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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슬픈 역사

2269억 초대형 건축물…애초 설계부터 오락가락

월드컵·아시안게임 이후 위상 추락과 잦은 문제…비슷한 역사 반복 않기를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22-10-23 19:00:3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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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방탄소년단(BTS)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단독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이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도 힘을 보탰다.

그런데 딱 하나. 옥에 티를 남겼다. 그건 콘서트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바로 아시아드주경기장의 훼손된 지붕 막이다. 2020년 8월 태풍 마이삭 때 찢어진 지붕 막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로 전 세계에 노출됐다. 지붕 막은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슬픈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2001년 준공 이후 태풍과 강풍으로 29장이 훼손됐다. 지붕 막이 총 96장이니 30%에 해당한다.

지금부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슬픈 역사를 짚어보겠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2002년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을 위해 건설됐는데, 애초 설계부터 오락가락했다. 1993년 실시설계 당시 반개방형으로 계획됐다. 그러다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돔형으로 바꿨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경기장으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공연·문화 행사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사용 일수도 210~220일 정도로 내다봤다. 계획대로만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1996년 기공식 후 또다시 변경됐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이 건설될 때 IMF라는 초유의 사태가 우리나라를 덮쳤다. 그러면서 수차례에 걸친 설계 변경과 공사중단 등의 악재를 거쳤다. 결국 사업비 부담이 커 현재의 인장케이블 막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붕 개폐는 불가능하지만 돔형에 비해 시공이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했다. 부산시는 인장케이블 막 구조가 국내 최초이고 햇볕·비·구름 등에도 강한 PIFE(테프론 코팅 유리 섬유막)를 사용해 개폐형 돔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홍보했다. 2269억 원을 투입해 2001년 개장한 아시아드주경기장은 21세기 환태평양시대 중심이 될 부산의 상징물로 기대를 모았다.

개장 직후 잠깐 영광을 누렸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2-0으로 꺾고 첫 승을 올린 성지가 됐다. 그리고 그해 개항 이후 최고 행사로 꼽힌 부산 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장소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후 위상은 급전직하했다. 부실 공사는 기본.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자랑하던 지붕 막은 태풍이 오면 찢어졌다. 더 큰 문제는 정체성이었다. 축구 팬들은 노골적으로 멀리했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서포터는 한때 ‘부산 시민은 원한다. 축구 전용구장 건설을…’이란 대형 현수막을 아시아드주경기장 관중석에 내걸었다. 그라운드와 관람석의 거리가 너무 멀어 축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축구장으로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말도, 부산 축구를 망치는 원흉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거기다 부산 아이파크는 홈구장을 구덕운동장으로 옮겨 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8년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가 부산에서 14년 만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잔디 훼손이 심해 취소됐다. 프로축구 경기도 아시아드주경기장 상태가 좋지 않아 구덕운동장으로 변경한 적이 있었다.

슬픈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이 축구장으로 역할을 못 하자 2007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야구장으로 개조하자고 건의했다. 또 최근 가장 뜨거운 뉴스 중 하나인 사직야구장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같이 거론되는 것이 아시아드주경기장이다. 새로운 야구장을 지을 동안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개조해 쓰자는 것이다. 홈구장을 내놓으라는 데 정작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사용하는 부산 아이파크는 굳이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 않았다. 이것이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초라한 현재 모습이다.

무려 2269억 원을 쏟아부은 초대형 건축물. 그것도 20년 전 일이니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하다. 그런 건축물이 20년 동안 여기저기서 뜯기고 얻어터져 상처만 남았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슬픈 역사가 주는 교훈은 단순 명확하다. 건축물을 짓기 전 충분히 조사해서 용도를 결정하고 잘 지어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부산에는 투입된 예산만큼 역할을 못 하는 건축물이 적지 않다. 그중 수천억 원이 들어간 것도 있다. 부산시는 그런 건축물들을 지을 때마다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과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환태평양시대 부산의 상징물이 됐으며, 다른 건축물들은 부산의 랜드마크가 됐는가. 문제는 앞으로도 초대형 건축물이 줄줄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페라하우스다.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될 사직야구장도 그렇다. 다시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희국 신문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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