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내용을 전하는 뉴스에서 간혹 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위기 때 보다 더 힘들다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사장님의 인터뷰를 접한다. 코로나19 위기는 최근이라 기억이 생생할 것으로 보고 이해를 돕기 위해 1997년의 IMF 외환위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기업의 무분별한 차입 경영과 과잉 투자, 금융권 특히 종합금융사의 이자놀이를 방치한 결과 외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이 도산하고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은행들이 문을 닫고 1년 만에 실업자가 200만 명을 넘어서고 금리는 30%, 원달러 환율이 2000원까지 급등했으니 4년도 안되어 졸업했다지만 국민이 감내한 경제적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이 IMF 외환위기 때 보다 더 힘들까’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사장님의 하소연을 당장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현상이라고 가볍게만 볼 일은 아닌 듯하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확산에 따른 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내면서 빚을 당겨 써 더 이상 추가하기도 어렵다. 굳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여전한 고금리에 연체율이 높아지고 빚에 허덕이다 못해 폐업을 하거나 부도 처리되는 자영업자와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옥죄면서 금융 리스크는 더 높아지고 있다. 소비심리는 더 위축되는데 내수경기 개선을 위한 정책조차 제약이 따른다. 지난 16일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했지만 환율 상승을 감안해 동결한 한국은행의 고민이 그 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부진은 당연한 결과다.
대외적 요인도 불리하다.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관세라고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관세 인상이라는 무기를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는 트럼프가 다시 등장했다. 여전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은 계속되고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도 복병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걱정거리가 더해진다.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결집해서 분초를 다퉈 초불확실성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도 벅찬데 청천병력도 아니고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경제가 정치에 휘말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 심히 유감스럽다.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더해질까 두렵기조차 하다.
경제는 경세제민 즉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곧 정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경제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립과 불안정이라는 우리 정치의 굴곡진 역사를 반추해볼 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역동성을 갖추고 있으니 우리 경제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작고한 이건희 회장의 말을 다시 소환하는 것이 송구하지만 당시 2류였던 우리 기업들의 부단한 혁신과 노력의 결과로 일류로 성장한 기업이 많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 4류로 평가받았던 정치가 30년 시간 속에 선진정치로 격상됐다면 지금의 우리 경제는 반석 위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새해 희망을 담아 경세제민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정치 갈등이나 불안정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교훈 삼아 존중과 타협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정치권은 정체성에 부합하는 정책임에도 표 계산에 함몰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황당한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효과적인 경제정책은 일관성과 연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정확한 진단과 평가 없이 정책 기조에 휘둘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시장실패를 무색하게 만드는 정부실패를 줄여야 할 것이다.
제대로 정치합시다. 그러면 경제 제대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