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산업문화갤러리서 전시회
- “더 공부해 공모전 입상 희망
- 사회적 이슈 담아내고 싶어”

30대 초반의 울산 출신 아마추어 작가가 청소년기 등 그리 멀지 않은 지난 시절 자신이 겪어야 했던 고뇌와 갈등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전을 고향에서 열고 있다. 작품들은 작가의 삶에 한때나마 드리워졌던 내면의 음영을 아크릴화로 강렬하게 표출하고 있다. 단지 한 아마추어 작가의 자전적인 것을 넘어 원자화된 삶이 만연한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 상당수가 한 번쯤 아파했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우미채 작가가 자신의 작품전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방종근 기자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울산 산업문화갤러리 잇츠룸(It‘s room)에서 우미채(32) 작가를 만났다. 작품 콘셉트를 묻자 그는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밝은 표정과는 달리 의외로 페시미즘(염세주의)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어야 했어요. 모두에게 착해야 하고, 늘 웃고 있어야 했죠. 그런데 마음 한구석은 늘 울고 있었어요.”

작가는 자신에게조차 털어놓기 힘들었던 감정들을 그림 속에 조심스레 꺼내놓았다고 했다. 그림에는 울고 웃고 방황했던 작가 내면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또 그가 앓은 삶의 상처와 화해를 되돌아 보면서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는 여정도 담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게 항상 불안하고 아쉬워 늘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우울감 때문에 힘들었다”며 “어느 순간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번민을 털어버리기 위해 그림 그리는 일에 열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힘들어만 했던 나를, 그리고 애써 외면해 왔던 나의 불쌍한 감정들을 이제는 마주 보며 다독여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비로소 작품전 제목이 왜 ‘Face to Face: 마주하다’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림들은 작가가 앓았던 것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투영함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하는 함의도 담고 있다. “이 전시는 우미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시대 청년들이 겪고 있는 감정의 파편들을 보여주는 창으로 해석해 달라”며 “물질적 풍요와는 별개로 공허함, 우울함, 경쟁과 비교 속에서 놓치고 있는 감정들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작품(18점) 중에는 가장 큰 호수인 100호짜리 자화상도 있다. “아직 일천한 커리어로 자화상을 그린다는 게 망설여 졌어요. 내 얼굴을 한참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낯설고 불편하기도 했고. 하지만 내면을 표현하고 심은 욕구랄까, 이상하고 묘한 감정에 용기를 냈어요.”

향후 작품활동 방향을 묻자 우 작가는 자신은 대학에서 일반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그림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독학으로 지금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더 노력하고 공부해서 공모전에서 입상해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데 특히, 사회적 이슈를 화폭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서 화가라면 누구나 공통된 바람인 독창적이고 고유한 화풍도 갖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우 작가의 작품전은 오는 7월 11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