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자국 법원의 제동에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계약을 사전 승인했다.

현지 지방법원이 최근 ‘프랑스전력공사(EDF)의 행정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종 계약 서명을 중지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이 조치가 취소되는 즉시 해당 계약을 신속히 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특사단이 지난 7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의 체코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비롯한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8일 체코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 있는 총리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원자력 에너지 협력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CEZ가 가능한 시점에 (한수원과)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피알라 총리는 “한수원의 제안은 모든 면에서 최고여서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며 “오늘(7일) 우리는 한수원과 계약 체결을 (사전)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그에 따른 계약 연기는 존중하지만 법원이 계약 체결을 다시 허가하는 즉시 모든 관련 업무를 완료하고 싶다”며 “단 하루도 지연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EDF의 행정소송을 인용하면서 ‘계약 서명 중지’를 명령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체코 정부는 한수원이 수주하려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가격 조건도 제시했다.

즈비넥 스타뉴라 재무장관은 “한수원이 두코바니에 건설할 원전 단가는 2024년 가격을 기준으로 약 2000억 코루나(12조7000억 원)”라고 전했다.

이는 원전 1기 가격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계약을 추진 중인 2기의 건설 가격은 약 25조40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스타뉴라 재무장관이 언급한 가격은 2024년 기준이어서 향후 계약 체결이 성사된다면 계약 체결 및 건설 시점의 물가 인상 등 요인이 추가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2기 건설 사업비가 총 4000억 코루나(약 25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번에 언급된 가격도 이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체코 측은 “한수원과 협의 끝에 건설 과정에서 현지화율 30%를 약속받았다”며 “향후 현지화율을 60%까지 올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