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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멘토와 청춘들 '마지막 컷'을 향해 열정을 합치다

태국서 열린 亞 영화인재 육성 'FLY ' 참관기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  입력 : 2013-11-27 19:34:5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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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2013에 참여한 아시아 각국의 젊은 영화인들이 지난 17일 태국 후아힌 해변에서 단편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 휴양도시로 알려진 후아힌은 지난해부터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신흥 영화도시이이기도 하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 WHO

- 아시아 14개국서 뽑힌 시네마 키즈 28명
- 한국과 태국 영화 거장
- 배창호·아사랏과 '팀' 결성

# WHAT

- 시나리오 공동 창작 뒤
- 촬영·편집 '불면의 밤'
- 짧지만 훈훈한 스토리
- 영화 2편 스크린 걸어

# NEXT

- "마술의 2주 … 미친 FLY"
- 청춘들, 영화의 길 다짐
- 행사 주도 부산영상위
- 사업 지속성 확보 고심

지난 24일 오후 태국 중부의 휴양 도시 후아힌의 최대 극장인 메가 시네플렉스. 아시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만든 2편의 10분짜리 단편영화 상영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 긴장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숨을 죽였다. 짧게는 2주, 길게는 3개월 동안 공들여 만든 결과물을 공개하는, 떨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윽고 명품 동화를 연상케하는 짧지만 훈훈한 스토리의 영화 2편 상영이 마무리되자 이들은 감격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신들의 멘토가 되어준 한국 및 태국 영화계의 거장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피부도,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이들은 영화를 매개로 하나가 되어 정열과 우정을 서로 나누었다. 아시아 14개국에서 온 28명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빛과 소리의 하모니가 감동의 울림으로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부산에서 잉태된 아시아 영화 새싹들의 외침이 후아힌에 울려 퍼졌다.

■영화를 위해 모인 56개 갈색 눈

   
FLY 2013의 A조 연출 지도를 맡은 배창호 감독과 조원들이 영화 촬영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의 정유원(22·경성대 4년), 한동균(23) 씨를 비롯한 아시아 14개국의 젊은이 28명이 태국 후아힌에서 지난 11일부터 24일까지 특강과 실습을 통해 영화를 한다는 것, 영화를 만든다는 것, 영화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소중한 경험의 시간을 가졌다. '2013 한-ASEAN 차세대 영화 인재 육성 사업((ASEAN-ROK Film Leaders Incubator, 이하 FLY 2013)'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17세부터 26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의 젊은이들은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촬영, 후반작업까지 함께 하며 영화로 하나되는 아시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FLY는 부산영상위원회(위원장 오석근)의 주도로 지난해 첫 발을 내딛은 초단기 영화 꿈나무 학교다. 지난해 제1회 프로젝트는 필리핀 다바오에서 열렸다. 이 프로젝트는 영화 관련 사업 기반과 환경이 열악한 아세안 회원국의 재능 있는 젊은 영화인을 발굴, 육성하기위해 마련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부산영상위가 외교부의 공모 절차를 거쳐 지원 사업으로 2년 연속 선정됐으며 대부분의 예산도 외교부가 운용하는 한-아세안 협력기금의 지원을 받는다.

올해는 공식적으로 부산영상위와 타일랜드필름오피스,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가 주최하고 한국 외교부와 ASEAN, 성암베넥스재단, 부산의 온라인 영화 유통기업인 (주)씨네폭스가 후원했다.

참가 학생 수와 국가도 늘었다. 지난해는 아세안 10개국(각 2명씩)에서 20명, 부산영상위 추천 한국 학생 2명 등 22명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비 아세안 국가인 대만 요르단 일본 학생 6명을 더해 14개국 28명으로 확대됐다. 피부색과 언어, 역사적 배경은 달랐지만 56개의 눈동자 만은 같은 갈색이었다.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동질성의 증거였다.

■배창호·아사랏…쟁쟁한 멘토들

   
B조 지도를 맡은 태국의 아딧야 아사랏 감독.
참가 학생들은 단순한 '헐리우드 키드'가 아니었다. 이들은 헐리우드 영화만을 바라보며 그것을 답습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과 스토리를 스크린에 그리려는 '아시안 필름 키드'들이었다. 그들을 위해 한국과 태국의 영화계 거장들이 강사진으로 나서 멘토 역할을 떠맡았다.

