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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농담과 희롱 사이 /배유안

평생 상처인 성추행 잘못인줄 알고 하든 모르고 하든 진중한 대책 세워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30 21:00:0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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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 전체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곳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우리나라도 일부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추위와 더위에 어지간히 둔감한 나도 외출을 줄이거나 집을 나설 때는 모자보다 양산을 더 챙기게 되었다. 폭염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진대사를 어지럽히는 소리 없는 살인자이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기사를 꼼꼼히 챙겨 읽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그런데 신문에는 체감 더위를 한층 더 높여주는 기사가 연일 실리고 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놀랍게도 7월 들어 거의 매일이다. 한동안 아동 성폭행 범죄가 잔인해지고 심지어 학교까지 들어와서 충격을 주더니, 이제 학교 내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성희롱이 쏙쏙 고발되고 있다. 이렇게나 뻔뻔하게, 많이? 놀랐다가 아, 이제야 터져 나올 수 있는 형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동안 성희롱, 성추행이란 단어도 없던 시절, 선뜻 문제화할 수 없는 사회 정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범죄의 경계 밖에서 개인의 수치와 상처로 덮어졌을까? 교장이 학부형을 이런저런 빌미로 불러내서는 희롱을 하고, 교장이 여학생을 훈계하며 신체에 대한 언급 및 성적 언동으로 수치심을 주어 직위 해제에 구속 기소된 기사는 사실상 이제 이런 처벌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세상에 이만큼이라도 드러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학교에서는 여교사들 거의 전원이 일상적으로 성희롱을 일삼는 교장을 고발했다. 모 국회의원의 여대생 성희롱, 교장의 여교사 성희롱에 대한 당사자들의 변은 어처구니없다. '웃자고 하는 말이었지, 성희롱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면책을 위한 부인만이 아니라 정말 별로 문제 될 것 없는 농담이라는 생각이 남성들의 머리에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모 음대 교수가 학부형이 동석한 자리에서 제자를 성희롱할 정도면 아무리 개인적인 자질문제라 해도 희롱을 희롱이라 여기지 않는 인식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은 우리 모두가 진지하고 간절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동 청소년 문학에서 성폭행 문제를 다룬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성폭행, 성추행의 대상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작품에서 다루기가 여의하지 않은 탓이다. 최근 들어 이를 작품으로 공론화하려는 시도가 더러 있었다. 그중에서 작가의 두드러진 의식을 바탕으로 한 두 작품이 생각난다. 하나는 유치원 원장에게 같이 성추행을 당한 두 아이의 부모가 각기 다른 선택을 한 후 두 아이의 상처를 대비시킨 이야기로, 한쪽은 원장을 고발하여 다른 아이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하고 아이에게도 상처로 남지 않게 수습했고 또 한쪽은 알려서 득 될 게 없다며 덮고 떠나면서 아이에게도 절대로 그 일을 기억하지 말도록 억압했다. 훗날 중학생이 되어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계속해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받고 토론거리가 되고 있다. 또 하나는 고교생끼리의 성폭행 사건인데 남자애는 사귀던 여자친구와 깊은 사이가 되었다고 우쭐하며 수련회에서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수련회를 마친 후, 더 다정하게 지낼 것을 꿈꾸며 여자 친구를 찾아간 남자애는 황당하다. 여자애가 만나기를 거부한 것이다. 결국 여자애는 폭행을 당한 것이었는데, 싫다며 반항을 해도 여자는 원래 그런 척한다고 남자애는 생각했던 것이다. 남자아이들에게 만연해 있는 잘못된 상식을 작가가 예리하게 헤집었다.

성희롱이 늘 여자가 피해자인 것도 아니고 성적수치심이 여자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여교수로부터 수시로 성추행을 당한 남자대학생들이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고발한 사건도 최근의 일이고, 며칠 전에는 해병대 운전병이 상사인 대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해 그 수치심 때문에 자살 기도까지 하다가 끝내 진정서를 제출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폭염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라고 보는 쪽과 대기 흐름으로 인한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쪽 두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평생 정신적 육체적 상처가 되는 성추행은 잘못인 줄 알고 하는 쪽과 아닌 줄 알고 하는 쪽 둘 다 진중한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이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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