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정치자금 불법 후원이 대형 게이트로 번진다. 국민의힘과 권성동 의원 불법 후원 혐의로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재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관급 인사 4명과 접촉했고, 2명은 한학자 총재를 직접 만났다고 진술하면서다. 이후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수천만 원대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전 장관은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여당의 강력한 후보로 기대를 모아온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커진다.
 |
| 지난 5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열린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본사의 부산 이전 발표회에서 전재수(가운데)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제신문DB
|
지난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전 장관에게 현금이 담긴 상자로 3000만~4000만 원을 전달했고, 까르띠에와 불가리 명품시계 2점도 건넸다고 한다. 또 통일교 한 총재에게 보고된 내부 특별문건에는 2018년 10월 전 장관이 교단 인사 600명이 모인 부산 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한 것으로 적혀 있다. 금품을 전달한 시점을 전후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전 장관이 통일교 현안에 협력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한 보도에 의하면 그 현안은 통일교의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이었다. 2028년 UN해양총회 개최 유치를 위해 미국 뉴욕에 머물던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럼에도 윤 전 본부장이 명품시계 브랜드까지 언급하는 등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다. 4개월 간 수사를 뭉개다 이제야 의혹이 불거졌으니 특검의 처신도 납득하기 어렵다.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지만 내년 6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파장은 커진다. 전 장관은 민주당세가 약한 부산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상징적인 정치인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18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당선돼 존재감을 입증했다. 내년 시장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큰 인물이 금품 수수 의혹에 휘말리면서 판세는 요동친다. 또 지난 8일부터 해수부가 부산 임시 청사로 이사하면서 해수부의 역할과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지역사회의 우려는 크다.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
문제는 수사의 신뢰도다. 특검팀의 대응은 불신만 키웠다.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 조사에서 민주당 금품 제공 진술과 문건을 확보하고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지 않았다. 의혹이 특검법에 규명된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으나 궁색한 변명이다. 권 의원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통일교의 진술과 내부 문건을 증거로 구속했다. 비판이 일자 특검팀은 지난 9일에야 전 장관 관련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겼다. 늑장 이첩으로 정치자금법 공소시효 소멸 문제가 생겼다. 금품을 받은 시점이 2018년이라면 올해 말 시효가 만료돼 처벌이 어려워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통일교 게이트’와 관련, 여야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국수본이 시효 소멸 내에 신속한 수사와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다면 전 장관을 포함한 통일교 게이트는 특검과 국수본 차원이 아닌 정권의 신뢰도 문제로 확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