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품 생산 업체인 불스원이 자사 대리점에 대한 각종 ‘갑질’ 행위로 정부 제재를 받게 됐다.

특정 제품을 회사가 정한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지 못하게 하는 등 대리점의 경영 활동을 간섭해 온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과 대리점법을 위반한 불스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71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다.

불스원은 제품군별로 45.7%~92.5%의 점유율(2022년 대형마트 기준)을 차지한 국내 대표 자동차용품 생산 업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불스원은 20017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대리점에 최저가격을 통보한 뒤 이를 어기면 출고 정지 등 불이익을 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불스원은 제품에 QR코드(비표)를 붙여 유통 경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뒤 최저가격 위반 제품을 발견하면 공급 대리점을 추적해 불이익을 줬다.

공정위는 “불스원은 법 위반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이자 대리점 협의회가 먼저 가격 통제를 요청했다는 ‘외관’을 꾸미기 위해 대리점 측이 공문을 보내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불스원은 ‘불스원샷 프로’ 등 특정 제품을 대리점 전용으로 출시하면서, 온라인에서 판매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불스원은 저가·온라인 판매를 ‘난매’(亂賣)라고 지칭해 금지했고, 그 결과 제품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위법 기간 연료첨가제 ‘불스원샷 스탠다드’ 가격은 1병당 1만3000~1만4000원을 유지했는데, 조사가 시작된 후 갑질 행위가 사라지자 가격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6000원대(배송비 제외)에 구매할 수 있다.

불스원은 대리점의 경영 활동도 간섭했다. 제품을 주문·발주하기 위해 사용하는 판매관리 시스템으로 판매품목·수량·금액 등 판매정보를 수집했고, 매출이익·영업외이익 등 손익 자료까지 별도로 대리점에 요구했다.

공정위는 불스원의 이 같은 행위가 소비자 선택권을 크게 저해했다고 판단해 제재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판매업체 간 가격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들이 더욱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고, 대리점의 자율적인 경영활동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시장 내 가격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거나 공급업자가 대리점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 등을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