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아시노코 호수 인근에 펼쳐진 삼나무 숲을 거닐고 있다.

찌뿌드드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몸이 나른해지는 요즘.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지난 피로와 스트레스 확 풀어보는 건 어떨까. 일본 중부지방에 위치한 하코네 온천은 일본 내 수많은 온천마을 중에서도 유휴인, 코바츠 등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 관광지다. 게다가 유황 계곡과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아시노코 호수, 삼나무 숲은 빼어난 절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하코네는 도쿄에서 불과 80㎞ 가량 거리로 가까워 일본인 뿐 아니라 도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찾고 있다.

또 하코네는 일본의 제1상징물이자 일본인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후지산을 끼고 있어 곳곳에서 후지산의 장대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오와쿠다니에서는 지금도 유황이 끓어오르고 있다. 과거 검문소였던 하코네세키쇼는 에도시대 당시 에도로 들어가는 중요 관문 역할을 했던 교통의 요지. 따라서 일찍부터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발달했다.

■유황계곡 오와쿠다니와 하코네 신사

	오와쿠다니역에서 10여분 남짓 올라 가면 수증기가 끓어오르는 유황계곡을 만날 수 있다.

도겐다이역에서 내려 스위스 곤도라 형태의 '하코네 로프웨이'를 타면 유황의 계곡인 오와쿠다니로 갈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로프웨이를 타고 가면서 후지산의 모습을 볼 수 있으나 이날은 유난히도 안개와 바람이 심해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쉽게도 후지산을 바라볼 수 없었다. 우바코역을 지나 오와쿠다니역에 도착해 계곡을 따라 10분 가량 걸어서 오르면 산 속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케한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오와쿠다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먹거리 하나. 바로 유황온천물에 익힌 검은 계란인 '구로다마고'다. "검은 계란 1개를 먹으면 10년을 장수한다"는 속설을 놓칠세라 관광객들은 너도나도 구로다마고를 구입해 입으로 가져간다. 간간이 관리직원이 유황온천 안에 들어가 긴 막대로 온천물을 휘젓는데 이는 가라앉는 유황을 골고루 섞이게 해 계란을 제대로 삶기 위한 것.

강한 바람이 매우 심한 상황이었지만 로프웨이는 별다른 요동없이 안정적으로 다시 도겐다이역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유황온천물에서 삶아져 겉이 까만 계란인 '구로다마고'를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김성효 기자

도겐다이역 인근에는 오와쿠다니와 함께 하코네의 명물인 아시노코 호수가 있다. 가로로 길쭉한 아시노코 호수는 약 40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칼데라호다. 맑은 날에는 호수에 비친 후지산의 모습이 절경을 이룬다. 선착장에서 해적선 모양의 유람선을 타고 40분가량 이동하면 모토하코네항 근처의 신사(神社)가 눈에 들어온다. 선착장에 내려 하코네신사까지는 5분 남짓.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 편에 키가 큰 나무들이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큰 나무가 눈에 띈다. 1200여년을 살았다는 이 삼나무는 신사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크게 네 갈래로 나뉘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일본어로 '스기'라 불리는 삼나무 숲 사이에 자리잡은 하코네신사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신사 왼편에는 곳곳에서 온 방문객이 자신의 소원을 적어놓은 작은 나무판을 매어놓은 커다란 게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하코네 신사를 내려와 호수를 따라 나루카와 미술관 쪽으로 걸어 나오면 도로 왼편에 약 1㎞에 이르는 삼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다.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양 옆으로 늘어선 삼나무숲을 걷다보면 마치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색다른 나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숨을 깊게 들이쉬며 천천히 걸으면 도심에서 쌓였던 일상의 찌꺼기와 스트레스가 확 떨쳐지며 몸과 건강이 '정화'된다.

■온천물에 몸 담그면 찌든 피로 확~

	하코네 신사 전경. 김성효 기자 ksh@kookje.co.kr

관광을 마치고 하코네의 유황온천에 몸을 담그면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만큼 편안해진다. 유황온천은 관절염 피부병 신경통을 비롯해 여러 질환을 개선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하코네에는 이런 유황온천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전통온천들이 많다. 특히 하코네유모토와 고라 두 지역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료칸과 호텔 등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하코네유모토는 일본 내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온천지역으로 하코네 최대 규모인 유모토 온천이 있는 곳이다. 또 대부분의 숙박시설 내에 실내온천과 야외온천이 갖춰져 있고 맛 있고 정갈한 식사도 제공된다.


# 여행수첩

■하코네 가는 길

	도겐다이역과 오와쿠다니역을 연결하는 하코네 로프웨이의 모습.

부산에서 하코네로 가는 항공편은 나리타 노선과 하네다 노선 모두 가능하다. 하코네로 통하는 주요 교통이 도쿄의 신주쿠를 기점으로 한다. 나리타공항에서 출발하는 경우 JR선이나 게이세이선을 이용, 닛포리역을 거쳐 JR 야마노테선 또는 주오선을 타고 신주쿠역에 도착한 뒤 오다큐선 '로망스카'를 타면 하코네 유모토역에 도착한다. 또 신주쿠에서 오다큐하코네고속버스를 타고 도겐다이역으로 바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하네다공항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노레일, 게이큐선 등을 통해 신주쿠역에 도착, 나리타공항서 출발하는 방법과 똑같이 가면 된다. 이와 함께 하네다공항에서 오다큐하코네고속버스가 도겐다이역까지 직통으로 연결되지만 2시간40분이라는 긴 이동 시간은 감수해야 한다. 신주쿠~하코네유모토 간의 오다큐선('오다큐 로만스카'는 제외), 하코네 등산전차, 하코네 등산 케이블카, 하코네 로프웨이, 하코네 관광선, 오다큐하코네고속버스(지정 구간 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하코네프리패스를 구입하는 것도 일일이 표를 끊는 것보다 유리하다. 하코네프리패스는 하코네유모토역과 고라역의 자동발매기 외에도, 모토하코네항이나 하코네마치항의 하코네 등산버스 안내소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1인당 5000엔.

■에어부산 부산~나리타 노선

부산~나리타 노선은 대한항공과 일본항공 등 기존 항공편이 있지만 출장과 여행 수요가 높아 연중 평균탑승률이 80%를 넘을 정도로 만성적인 좌석난을 겪고있는 노선이다. 하지만 지역항공사인 에어부산이 지난 23일 취항함에 따라 이용객들의 불편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측 입장에서도 에어부산의 나리타 취항은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쿄 나리타공항에 에어부산이 처음으로 취항하는 것이며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여파 속에 자국 항공사인 일본항공조차 감편하는 상황에서 에어부산이 기존 계획대로 취항했기 때문이다. 이 노선에는 에어버스 A321-200 기종이 투입되며 오전 10시55분 부산 출발, 오후 1시 55분 도쿄 출발하는 등 매일 왕복 1회 운항된다. 이른바 '1055-1355 시스템'. 왕복요금은 30만 원 전후로 특가로 나올 경우 20만 원 선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