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로 불리는 고위 공무원에게 로비해야만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속여 건축주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부동산업자 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부(이동기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2억9000만 원의 추징명령을 내렸다. A 씨의 범행을 도운 B 씨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부산 중구에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을 지으려던 C 씨에게서 2022년 3월~2023년 1월 공무원 로비 명목으로 2억29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부동산업자인 A 씨는 건축사 B 씨가 2022년 2월 오피스텔 사업을 추진하던 C 씨와 설계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C 씨에게 연락해 “그 부지는 주차장 허가가 나지 않는다. ‘킹메이커’에게 돈을 주고 로비해야 한다”며 자신이 로비를 할 테니 7억 원을 달라고 했다. 이 말에 속은 C 씨는 A 씨와 7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1000만 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A 씨는 중구 공무원 누구와도 친분이 없었고, 킹메이커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사업 부지는 주차장 설치가 금지된 곳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C 씨는 사업성을 고려해 오피스텔 대신 생활숙박시설을 짓기로 계획을 바꾸고는 A 씨에게 주차장 허용 가능 대수를 다시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 씨는 B 씨와 짜고 “생활숙박시설로 건축허가를 신청하면 주차장 설치 허가가 나지 않는다. 킹메이커에 로비해야 50대가 허가된다”고 거짓말했다.

이밖에도 A 씨는 킹메이커의 추석 선물 명목으로 400만 원을 받아내고, 건축심의에서 조건부 의결이 나오자 재차 로비를 벌여야 한다며 2억 원을 더 뜯었다. 2023년 1월엔 킹메이커 퇴직 인사비 명목으로 1500만 원을 추가로 가로챘다.

재판부는 “고위 공무원에게 청탁하거나 로비자금을 전달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