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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마을 전경. 슬레이트와 판자로 지붕을 얻은 집들이 빼곡히 모여 있어 인상적이다. |
세월이 흐를수록 도심지의 이미지도 미래지향적으로 하나 둘씩 변모해 간다. 이와 더불어 과거의 초가, 기와, 슬레이트로 만들어진 주택들도 이젠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존재로 여겨지게 돼 버렸다. 이러한 주택들을 허문 자리엔 영락 없이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게 관행으로 되어 버렸다. 생애 처음 한국을 관광 온 어느 외국인이 이런 아파트 단지 들을 보고 '꼭 닭장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라고 내뱉는 말이 가히 충격적이다.
그러한 만큼 부산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대도시 어디를 가도 눈에 보이는 거라곤 아파트 단지와 빌딩들 뿐이다. 이러한 아파트, 빌딩 단지와 어울리지 않게 부산 도심지 내 에도 '오지마을'이 여러곳 있다. 부산지역에 사는 시민들도 부산지역의 오지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부산 도심지에 위치한 오지 마을은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 빈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소위 '달동네'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오지마을로는 먼저 '안창마을'을 들 수 있다. 안창마을은 해발 200m의 수정산을 끼고 남북방향 분지로 조성되어 있는 마을로 행정 구역상으로 호계천을 중심으로 부산 광역시 동구 범일6동과 부산진구 범천2동의 2개구의 2개 동으로 나누어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870 가구가 조성되어 있으며 245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안창마을은 예전에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던 자리로 한국전쟁 당시 각지방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호계천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생겨났다. 그 후로 실업자들과 김해, 양산 등지의 이농자들이 유입되면서 안창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안창마을 이라는 이름도 수정산 안쪽 골짜기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다, 동쪽방향에서 햇빛이 잘들어 푸른 자연이 조성된 곳이라 해서 유래됐다. 안창마을은 마을 곳곳 골목길과 도심에서 보기 드문 슬레이트 지붕으로 조성된 높은 고지에 위치하는 '달동네'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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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대에 자리잡은 가옥들이 70년대의 과거시절을 연상케 한다. |
이 마을 어귀에는 아직도 재래식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눈에 띈다. 또한 달동네 마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빨랫줄이 마당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있어 하루종일 내리 쬐는 뜨거운 태양빛에 하얗고 컬러색깔이 선명한 빨래가 뽀송뽀송 마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산 등성이로 난 골목길을 올라 서 보면 나무 판대기로 얹어있는 판자지붕과 오래되어 퇴색된 슬레이트 지붕하며, 비가 새지 않게 방수를 위해 슬레이트 지붕을 파란 방수 페인트로 칠한 지붕이 가지런히 널려 있다.
이렇게 도심지와 딴판으로 변모한 안창마을을 문화관광부와 부산시는 지난 2007년 6월께 노후 불량 주택의 도시경관 이미지 개선과 밝고 깨끗한 환경 개선을 위하여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구성해 6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골목길 초입 곳곳에 벽화 그리기 사업을 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시작한 벽화 사업 이벤트가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지금 현재는 그려진 벽화 곳곳에서 칠이 벗겨져 그리지 아니한 것 만도 못하다는 이야기가 주위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사후 관리대책이 없이 그려진 그림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유지해 나가야 된다는 안내나 방법을 주민들에게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한 주민은 "벽화를 그리려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이는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그려야지 쳐다보지도 못하는 골목 안쪽에 그려 놓으니 누가 서로 관리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주민들은 "곧 재개발을 위하여 철거해야 하는 자리에 수천만원을 투입하는 것은 이벤트성 낭비사업밖에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벽면에 그려진 그림 하나 하나는 우리가 지나온 70년대 시절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스프레이 그래피티의 그림은 실제 상황 같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 아이가 새총을 쏠려고 하는 장면과 벽 뒤에 붙어서 동태를 살피는 장면 하며, 오리들이 미끄럼을 타는 장면은 재미있는 놀이를 연상케 한다. 또한 벽을 타고 알알이 열리는 수박 넝쿨과 100여 가구의 골목 안내판과 문패도 새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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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도 통행이 힘들 것 같은 좁은 골목길 |
이 마을에는 오리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은 게 특징이다. 오리고기 음식점은 25년 전 양지집에서 처음 개시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30여 곳에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 정미집(631-1823)이란 간판을 내걸고 20년간 이곳에서 오리 불고기 전문점을 하고 있는 김은희(46) 사장은 "다른 집과 달리 우리집에서는 냉동고기를 취급하지 않고, 가야에 위치한 농장에서 생고기 형태로 공급을 받아 제공하기 때문에 항시 손님들로 붐빈다"고 밝혔다. 이 집의 오리 불고기는 냉동육과는 달리 육질이 쫄깃쫄깃하며 오리고기의 특유의 노린내가 나지 않게 조리를 하는게 비법이다.
기자가 김사장에게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뭐냐고 물으니 "모든 오지마을이 마찬가지겠지만 건물 자체가 무허가 건물이라서 영업 허가를 받지 못하고 식당 운영을 하는 게 단점이다"고 말했다. 장점을 물으니 이 집만의 특별히 제조한 16가지 양념맛이 특별하여 많은 단골 손님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이곳도 재개발 붐을 타고 철거되어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14만9109㎡ 부지에 1615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 870여 가구 중 합법적으로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는 83가구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787가구는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해 아파트에 입주할 자격을 가지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부산 동구청은 1989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임대 아파트를 건축해 이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모든 임대 아파트가 마찬가지 지만 이곳의 임대 아파트도 고지대의 낙후지에 지을 예정으로 있어 빈부격차를 심하게 갈라놓은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소외된 이웃들이 오히려 교통이 편리한 저지대에 배치하고, 자가용을 이용하는 부자들은 고지대로 수용해야 되는 게 아니냐 하는 등 우려감마저 들게 한다. 또한 재개발 지역마다 들어 서는 게 고층 아파트단지들 뿐이어서 이곳만이라도 저층 아파트나 녹색정원이 있는 전원 주택단지로 개발 하면, 마땅히 쉴 곳이 없는 도시민들에게 주말마다 가까운 그린 휴식처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을 것 같다.
안창마을을 향하는 교통편은 부산 지하철 1호선 범냇골역 1번출구 입구에서 동구1번 마을버스에 승차하면 안창마을 고지대 끝까지 갈 수 있다. 범냇골 옛 보림극장 옆에서 29-1번 시내버스를 타면 안창마을 입구에 하차한다.승용차를 가지고는 옛 보림극장 사거리에서 오르막길로 난 도로를 따라 2km 직진하면 안창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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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완성한 스프레이 그래픽 벽화. 새총을 쏘고 있는 소년과 담벼락 뒤에 숨어 있는 소년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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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아리가 미끄럼을 타는 벽화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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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가 어린이들의 동심을 말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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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고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정미집의 오리 불고기 조리전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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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육점 벽을 나무 판자로 장식하여 `토박이`라는 순수 우리말 상호가 눈길을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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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점토로 만든 예쁜 골목길 안내판이 인상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