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국제신문DB

정부가 고리원자력발전소 등 경수로(light water reactor)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당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추진한다.

현재 경수로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시설(물속에 저장하는 방식)에 보관된다. 하지만 정부는 물속에서 이를 꺼낸 뒤 외부에 저장할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와 탈핵단체는 정부의 ‘원전 부지 내 핵폐기물 저장’ 계획이 실행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3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수로 원전에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건식저장시설은 기체나 공기를 활용해 사용후핵연료를 식히고 보관하는 콘크리트 형태의 구조물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물속에 담궈 식히는 습식저장시설과 대비된다.

국내 원전은 중수로 원전(heavy water reactor)인 월성 1~4호기를 빼고 모두 경수로 방식으로 가동된다.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보통의 물(경수)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경수로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처음으로 가동된 1978년 4월(고리원전 1호기)부터 지금까지 물속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보관돼 왔다. 건식저장시설은 월성원전에만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수로 원전에도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경수로 원전 중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100% 포화’ 시기(2031년·산업부 전망)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식저장시설도 고리원전에 가장 먼저 건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의 핵심인 ‘원전 부지 내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립’ 계획이 실행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와 탈핵부산시민연대 측은 “국내 경수로 원전에 건식저장시설이 설치된 사례는 없다”며 “임시저장시설 설치 계획이 보다 구체화되는 단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건식저장시설을 지으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비롯해 설계·시공·완공 등 총 7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른 시일 내 제반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 동의도 거쳐야 하는 만큼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