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형 작가지원 등 다양한 활동
- 몽골 등 해외작가 교류·초청전도

지난달 부산 지역 작가들에게 반가운 공모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공모에 선정되는 작가에게, 주최 측이 운영하는 공간의 대관료 전액 또는 절반을 지원한다는 것. 포스터·현수막 제작, 온라인 홍보는 덤. 시각예술은 물론이고 퍼포먼스, 무용 등 다원예술 작가에게까지 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9월 복합문화예술공간 머지(MERGE)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여 작가들이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머지 제공

이런 맞춤형 지원을 내건 곳은 부산 금정구에 자리잡은 복합문화예술공간 머지(MERGE). 실험적이고 비상업적인 예술을 시도하는, 그래서 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할 대안공간에서 작가 지원에 나선 배경이 궁금해졌다. 설 연휴 직전 만난 성백 대표는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게 돼 여러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개인전 지원은 2017년 개관에 즈음해 한 번 한 뒤로 처음이네요. 공공기관의 지원이 청년작가에 쏠리다 보니 오히려 허리를 담당하는 중견 작가 지원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이를 떠나, 다양한 작가들에게 문을 열어보자는 생각으로 공모를 진행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30여 명이 지원했습니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성백 머지 대표

머지도 ‘코로나 보릿고개’를 겪었다. 공간을 매개로 더 많은 예술인과 대중을 연결하겠다며 야심차게 문을 연지 3년 여만에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었다. 운영 동력이던 카페 매출이 ‘급감’이라는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었다. 지난해부터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문화 소비패턴은 이전과 달랐다. 아트페어나 대형전시 공간은 활황인 반면 소규모 대안공간을 찾는 발걸음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받은 지원은 ‘가뭄의 단비’이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인 셈이다.

머지는 우선 해외교류전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작가와 몽골 작가의 교류전이다. 부산에서는 노주련 박진경 이현주 최향자 이호철 작가가 나선다. 오는 4월 먼저 몽골에서 전시회를 열고, 5월 부산으로 올 계획이다. 성 대표는 “이전에도 해외 전시를 했지만 반응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은 해외 작가들이 오고 싶어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매달 해외 작가 한 명을 초청해 집중 조명하는 기회도 마련한다. 월간 ‘오픈 아츠 프로젝트(Open arts project)’로, 작가의 작품을 부산에서 선보이면서 지역 작가와의 협업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주변에 무용연습실이나 미술작업실이 곳곳에 있는데 초청 작가와 결이 맞는 작가를 매칭해 그 공간에서 작품을 발표하는 형태다. 성 대표는 “사적인 문화공간을 공적인 영역으로 끄집어내, 기관에서 받은 지원이 지역 전체로 분배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복합문화예술공간 머지에서 열린 부산국제행위예술제에서 러시아와 몽골 작가가 라이브 페인팅 작업을 하고 있다. 머지 제공

2020년부터 해 오던 한국 전위예술가 조망전도 한층 활성화한다. 주류와 동떨어져 주목받기 어려웠던 전위예술가들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올해는 지원금을 보태 전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가의 삶에도 관심을 쏟는다. 매년 해오던 예술인 레지던스도 꾸준히 진행한다. 좌충우돌 8년째 부산에서 대안공간을 운영해 본 성 대표는 예술이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시가 15분 도시를 만든다는데, 문화예술도 더 많이 포함되면 좋겠어요. 걸어서 15분 이내에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는 거죠. 어떤 전시에서 한 초등학생이 몇 번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보더니 결국 자기 용돈으로 그림 한 점을 사 가는걸 본 적이 있어요. 예술을 접하는 경험이 많아져야 일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