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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키덜트의 나라 /이명원

부와 권력 대물리는 상류층의 행태

그 아이들이 자라 세상을 지배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05 20:08:3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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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로 보면 어른인데 하는 짓을 보면 꼭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을 일컫는 조어로 키덜트(kidult)라는 말이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세태를 보면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을 조합한 이 말의 세태를 실감하게 된다.

청문회를 지켜보다 보면 공직후보자들이 하나 같이 범하고 있는 범법사항이 '위장전입'이다. 거의 예외가 없는 이 항목을 비판하면 당사자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위법인 것은 알지만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하는 당사자들은 그들이 '공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식을 위한 이러한 행동을 부모됨의 인지상정으로 이해해 줄 것을 호소한다.

장관 후보자가 된 사람이 자식의 미국 국적 문제를 거론하자 그것은 딸의 선택이었기에 부모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또 얼마 전에는 자주 구설에 오르는 외교장관의 딸이 유일하게 외교부에 특채되자 특채될 만한 객관적인 능력이 있어서 그리된 게 아니냐는 외교부 인사의 발언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사실 그 딸은 이전부터 외교부의 인턴으로 일하면서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사실도 밝히면서. 당연히 이런 주장을 듣는 국민들은 그렇다면 그 인턴 채용 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유추를 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심각한 실업률을 생각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을 포함한 우리사회 상류층의 행태를 종합하면 그것은 모든 자녀의 키덜트화로 명명할 수 있다. 과거에도 문제가 되었지만 많은 수의 상류층 부모들은 출생부터 한국의 대기권을 벗어난 원정출산을 당연시한다. 일단 이중국적의 조건을 만든 후에 취학연령이 되면 과감하게 조기유학을 선택한다. 미국에서 대학을 곧바로 진학하면 다행이지만 혹 자녀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길 희망할 경우 특례전형으로 한국의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입사할 시점이 되면 이들 상류층은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권력과 연줄망을 활용하여 그들을 취업시킨다. 그런 가운데 자녀들은 부모의 직업을 되물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가령 일본의 경우처럼 어떤 장인정신의 발로라기보다는 부모들의 강렬한 출세지향성의 모방이거나 강제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이것으로 이들 키덜트들의 인생행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부와 권력의 강력한 화학적 결합인 결혼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만수산 드렁칡처럼 한국의 힘 있는 상류층들은 혼맥을 통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와 권력을 확대재생산해서 대물림한다. 설사 부모가 명백한 생애주기의 끝에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다고 할지라도 이 드렁칡 구조는 영속할 것이기에 그들은 열정적으로 키덜트를 후원하고 또 관리하는 것이다.

상류층들이 이 모양이다 보니 이러한 행태는 그 정도는 다르지만 마치 낙수효과처럼 이 사회의 모든 부모들의 불안을 촉진하고 '내 아이도 질 수는 없다'는 병적인 경쟁의식을 확산시킨다. 여름방학 때 서울 강남의 삼겹살 집에 가면 "아줌마 콜라 한 병이요" 하는 주문을 제외하고는 지들끼리 영어로 웃고 떠드는 청소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대학의 수시 특차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귀국한 조기유학생들이다.

영어의 액센트가 유독 튀는 까닭이겠지만 공공장소에서도 이런 청소년들의 거침없는 영어 사용은 귀를 거슬리게 한다. 마치 유럽의 궁정사회에서 제 나라의 말이 저열하다며 프랑스어를 썼던 귀족들처럼 이들에게 한국어는 수치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유럽의 귀족들조차 근대 이전까지는 제 자식을 일찍부터 먼 곳의 기사들에게 도제로 보냈었다. 이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세상의 거친 고통을 직접 체험하고 가족에의 의존성을 극복한 온전한 성인이 되기를 요구했다. 우리라고 해서 그런 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화랑 관창의 일화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전쟁에서의 치욕스러운 항복은 있을 수 없다며, 끝내 자기 아들 관창의 죽음을 거의 강제했던 부모라고 자식사랑이 없었을까.

키덜트화된 자녀들이 성장해 이 사회를 또다시 지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상 불쾌한 상상은 안 하는 게 좋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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