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특별기고] 신공항 특별법 여론조사, 부정응답 유도한 질문들 /강경태

설문 중립위해선 문구 중요

리얼미터 ‘경제성평가 면제’, 응답자 편향된 반응 이끌어…어떤 형용사도 넣어선 안돼

  • 강경태 부산디자인진흥원장·신라대 교수
  •  |   입력 : 2021-03-03 20:31:42
  •  |   본지 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36년 미국대통령선거는 재선에 나섰던 민주당 프랜클린 루스벨트와 캔자스 주지사였던 알프 랜던 공화당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지는 수백만 명에게 질의해 랜던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고, 업계 신출내기인 조지 갤럽은 루스벨트의 승리를 점쳤다. 결과는 루스벨트가 60.8%의 득표율과 1100만 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가 확보한 조사 명부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도 부유층이나 등재되는 전화번호부나 자동차등록명부 같은 자료를 주로 활용한 데서 후보 지지가 이미 공화당 쪽으로 편향됐다. 그러나 갤럽은 여론조사 역사상 세계 최초로 과학적 표본추출을 실제 사례에 적용했다. 역사상 최초로 4선에 당선된 루스벨트 선거에 이후 두 번이나 다이제스트 방식과 갤럽 방식이 적용돼 갤럽 방식의 옳음이 증명됐다. 다이제스트는 곧 폐간됐고 지금은 갤럽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표준형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갤럽식 여론조사를 적용한 언론은 조 바이든의 승리를 예측했고, 인공지능(AI)은 도널드 트럼프 승리를 예측한 바 있다. 물론 여론조사로 박빙의 선두 다툼까지 언제나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아니나 최소한 여론의 큰 흐름은 파악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론조사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응답자의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클린턴 대통령와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관해 질문했을 때와, 한 인간으로서 클린턴을 질문했을 때 응답자들의 답변이 달라진다. 또한, 일반적으로 아들의 정계 진출에 대한 찬성률보다 딸의 정계 진출을 먼저 물어보고 나서, 그렇다면 아들의 정계 진출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찬성률은 대체로 더 높게 나온다. 이렇게 질문지에 사용되는 단어와 질문의 방식 등에 따라 응답자의 반응이 달라진다.
 
1990년대 미국의 이라크 전쟁 당시 “전쟁 비용과 목적을 생각할 때, 사망한 미군의 수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64%가 적절하지 않다, 소수인 33%만 적절하다고 응답해 부정적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전쟁할 가치가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가치가 있다는 긍정적 답변이 58%이고, 가치가 없다는 부정적 답변이 42%로 질문을 가치의 잣대로 구성하면 전쟁 수행의 지지도가 더 높았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는 환경적 혹은 상황적 요인에 따른 가변성이 존재한다. 핵심은 이런 가변성 때문에 여론조사의 과학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대된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의 깊은 의미와 통찰력이 여기에 있다.
 
요 며칠 가덕도신공항 건설특별법 통과와 관련해 국민 반응을 조사한 기사가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보도되고 있다. 이 조사는 YTN이 의뢰해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에 실시했다. 대부분의 보도는 여론조사에서 사용된 실제 질문 문항은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매우 부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보도했다. 리얼미터 홈페이지(www.realmeter.net/category/pdf/)를 참고하면, 응답자에게 녹음된 목소리로 들려주는 실제 문항의 자구는 다음과 같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주도로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통과됐습니다. 귀하께서는 이 같은 처리가 얼마나 잘된 일이라고, 아니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이번 특별법의 상황을 설명하는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이라는 문구다. 이런 것을 ‘필터(Filter)’라고 한다. 필터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여론조사의 반응에 일정한 흐름을 강제해 조사의 의도와 의지가 장착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잘된 일(전국 33.9%, 부울경 38.5%)과 잘못된 일(전국 53.6%, 부울경 54%)의 큰 격차가 도출돼 많은 부산시민도 이번 특별법 통과가 잘못되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질문지를 작성할 때, 특별법의 상황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년간 실패를 거듭한 신공항이 불가역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특별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했으면 그 결과는 크게 다르게 나왔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가장 중립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문구는 다음 예처럼 특별법이라는 문구 앞에 어떤 형용사도 첨가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가덕도신공항 건설특별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 YTN에서 의뢰한 리얼미터 조사는 특정한 목적을 띠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편향된 조사라고 판단된다. 또한, 비슷한 기간에 YTN과 리얼미터가 실시한 정례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는 2513명(총 통화 4만5696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번 조사는 고작 500명(총 통화 7981명)에 불과해 조사의 진정성과 준비성이 미흡하다. 500명 중 부울경 응답자는 76명뿐이다. 아울러 특별법 통과 이전에 몇 년간 가덕신공항은 환경, 비용 등의 측면에서 불필요하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업으로 국민에게 세뇌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진행된 조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부산디자인진흥원장·신라대 국제학부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4. 4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5. 5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6. 6[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7. 7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8. 8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9. 9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3. 3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4. 4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5. 5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6. 6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7. 7[2026 국감 브리핑]미래기금 사업 95% 원안 그대로 수용·증액…박수영 “방만 편성” 지적
  8. 8“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9. 9[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10. 10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3. 3"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4. 4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5. 5“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6. 6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7. 7‘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8. 8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9. 9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 86, 전분기 대비 6P 상승
  10. 10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5. 5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6. 6“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7. 7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8. 8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9. 9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0. 10‘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1. 1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2. 2[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3. 3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4. 4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7. 7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8. 8[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9. 9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10. 10[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