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진 사람(뚱보)이 완벽한 미인?
아프리카 투어레그족의 여인들은 120㎏만 넘으면 완벽한 미인으로 대접받아 평생 일을 안 하고 남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또 아프리카 모리타니 여성은 100㎏ 이상이 되어야 미인이 되기 때문에 결혼 적령기의 여인들은 많이 먹어 살을 찌운다. 또 태평양의 피지, 파푸아뉴기니, 미크로네시아의 추크 군도에서도 모계사회의 전통에 따라 여자들이 집안일을 안 하고 살만 찌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며, 멕시코의 타라후마라 지역에서는 '아름다운 허벅지'를 가진 여인을 미인으로 치는데 여기서 아름다운 허벅지는 굵고 두꺼운 허벅지로 뚱뚱한 여성을 말한다. 비만이 풍요의 상징이고 사회적 지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농경사회나 유목사회의 관습이다. 건강한 여성이 마른 여성에 비해 노동력이 강할 뿐 아니라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결혼 시에 최고의 신부감으로 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다리가 예쁜 사람을 미인으로 치고 일본에서는 가슴이 예쁜 사람이 미인이며 우리 나라는 얼굴이 예쁜 사람이 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다리가 굵은 여자는 아무리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더라도 미인의 축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여자아이를 기를 때 다리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아이를 안아 기르거나 등에 업을 때도 다리를 일자로 해서 업고, 다리를 헝겊으로 동여매 재우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예쁜 사람보다 귀여운 사람이 미인의 기준이 된다. 또 가슴이 예쁜 여자가 미인이라고 해서 가슴 성형 수술을 하거나 가슴 크게 하는 '뽕브라'가 유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한다. 한국 여자는 얼굴을 돋보이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하며 쌍꺼풀 수술과 코 높이는 수술이 성행하며 안면 윤곽 교정술까지 성행하는 것도 얼굴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 한다. 서양 사람은 여행지에서 우리나라 여자와 일본 여자를 짙은 화장 여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화장을 짙게 할수록 한국 여자란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굴이 중요한 미의 척도이다.
이러한 차이는 전통의상에서도 나타나는데, 중국옷인 치파오는 옆이 트여 허벅지가 노출되어 당연히 각선미가 부각되고, 일본의 기모노는 굵은 허리띠를 매기 때문에 가슴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우리의 한복은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모든 신체를 가리므로 얼굴만 중시되게 된다. 이처럼 미인에 대한 기준이 사회적으로 다른 이유는 문화 환경, 교육, 학습 등을 통해 미의 의식이 문화권별로 다르게 학습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투리도 동일한 행위나 사물이 지방의 문화적 습성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거나 변이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옥수수'와 '강냉이'의 경우 원래 '밭에 있거나 통째로 찐 것'은 '옥수수'이고 그 낱알은 '강냉이'이지만 경상도 사람들은 '강넹이'로 통합해 사용한다. 그 대신 이것을 튀긴 것(경상도에서는 튀방이라고 한다)은 '박상'이라고 하여 분화시켜 사용한다. 이 '박상'은 '박산'(薄 )이라는 한자어에서 온 말이다. 경상도 지역은 옥수수의 산지가 아니라 구태여 옥수수를 분화시킬 필요가 없고 그 대신 낱알과 그것을 튀긴 것이 더 많이 유통되기에 더 자세히 분화시킨 것이다.
또 우리말에 '결혼한다'는 말은 원래 서로 혼인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고, '혼인한다'는 말은 '혼(婚)'과 '인(姻)' 즉 '신부집'과 '신랑집'을 가는 행위로 '시집가고 장가간다'는 말이다. 그래서 함경도 지방에서는 남자들은 '서방 가다, 서방 보내다'로 말하고 여자들은 '시집 가다, 시집 보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이 지역의 민며느리나 데릴사위제도의 잔재로 보인다. 다른 지방에서는 보통의 경우엔 '장가가다, 시집가다'는 말을 쓰면서도 유독 딸에 대해서는 '딸 팔다'라고 하거나 '딸 치우다'는 말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딸 팔다'는 제주도 지역에서 쓰는 말이고 '딸 치우다'는 경상도 지역에서 주로 쓰는 말인데, 이 말 속에는 가부장적 사회의 남아 선호 사상에 따라 딸을 빨리 '치워 없애거나 팔아 내는' 대상으로 인식한 관념의 표현이다. 그래서 이 지역이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하다.
또 제주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자, 감저'라 하는 것이 이상한 사람은 제주도에 '지실'이라는 감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다. 제주도의 '지실(地實)'은 '지슬'로도 불리는 데, 이는 '땅 속에서 나는 열매'로 고구마가 전래되기 전부터 있던 말이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말인 고구마에 '감자'를 붙인 것은 당연한 분별력이다.
우리가 싫어하는, 쌍거풀 없고 찢어진 눈을 가진 사람을 아름답다고 하거나 팔자가 사나워 기피하는 광대뼈가 나온 여자를 아름답게 생각하는 외국인이 많다. 입체적인 서양 사람은 평면적인 얼굴인 쌍꺼풀이 없고 눈, 코, 입을 피자판에 눌러 놓은 듯한 얼굴을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사투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천박스럽게 느끼는 단어나 표현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름다운 표현이 될 수 있다. 조금만 멀리 보고 전체적으로 보며 다르게 생각하면 말이다.
이근열 부경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