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채색 동양화의 거장’ 박생광(1904~1985)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 전시가 있다. 부산에서 오롯이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전시는 2004년 부산시립미술관의 회고전 이후 20년 만이다.

박생광 1982년 작 ‘창과 무속’. 알앤씨 제공

부산 해운대 갤러리 알앤씨에서 오는 30일까지 선보이는 전시 ‘내고 박생광’에서는 그의 생애 마지막 8년 작품세계를 담은 그림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190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교토시립회화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광복을 맞은 1945년 귀국해 화풍을 정립해 갔다. 부산 경남을 근거지로 활동한 그는 1970년대 후반 단색화 위주 한국 화단에 채색화 물결을 일으키며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박생광은 생애 마지막 시기 수묵화에 강렬한 오방색을 얹은 기법을 펼쳐냈다. 용 호랑이 학 거북이 등 우리나라 전통사상과 상통하는 동물과 하회탈 등 한국 정서를 상징하는 사물을 재해석했는데, 작품 속 이들은 오방색을 입고 되살아난다. 불교와 무속도 작품세계를 관통한다. 온화한 표정의 부처, 연꽃에 둘러싸인 스님, 부채를 펼친 무당은 작품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뿜어낸다.

이 전시에서는 박래현(1920~1976)의 작품세계도 엿볼 수 있다. 박래현은 박생광과 더불어 동양화를 재해석해 현대 한국화 장르를 연 인물이다. 구상과 추상, 수묵과 채색을 넘나든 그는 미국 유학을 거치며 판화와 태피스트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전시되는 작품은 가로 세로 각각 2ｍ에 달하는 손뜨개 직조물에 하수구 마개를 활용한 철제 오브제를 얹은 태피스트리 2점으로, 당시 그의 조형적 실험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다양한 목가구도 배치했다. 해운대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목가구·도자기는 또 다른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