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에 ‘~의, ~에의, ~에서의, ~에 의한, ~으로부터, ~에 의하여는 물론, ~에 지고 있어, ~하여야 하고, ~하고자 한 것에, ~로 하여금, ~으로서의, ~적, ~ 또는, ~을 가진다, ~하지 아니 한다,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등’ 표현이 너무 많다. 조사·동사·반어법이 법률 문장을 망치고 있다.

더 심각한 내용이 있다. 의료법 제90조(벌칙)다. 제16조제1항·제2항, 제17조제3항·제4항, 제17조의2제1항·제2항(처방전을 수령한 경우만을 말한다), 제18조제4항, 제21조제1항 후단(제40조의2제4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21조의2제1항·제2항, 제22조제1항·제2항(제40조의2제4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23조제4항, 제26조, 제27조제2항, 제33조제1항·제3항(제82조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제5항(허가의 경우만을 말한다), 제35조제1항 본문, 제41조, 제42조제1항, 제48조제3항·제4항, 제77조제2항을 위반한 자나 제63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위반한 자와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놀랍게도 한 문장이다.

500만 원 이하 벌금형 위반 유형을 ‘굴비 엮어 놓은 듯’ 묶어 놓았다. 벌칙 제87조·제88조·제89조는 자유형을 규정한다. 이들 조문도 똑같은 방식으로 3년 이하 징역형과 1년 이하 징역형을 줄줄 묶어 놓았다. 의료인은 규범과 벌칙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범죄와 형벌은 명확해야 한다. 지금의 의료법은 국민을 위한 입법이 아니다. 국가기관 입장에서 법률을 만든 것이다. 범죄와 형벌이 한 조문에 규정될 때 규범 준수와 규범 효과가 높다. 이것이 죄형법정주의 정신이다. 의료법도 형법과 형사특별법처럼 범죄와 형벌을 함께 규정해야 한다. 최소한 형벌 규정을 해당 조문에 별도 항을 신설해 규정해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 행정법의 입법 기준이다.

범죄와 형벌을 이렇게 멀리 분리·분산해 놓고, 의료인이 법률을 위반하면 바로 수사하고 처벌한다. 만약 형법을 의료법처럼 범죄 유형과 처벌 규정을 분리·분산하여 규정했다면, 위헌법률이 될 것이다. 사형 범죄군, 무기징역 범죄군, 1년 이상 범죄군으로 모아 두었다면, 형법학자는 국회로 찾아갈 것이다. 이 문제는 의료인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70년 동안 모두 잠자고 있었다.

이러한 입법 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형법학자가 이제 문제 제기를 했다면 행정법학자도 이 논의에 가담해야 한다. 의료법학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형벌조항이라도 정비할 수 있다. 행정실무·경찰실무·검찰실무는 도표를 만들어 놓고, 법적용을 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만약 의료법 전체 정비가 어렵다면, 최소한 개조식으로 입법해야 한다. 이미 의료법에 개조식 입법 방법이 도입됐다. 그러므로 다른 규정에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 문장으로 된 나열식을 개조식으로 입법을 하면 의료인이 쉽게 읽을 수 있다. 개정시 추가와 삭제도 쉽다. 그 다음 작업은 벌칙 규정을 해당 조문에 통합하는 것이다.

올해는 의료법 탄생 70주년이다. 1951년 9월 25일 국민의료법이 제정되었다. 1962년 3월 20일 국민의료법은 명칭을 바꾸었다. 지금의 의료법이다.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 69년(1951~2021) 동안 71회 개정됐다. 2020년 12월 29일 개정된 의료법은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일본식 표현은 그대로 남아 있다. 형벌 불균형도 여전하다.

의료인은 코로나19로 지쳐 있다. 의료인은 이 시대 영웅이다. 국회의원이 의료인에게 줄 선물은 의료법 전면 개정이다. 범죄와 형벌을 한 조문에 모으고, 규범과 형벌을 정비해야 한다. 의료법은 규제법이 아닌 지원법이다.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고, 규범 준수를 촉진하는 법이다. 국회는 이러한 의료법의 입법 철학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