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가'는 변(똥)의 유아어이다. 유아어는 아이들이 인식하기 쉬운 동작이나 소리, 모습을 언어로 단순화한 말인데, 이 '응가'는 아랫배에 힘을 주는 소리를 흉내 낸 것이다. 참고로 오줌 눌 때 하는 유아어인 '쉬'도 오줌이 나오는 소리를 흉내 낸 말이다. 더러운 것이라고 금지시킬 때 내는 소리인 '지지'도 의미없는 저지의 소리이며, '맘마'도 무엇인가 먹는 소리를 흉내 낸 말이다. 또 '빠빠, 찌찌'도 주로 입술소리만 발음하는 유아들의 특성상 해당 단어인 '밥, 젖'을 쉽게 발음한 반복형이다.
인간은 자신의 몸속에서 나오는 응가를 가장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간의 응가는 비타민 B가 풍부해서 개들도 좋아하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의 응가는 몸속에서 소화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더 많은 영양가가 있다고 한다. 동물 중에는 자신의 '응가'를 먹는 동물도 있는데 바로 귀엽고 예쁘장한 토끼다. 이 토끼가 혼자 있을 때 오물거리며 씹고 있는 것이 자신의 '응가'인데, 이 '응가' 속에는 영양분이 풍부해서 이것을 되새김질하지 않으면 영양실조에 걸린다고 한다. 반대로 똥개들이나 똥돼지들은 사람의 '응가'만 먹으면 영양실조에 걸린다. 놀랍게도 용맹한 호랑이도 자신이 초식동물이 아닌 관계로 자신이 직접 섭취할 수 없는 식물성 섬유질을 섭취하기 위하여 초식동물이 소화시킨 '응가'를 먹는다. 호랑이가 응가를 먹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우습다.
요즘 이 '응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화제의 내용은 모 텔레비전 방송의 지식 프로그램 '스펀지'에서 시작되었다. 이 스펀지에서 나온 사투리에 관한 내용은 두 가지였다. 먼저 방송된 하나는 "밀양의 시내 버스는 □□□이다"는 것인데 이것은 여러 사람들에 많은 관심을 끄는 사투리가 아니라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네모에 들어갈 말은 '마이콜'이었는데, 이 '마이콜'은 밀양 사람들이 시내에 다니는 작은 버스인 '마이크로버스'를 줄여서 '마이콜'이라 부른 것에 불과했다. 물론 시외를 다니는 큰 시내버스는 '버스'라고 한다.
'마이콜'이 만화 '둘리'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과 같아서 신기해했지만 웃음을 자아낼 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음에 나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 내용은 "진주에서 언니를 □□라 부른다"이었는데 네모 안에 들어갈 말이 '응가'였다. 방송의 내용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응가'와 언니의 '응가'와 높낮이를 비교해서 언니의 '응가'는 앞이 높은 성조이고 그냥 '응가'는 앞이 낮고 뒤가 높은 성조임을 구분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방청객들이 '응가' 소리가 나올 때 마구 웃어댔고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예인들도 무척 재미있어 했다.
그 뒤 진주의 시청자들은 지방 사람이 쓰는 사투리를 희화해서 진주의 이미지를 비하시켰다고 분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진주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예전에는 이 말을 썼을지 몰라도 지금은 안 쓰는 말이라는 점, 설령 '응가'라는 말을 쓴다하더라도 일부 사람만 쓰는 데 전체 진주 사람이 다 쓰는 것으로 일반화한 점, 인터뷰를 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상황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연출해서 웃기게 만든 점, 원래 발음인 '은가'를 굳이 '응가'와 구분하여 발음시킨 점 등이었다.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은 예전에 비해 지역 사람들의 사투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면서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내용까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간과한 탓이다.
먼저 이 '응가'는 원래 '언가'나 '엉가'의 잘못된 형이다. 경상도 지방은 'ㅡ'와 'ㅓ'가 변별을 이루지 못하고 중간발음으로 굳어지는데, 이것을 굳이 '응가'로 고정한 것은 잘못이다. '언니'를 '엉가'로 부르는 지역은 진주를 비롯하여 의령 함안 사천 등지이다. 또 진주, 사천 등지에서는 형도 '언가, 엉가'로 부르는 곳도 있다.
경상도 밀양 김해 거제 사천 산청 하동 진주 통영 의창 함양 등지에서는 형과 언니를 둘 다 '헹아, 헹님, 헹이, 세이, 성아' 등으로 통칭하여 부르는데, 이는 자기 가족 중에 나이가 많은 형제, 자매를 구분없이 친밀하게 부르는 명칭으로 긴밀한 가족 인식에 기인한다.
'엉가'는 원래 '형'에서 변이된 것으로 보인다. '형'은 첫소리인 'ㅎ'이 원래 약한 소리가 되므로 첫음절을 높고 강하게 발음하는 경상도 발음의 속성에 따라 좀더 합리적인 음절로 구개음화시킨 '성'으로 나타난다. 이는 '향불'도 '상불'이 되고 '힘줄'이 '심줄'이 되고 '흉년'이 '숭년'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성'이라는 말에 '-아'가 붙어 '성아'로 나타나고, '-이'가 붙어 '성이'로 나타나는데 이 '성이'가 '세이'로도 나타난다. 그런데 앞의 '성아'는 'ㅅ'이 탈락되어 '엉아'가 되고, 이 '엉아'가 부르는 말로 강화된 것이 '엉가'이다.
또 '형'은 '헹'으로 발음되는데, 이는 경상도 음절 구조에 맞게 단모음화 시킨 꼴이다. 이 '헹'은 일부 지역에서 부름말을 붙여 '헹아', '헹이'로 나타난다.
'엉가'가 '언니'에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언니'가 'ㄴ'이 약화되어 '어니'로도 나타나고, 더 나아가 '어이'로도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니'에서 '어니+아'가 다시 '언가'로 바뀐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경우 합리적인 설명이 어렵기 때문에 '엉가'는 '엉아'에서 온 말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참고로 '형'은 경상도에서 '헹'(거창 합천 창녕 밀양), '헹님'(울주 의창 김해 양산 남해 통영 거제), '헹임'(고성), '헹아'(산청 의령 함안), '성아'(하동 진양), '엉가'(진주 사천) 등으로 부르고, '언니'는 '언니'(울주 의창), '어니'(거창 합천 창녕 밀양 산청 의령 김해 고성 남해 통영), '어이'(의령), '헹아'(밀양), '헹이'(김해), '헹님'(거제 사천), '엉가'(진주 사천 의령 함안), '성아'(산청 하동 진주 통영), '성이'(의창), '세이'(함양) 등으로 부른다.
영화 '월컴투 동막골'에서 강원도 사투리가 재인식되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한 것처럼 영화나 방송의 사투리는 영향력이 강하다.
여러 방송에서 흥행을 위한 목적으로만 다룬다면 사투리는 또 다른 편견을 조장할 뿐이다.
이근열 부경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