한국의 배창호(60) 감독과 태국의 떠오르는 젊은 감독 아딧야 아사랏(41)이 14명씩 A, B조로 나뉜 학생들의 연출 지도를 맡았다. 또 구재모 촬영감독과 태국의 라파차눙 코차팟삽 촬영감독이 촬영 지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와 '친구2' 등에서 편집을 담당한 박광일 씨가 편집 지도, 김준석 음악감독이 음악 및 사운드 지도를 담당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살인의 추억' 등 숱한 히트작을 제작한 차승재 전 싸이더스 FNH 대표는 특강을 맡았고, 민용근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혜화, 동'을 함께 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 팀 별 단편영화 완성이 표면적인 목표였다. 지난 9월부터 한 달 가량 온라인으로 시나리오 초고 작업에 돌입한 학생들은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때 부산에서 만나 시나리오를 다듬고 제작을 준비했다. 다시 한 달 남짓 온라인 회의를 거쳐 지난 11일 태국에 도착한 학생들은 본격적인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오디션을 통해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맞는 배우들을 찾는 한편 촬영 장소도 물색했다. 단 3일 촬영 후 5일 동안 편집 등 후반 작업을 하는 강행군이었다. 후반 작업은 특히 잇따라 밤샘을 할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A팀의 작품 '프레임 저 편(Beyond the Frame)'을 총괄 지도한 배창호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망설였지만, 프리 플라이와 현지 실습을 함께 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들의 열정과 지혜에 감동했다. 공통의 목표의식은 언어 문화 등 '차이의 벽'을 허물었다"고 말했다.

특강을 통해 "비록 작지만 날카로운 이야기, 당신이 속한 사회 속에서 낼 수 있는 당신만의 이야기로 대중들을 끌어당기는 '위대한 거짓말장이'가 되라"고 강조한 차승재 대표는 "아시아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위치에 한국 영화계가 도달했다는 점이 새삼 뿌듯하다. 헐리우드의 대척점에 아시아 영화가 있고 한국영화가 중심이 됐다는 점을 학생들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친구들, 우리 함께 날아오르자"

24일 저녁 대망의 졸업식이 후아힌 스프링필드 리조트에서 열렸다. 각 조당 1명 씩에게 5000달러가 수여되는 베넥스 파운데이션 장학금의 주인공은 A조의 기안카를로 칼리푸산 아브라한 5세(필리핀)와 B조의 메이 바라니(미얀마) 였다.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장이 수여되고 삿포로영화산업지원단 후쿠이 토모카츠 전무이사가 내년 2월 열리는 삿포로영화제 초청장을 전달했다. 부산시 유효종 영상문화산업과장을 포함한 아세안영상위원회네트워크 소속 각국 대표들도 참석해 자국에서 파견된 학생들을 격려했다.

FLY 프로젝트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오석근 부산영상위원회 위원장은 인삿말을 통해 "FLY는 거창한 결과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완성작 두 편도 결과를 보지말고 그 과정을 봐 달라. 진정한 목표는 영화를 매개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쉼없는 전진을 함께 할때 아시아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오늘 우리는 헤어지지만 내년 2월 삿포로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구호를 함께 외쳐보자. '우리는 확신한다. 우리 함께 날자'"라고 대미를 장식했다.

태국의 아딧야 아사랏 감독은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했던 시절 훌륭한 멘토가 있었다. 헐리우드를 보지 말고 너의 목소리를 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이제 내가 여러분의 멘토로서 말한다. 진짜 여러분의 이야기, 이웃들의 이야기를 내라"고 당부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삿팔 칼러 씨는 "마술같은 2주였다. 밤늦게까지 방에서 영화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해 대화하면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우리는 결코 맣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었다"며 "평생 기억하고 떠올리면서 영화의 길을 가겠다.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요르단 출신의 람지 필립 베이루티 씨는 "부산과 후아힌에서 누린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겠다. 한 마디로 '미친 플라이(Crazy FLY)'"고 말했다.

한편 2회째인 올해 사업 규모가 더 확대됐고 좋은 평가도 받았지만 매년 외교부 공모 신청을 통해 지원 사업으로 선정이 돼야만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FLY의 한계와 미래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예산 부담 뿐 아니라 전담 조직 부재의 문제도 해결 과제다.

이와 관련 오석근 위원장은 "공적개발원조사업(ODA -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으로서 매년 외교부의 인정과 ASEAN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는 있다"며 "OECD, 아시아개발은행 등 여타의 국제기구와의 연대, ASEAN의 지원 확대 등 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후아인=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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