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삼성동 주민들이 봉안당 설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 한 사찰에서 지난 달부터 2440기 규모의 유골 봉안당 설치를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양산시는 주민 의견들을 포함해 이달 말까지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양산시에 따르면 지난 11월 18일 성락사로부터 기존 건물 1층을 봉안당으로 사용하기 위한 ‘신고 수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당 시설은 허가 대상이 아닌 신고 사항으로 시가 관련 부서 협의와 주민 의견을 종합 검토해 수리 또는 불수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법정 처리 기간은 공휴일을 제외한 30일이어서 오는 12월 30일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최대 30일 범위 내에서 한 차례 연장도 가능하지만 시는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의 봉안당은 기존 건축물 내부를 리모델링해 설치하는 형태로, 건축법 상 위반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종교시설의 경우 봉안 기수 제한도 5천 기 이하로 규정돼 있어, 법적 기준에는 저촉되지 않는다. 주거지와의 이격 거리 또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사찰 측은 이미 봉안함 설치 등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고 사항이긴 해도 시가 불수리 결정을 내릴 경우 봉안당 운영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 해당 공간은 위패나 불상 봉안 등 다른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 동의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봉안당 예정지는 바로 도로 건너 인근 아파트에 접하고 있어 가장 가까운 곳은 불과 약 90m 거리다. 주민들은 혐오시설 설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동을 중심으로 반대 서명과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집회와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동 주민 20여 명은 18일 양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프레스센터에서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납골당 설치 시 장례시설 특성상 불규칙한 방문과 주차로 인한 소음, 교통 혼란으로 안전을 위협받는다”며 “주민들의 기본적인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누릴 권리를 명백히 침범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가치를 하락시키고 주민들 재산권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양산시는 주민 동의 없는 봉안당 설치를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들은 “휴양시설인 대운산 자연휴양림 인근 납골당 설치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는데 수많은 주민이 사는 아파트 바로 옆에 납골당이 생긴다면 이는 명백한 이중잣대”라며 “주민 모두가 주거권과 환경권, 안전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을 것”이라 강조했다.

반면 이날 사찰 승려와 신도들도 “사찰 안치단은 혐오시설이 아니다”, “합법적인 종교활동 방해마라”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양산시 관계자는 “양측에서 동의와 반대 민원들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면서 “별도의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은 없으며, 관련 부서 협의와 주민 의견 취합을 통해 연말까지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