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할 때 설탕과 소금 중 무엇을 먼저 넣어야 하나?
설탕 소금 식초 간장 된장 등 기본 조미료들은 재료를 넣고 끓이면 모두 한데 섞이니 순서는 상관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것이나 순서 없이 많이만 넣는다고 맛이 나는 것이 아니다.
요리에는 수학공식처럼 꼭 지켜야 할 순서의 원칙이 있다고 한다. 즉, 설탕은 설탕분자로 구성되어 있고 소금은 나트륨이온과 염소이온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온으로 된 소금이 알갱이가 작아서 음식에 빨리 스며든다고 한다.
또 고기를 재울 때, 청주와 맛술을 같이 쓰는데, 청주는 잡내를 없애기 위해 먼저 써야 하고 양념을 한 후에 나중에 다시 맛술을 넣어 고기에 들어간 양념들이 달아나지 않도록 한다.
참기름은 먼저 넣으면 다른 양념이 고기에 스미는 것을 방해하므로 가장 나중에 넣어야 고소한 제 맛을 낼 수 있다. 휘발성 있는 식초는 조리과정의 끝에 넣어야 고유의 풍미가 나온다.
특히 소금에 있는 나트륨 이온은 재료를 꽉 조여주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소금을 먼저 넣으면 다른 맛이 스며들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소금과 설탕을 넣을 때는 분자량이 큰 설탕부터 먼저 넣고 마지막에 소금을 넣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한다. 멸치를 볶을 때도 단맛이 나는 설탕을 먼저 넣고 간장을 나중에 넣어야 달콤하면서도 적당히 간이 된 멸치볶음을 만들 수 있다.
국에 맛을 낼 때에도 모든 재료를 넣어 끓인 후 나중에 간장을 넣어야 한다. 향과 맛이 중요한 간장과 된장은 지나치게 가열하면 고유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간장을 넣은 후에는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맛있는 국맛을 낼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한다.
경상도 말에 국맛을 표현할 경우 "개미가 난다. 우째 개미가 없노?" 등의 말을 한다. 경상도 말을 모르는 젊은이들은 "국에서 무슨 개미가 나오냐?"고 오해하며 궁금해 한다.
'개미'는 원래 한자어인 '갱미'(羹味)에서 나온 말이다. '갱미'는 '국 갱', '맛 미'로 국맛의 뜻이다. 이 '갱미'가 나중에 첫소리 받침 'ㅇ'이 탈락하여 '개미'가 된 것이다. 이 '개미'는 경상도 지역에서 '음식에서 우러나오는 감칠맛, 맛깔'의 의미로 쓰이는 단어인데 국이나 음식이 오래 끓어서 제 맛이 나올 때 "개미가 난다"고 한다.
참고로 경상도에서 곤충의 '개미'는 '개미', '깨미', '개애미'로 나타난다. '개미'는 '합천(묘산) 거창 밀양 하동 울주(언양) 함안 김해' 등지에서 쓰는데 이 때는 국맛의 '개미'와 높낮이가 다르다. '깨미'는 '창원 진양 통영 거제 합천 산청 함양 창녕 고성 의령 사천'에서 쓰고 '개애미'는 '양산'지역에서 주로 쓴다. 부산에서는 '흰떡'을 '개미떡'이라고 하기도 한다.
경상도에서는 고기에서 우러나온 맑은 국물을 '전국' 혹은 '정국'이라고 하는데, 이는 '진국'의 변이형이다. 그리고 맑은 장국을 끓여 차게 식히거나 찬물에 간장과 초를 쳐서 만든 국물을 '찬국'이라 하지 않고 '멧국'이라고 한다.
이는 다른 국과는 달리 그냥 맹물이나 국물을 식힌 것이므로 '보통국'이라는 뜻으로 붙인 것이다.
또 간장은 '간장, 자앙, 지렁, 지렁장'으로 말하는데 '자앙'은 '남해, 하동' 등에서 주로 쓰고, '지렁'은 '울주 언양 양산 창원' 등에서 쓴다. '거창 함양 합천 함안 밀양 창원 산청 창녕 사천 김해 의령'에서는 '지렁장'이라고도 한다.
'소금'은 일반적으로 '소금'이라고 하지만 창원 울주(언양) 창녕 김해 고성 사천에서는 '소굼'으로 변이되고 거창 양산 함양 산청 합천 함안 통영 거제 진양 의령 등지에서는 '소곰'으로 변이되어 나타난다.
경상도에서 음식의 맛을 표현할 때 '짜다'는 '짭다'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합천의 묘산 지역에서는 '잡다'로 쓰기도 한다.
경상도에서 '짜다'가 '짭다'로 나타나는 이유는 '씹다, 맵다, 싱겁다' 등과 같은 동일한 어형의 패턴을 유지하여 기억의 효율을 추구하기 위하여 'ㅂ'을 첨가한 형태이다.
신맛을 표현하는 '시다'도 창녕 김해 창원 등지에서는 '씨다'로 쓰고 그 외 양산, 울주 지역에서는 '시구럽다, 세거랍다'와 같이 '시다+-그럽다'의 형태로 나타난다.
경상도에서는 연기가 매울 때 표현하는 '냅다'가 '내다' 혹은 '내그럽다'로 나타나는데, '내그럽다'의 '-그럽다'도 '시그럽다'와 같은 감각어의 동일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고소한 맛을 나타날 때는 '꼬시다'로 쓰는데 이 '꼬시다'는 '꾀다'의 뜻으로 쓰는 '꼬시다'와는 높낮이가 다르다.
또한 단맛을 표현할 때 '달달하다'로 쓰고 '달콤하다'와 같은 말은 쓰지 않는다.
'참기름'은 다른 지역에서는 '챙기름'으로 주로 나타나지만 경상도에서는 '참지름'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방언이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여러 규칙을 순서를 달리해서 적용해서 생긴다.
즉, '챙기름'은 '기름'의 'ㅣ' 모음 때문에 앞에 있는 모음이 앞 쪽으로 옮겨가는 현상인 '움라우트'가 먼저 적용해서 'ㅏ'가 'ㅐ'로 바뀌어 나타난 것이고, '참지름'은 구개음 'ㅣ' 모음의 영향으로 'ㄱ'이 구개음 'ㅈ'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챙기름'은 움라우트를 먼저 적용한 규칙이고 '참지름'은 '움라우트'보다 '구개음화'를 먼저 적용한 꼴이다.
이렇듯 방언이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음식의 맛이 다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음식의 맛의 차이도 모두 동일한 재료에다가 같은 양념을 어느 순서로 적용하느냐에 전혀 다른 음식 맛이 나듯이 방언도 동일한 말에 일정한 규칙을 어느 것을 먼저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차이가 있다면 음식은 맛의 질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방언에서는 그 말맛의 우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 끝 -
이근열 부경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