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늘 산해진미를 즐겼을까.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왕의 수라상에 오를 음식을 만들던 수라간 장면은 실제와 비슷할까.

조선 시대 궁중 음식을 소재로 한 MBC 인기 드라마 ‘대장금’ 한 장면.

조선시대의 통치 이념인 유학은 자연재해나 하늘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하늘이 꾸짖으며 큰 벌을 내리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늘의 명을 받아 인간 사회를 다스리는 왕이 직접 나서서 스스로 근신하여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강조했다.

근신은 왕의 밥상과도 관련이 있다. 철선(輟膳)·감선(減膳)·소선(素膳)이다. 철선은 식사를 하지 않는 것, 감선은 왕의 밥상에서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것, 소선은 고기 먹는 것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통치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정치 수단이기도 했다.

‘역사는 어떻게 소비되는가?’의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교양 강의와 대중 역사서 집필 활동을 해 온 김진섭 작가가 역대 조선 왕들이 수라를 어떻게 정치에 이용했는지 주목했다. 왕권을 중심으로 생겨난 대신들의 권력 다툼, 요리사와 환관의 부정 비리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역사 속 이야기를 묶어 ‘왕의 밥상: 수라와 궁궐 요리사 그리고 조선의 정치’를 펴냈다.

‘조선왕조실록’ 자료를 바탕으로 수라와 긴밀하게 연결된 조선의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를 정리한 책이다. 수라와 조선의 역사를 연결 짓는 일은 절대 권력자인 왕이 가장 높은 곳이면서 모든 것의 중심인 궁궐에서 나라 살림을 어떻게 요리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밥은 백성에게 하늘이고, 백성 없는 왕의 밥상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