예산안의 제목은 '서민희망·미래대비 2011 예산안'이었다. 제목이 그런 만큼 예산안이 발표되자 당연히 내년도 복지예산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총예산 증가율은 5.7%인데 복지예산증가율은 그보다 높은 6.2%이므로 예산안이 무척 친서민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서민이 이 예산안에서 희망을 가질 여지는 별로 없는 듯하다.

복지예산의 최근 5년 평균 증가율은 6.2%보다 훨씬 높은 9.5%였다. 즉, 최근 수년간 중에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것이다. 더욱이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가구의 비율인 '절대빈곤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데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올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너무 엄격한 기준 때문이다. 그러니 내년도 정부의 복지비 예산 규모는 실제로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줄어든 꼴이다.

정부의 단순한 숫자놀음으로는 내년도 예산안의 복지지출 규모가 얼마나 빈약한지 감추기 어려웠지만 정부는 또 다른 대응논리도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이므로 이에 휩쓸리지 않고, 적은 예산을 선택된 과제에 집중적으로 쏟아서 확실히 해결하는 선별적 복지 원칙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선별적 복지를 그 대안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논리는 여러 면에서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혹시 부유층의 감세로 올해부터 줄어든 조세수입이 복지지출의 발목을 잡았는데, 선별적 복지 운운하는 엉뚱한 논리를 동원해 초점을 흐리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세계인권선언과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모든 인간은 인간답게 살 권리, 즉 인권을 가지며 이 인권은 사회복지라는 주요한 경로를 통해 구체적으로 현실화된다. 즉 복지와 인권 개념은 결코 분리할 수 없고, 인권이 그런 것만큼 사회복지도 당연히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평등성과 보편성을 띠고 있다. 예산제약 때문에 정부의 복지지출이 선별된 대상이나 특정한 과제에 집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복지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별적 복지정책은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다.

어쨌든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3대 핵심과제로 보육과 전문계 고교생, 다문화가족을 선정했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겉모양만 보기 좋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행태를 일컫는 말이라면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이 바로 그 예일 듯하다. 예산안대로라면 4인가구 기준 월 소득 450만 원 이하인 서민·중산층은 보육시설을 이용할 때 보육료를 전액 지원받게 되는데, 유독 다문화가족에 대해서만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보육료가 전액 지원된다. 일정 소득 이하의 가구를 지원하기로 했다면 대상이 되는 다문화가족을 특별히 배려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문화가족은 언어 제약 등으로 인해 공적 지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문화가족이기 때문에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보육료를 지원해야 할 근거는 없다. 이런 식의 선심성 정책은 오히려 다문화가족을 유별난 집단으로 유형화해서 또 다른 차별과 편견을 조장할 뿐 아니라 여타 저소득층과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게다가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가족'을 '출생 시부터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와 결혼이민자 혹은 귀화허가자로 이루어진 가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철저히 혈통주의에 입각한 정의에 따르면 외국인들만으로 이루어진 가족뿐 아니라 귀화를 통해 한국국적을 받은 이와 외국인이 이룬 가족조차 다문화가족이 아닌 것이다.

복지와 인권의 개념은 평등성과 보편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은 혈통주의에 입각한 다문화가족이 아니라 이주민 일반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지원은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약자이며 소수자일 가능성이 높은 이주민의 사회적 지위와 생활조건을 끌어올리는 것이 그 사회의 인권과 복지의 최저선을 끌어올리는 것과 통하기 때문에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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