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의 곁에 있는 성인(聖人)은 누구일까? 60세 철부지 할아버지와 10세 애어른 아이가 만나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세인트 빈센트'는 이 질문을 하게 만든다.
엄마와 새집에 이사 온 올리버(제이든 리버허)는 등교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열쇠를 뺏겨 집에 못 들어가고, 얼떨결에 옆집의 까칠한 할아버지 빈센트(빌 머레이)의 손에 맡겨진다. 올리버는 자신을 경마장, 술집에 데려가고, 애인인 스트리퍼를 밤의 여인이라며 소개하는 빈센트를 따르며 가까워진다. 겉으로는 괴팍한 성격인 것 같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빈센트를 자신의 멘토로 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빈센트에게 숨겨진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 학교 발표 시간에 자신의 성자로 빈센트를 꼽는다.
흔히 성자라 하면 거룩하고 성스러운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세인트 빈센트'의 성자는 불량스럽기 그지없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빈센트는 안하무인에 자신만 아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비록 열 살의 올리버에게 인생을 알려주는 방법이 불량스럽고 서툴기는 하지만, 진정성이 있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헌신과 희생의 삶을 살고 있다.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호감의 빈센트를 호감으로 반전시키고, 후반부에는 쉰 살의 나이 차를 지닌 두 친구의 우정에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을 연출한다.
이 영화가 첫 장편 데뷔작인 데오도르 멜피 감독은 일찍 세상을 떠난 형을 대신해 조카를 입양하고 키우며 겪었던 경험을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것은 '실제 삶에서 성인을 닮은 사람을 찾으라'는 과제물을 받은 조카가 멜피 감독을 선택했던 경험으로, 당시 멜피 감독이 느꼈을 감동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투영돼 있다.
코미디 배우로 시작해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빌 머레이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을 떠올릴 정도로 괴팍한 성격의 할아버지 연기를 멋들어지게 해낸다. 심드렁한 표정만으로도 인생의 페이소스가 느껴질 정도다.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올리버 역의 제이든 리버허는 빌 머레이를 비롯해 나오미 왓츠, 멜리사 맥카시와 같은 중견 배우들 사이에서 아이다운 순수함으로 어른들의 마음을 울린다.
잔잔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이 공존하는 '세인트 빈센트'는 올 봄 힐링 무비로 추천할 만하다.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