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 '아리랑, 쓰리랑'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답은 '아라리'다.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가 낳네(났네)"에서 확인되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와 이미지인 '아리랑, 쓰리랑'의 어원은 알령 고개, 아랑 기생 등의 이별과 관련된 소재로 해석되거나 '마음이 아리고 쓰리도록 고운 님'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어원은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아리랑'은 우리말이 어원이 아니라 시베리아 남부에 살고 있는 중국의 소수민족 에벤키족 언어에서 기원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어 흥미롭다. 즉, 에벤키어에서는 '아리랑(alirang)'을 '맞이하다'는 뜻으로 아직 쓰고 있고, '쓰리랑(serereng)'은 '느껴서 알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무엇인가 맞이하고 느껴서 알고 참아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아리랑, 쓰리랑'은 고대 샤머니즘의 장례문화에서 '영혼을 맞이하고 이별의 슬픔을 참는다'고 해석될 수 있음이 제기됐다. 이 사실에서 우리가 뜻을 모르고 민요 후렴구로만 사용해 왔던 '아리랑 쓰리랑'이 시베리아 에벤키어에서 기원한 주술적이고 제의적인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그 동안의 민간 어원적인 좁은 해석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동화 속에 나오는 '신데렐라(cinderella)'는 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이름이다. 신데렐라는 프랑스 말로 '상드리용(cendrillon)'이라고 하는데, 비음과 유음으로 이루어져 청각영상도 아름답게 들린다. 그런데 이 신데렐라의 이름을 어원으로 해석하면 '재투성이의 소녀'로 별로 아름답지 못한 이름이다. 신데렐라는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 부엌의 재를 둘러쓰기 때문에 '재투성이'란 이름으로 불리었다. '재(cinder)+소녀(-ella)'가 신데렐라의 어원이다.
또한 '딴따라'는 연예인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이 '딴따라'가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순수한 우리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말에는 나발을 부는 소리는 '따따따'로 나지 '딴따라'로 나지 않는다. 이 'tantara'는 '나팔이나 뿔 나팔 등의 소리'를 흉내는 말로 영어의 의성어 'tantara'에서 온 말이다. 소리의 어감이 서로 비슷해 생기는 오해이다.
'이쑤시개'를 뜻하는 일본말 '요지'는 '楊枝'(양지, ようじ)로 쓴다. 근데 이 '양지'는 우리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옛날 우리 나라 말에서는 소독의 효과가 있는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했는데 이를 '양지'라 하였다. 그 후 '양지'에 행위를 나타내는 '-질'을 붙어 '양지질'로 쓰였다. '양지질'로 쓰던 말이 원래의 버드나무와 관련성이 약해지자 사람들이 이(齒)를 연상해서 '양치질'로 그 어원을 이해해서 지금까지 고정되어 온 것이다. 같은 어원으로 출발한 말이 일본에서는 이를 깨끗이 하는 '양지'로 그대로 남아있지만 우리말에서는 '이를 닦는 행위'로 바뀌어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단어에 숨겨진 어원이 올바르게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원래의 어원과 다르게 해석되거나 이해되는 것을 민간어원이라 하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잘못된 어원'이란 뜻이다. 이러한 잘못된 어원은 글자형태의 유사함이나 어감에서 연상되는 경우가 많아서 원래의 어형을 밝혀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경상도 말에서도 이러한 단어는 많이 보인다.
'김행물, 혹은 기맹물, 기영물'로 나타나는 그릇 씻은 허드렛물은 원래 그 어원이 '기명(器皿)+물'이다. '기명'은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그릇붙이'를 말하는 한자말인데, 이것을 경상도 사람들이 '기맹'으로 발음하게 되고 나중에 '기영'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김행물'은 '기맹물'을 첫소리를 강하게 발음하는 습관적 현상을 청각영상에 따라 옮긴 것에 불과하다. 표준어로 바꾸면 '개숫물'이나 '설겆잇물'에 해당한다.
'행지포, 행지피'는 '그릇을 훔치거나 씻는데 정하게 쓰는 헝겊'인 '행주'에서 온 말이다. '행지포'는 '행지+포'로 구성된 말로 '행주'의 사투리인 '행지'에다가 수건이나 헝겊을 뜻하는 '포'(布)가 덧보태어 만들어진 말이다. 즉, '행지'의 뜻을 좀더 두드러지게 만들기 위해 '헝겊'의 '포'를 덧보탠 꼴이다. 여기서 '헝겊'은 원래 '헌+것'이 어원인데, 이 '헌것'이 나중에 '헝것'으로 변하게 되고 이것이 다시 '헝겊'으로 받침이 바뀐 것이다. '행지피'는 행지포의 변이형이다.
경상도에서 '개랄 힌 조시'(달걀 흰자위)할 때 '조시'도 '알맹이, 핵심'을 뜻하는 ''에서 나온 말이다. ''는 나중에 '자위'로 바뀌어 눈자위 등에도 쓰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또 경상도말에서 '허수아비'를 뜻하는
'허새비'도 원래 '헛(가짜) +애비(아비)'가 어원이다.
이러한 '헛'의 가짜, 거짓의 의미는 '허늉'이라는 말에서도 그대로 쓰여 '시늉'의 다른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경상도 말의 특이한 어형은 특정한 어원이 다른 지역과 차이나는 형태로 발음되고 변이되어 나타난 것일 뿐이다.
이근열 부경대 객원교수
# 원문
나라의 말씀이 중국과 달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이 (글로써) 일러 말하고 싶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나날이 씀에 있어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 전라도
시방 나라말쌈지가 떼놈들 말하고 솔찬히 거시기혀서
글씨로는 이녁들끼리 통헐 수가 없응께로
요로코롬 혀갖고는 느그 거시기들이 씨부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거시기헐 수 없은께 허벌나게 깝깝허지 않것어?
그렇고롬혀서 나가 새로 스물여덟자를 거시기했응께
느그들은 수월허니 거시기혀부러 갖고 날마동 씀시롱 편하게 살어부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