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국내외 영화·문화계 명사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상영회를 선보인다.

영화 ‘괴물’의 한 장면.

BIFF는 30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 프로그램 ‘까르뜨 블랑슈’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행사는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직접 선정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 해당 작품에 얽힌 기억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이다. BIFF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 주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와 매기 강, 배우 강동원, 소설가 은희경, 언론인 손석희 등이 참여한다. 봉준호 감독은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2000)를 추천작으로 선택했다. 2000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비극을 경험한 이들이 치유의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아오야마 신지 감독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주목받고 있는 매기 강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을 선정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여러 가지 분위기가 하나의 영화 속에 공존할 수 있다는 것과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배우 강동원은 본인의 출연작인 ‘전우치’(2009)를 선정했다. 고전 소설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조선시대 도사가 현대 서울에서 펼치는 유쾌한 활극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형 히어로무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설가 은희경은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을 추천했다.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지닌 복서 케이코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202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 부문에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다.

언론인 손석희는 시드니 로멧 감독의 ‘뜨거운 오후’(1975)를 선택했다. 무더운 여름날,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턴 두 인물의 이야기로, 범죄극의 긴장감과 함께 사회적 갈등과 인간 심리를 깊이 있게 담아낸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