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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미학 <43> 경상도의 개이름 부르기

메리(Mary)=암컷, 쫑(John)=수컷 지칭

미군부대서 유래… 美 남녀 대표적 이름 붙여

가족처럼 친근감 표시, 보통 도꾸(dog) 호칭

소=워띠, 염소=얌얌 등 특정한 의성어 사용도

/ 곤충 이름 /

버마재비는 범+ 아재비= 사마귀

범털이는 범+털이=장수 잠자리

  • 이근열 교수
  •  |   입력 : 2005-08-17 20:27:03
  •  |   본지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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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여행하는 기업인은 베이징에 오면 우선 북경 시내에 다니는 개와 고양이의 수를 세고 다닌다고 한다. 물론 먹거리로 생각하고 개와 고양이를 세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중국의 개방 속도와 생활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일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개는 고양이보다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는 고양이가 많고 부자인 나라에서는 개가 더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거리에 개가 많으면 생활수준이 좀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경제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문화 혁명 시대에 개를 부르주아의 상징이라 하여 마구 죽이기도 했다. 사람도 먹을 것이 없는데,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가진 사람들이라 취급되어 수난을 당하기도 하고 북경의 거리에 개가 없어지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개띠'인 '도쿠가와 쓰네요시'가 개를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여 '동물 애련법'을 제정해 개고기를 먹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도쿠가와 쓰네요시'가 '개장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덕분에 일본은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고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지 않는 나라로 남았다. 물론 개고기 대신 말고기를 '사쿠라 고기'라 해서 즐겨 먹지만.

개의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경제 발전에 따라 생활이 넉넉해진 탓에 개가 애완용으로 사랑받고 가족의 구성원으로 사람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아이들에게 가족수를 물으면 자신의 식구에 개를 더해 답하기도 한다. 심지어 개가 가족처럼 상속을 받아 거부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다르게 바뀌고 있다. 개를 집안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경우도 많고 보신탕집에 비해 가축병원도 많이 늘고 있다. 개를 자신의 가족으로 생각해 생일을 챙기고 장례를 치르는 등 가족의 일원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우리 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높아진 탓이다.

요즘 개에 대한 인식과 대접이 다르다고 생각되는 증거로 개를 부르는 이름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금의 개는 '삼순이' '삼식이' '아지' '초롱이' 등 사람에게 붙이는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있다. 짓궂은 사람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개 이름으로 붙여 화풀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가 사람의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개가 사람 대접을 받고 있다는 증거 중의 하나이다.

예전에는 개 이름이 대부분 '점박이, 얼룩이, 누렁이, 바둑이' 등이었다. 주로 부르는 동요에도 '누렁이 바둑이' 등으로 나오는 친근한 이름도 알고 보면 개의 특성과 색깔, 형태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개 이름을 사물을 인식하고 명명하는 방법에 따라 명명한 것은 개가 사람과 다른 물건이라는 구별인식에서 기원한다. 그래서 아무리 사랑스런 개라도 사람이 아니니 요즘과 다르게 개 취급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경상도에서 개 이름을 영어식으로 '도꾸, 메리, 쫑'으로 부른 적이 있다. 간혹 '해피'라고 하는 멋진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러한 개 이름은 미군 부대에서 기르던 개의 명칭이 그대로 알려지면서 민간에게도 그대로 쓰인 것인데, '도꾸'는 '개(dog)'를 지칭하는 것이지만 '메리와 쫑'은 그 어원이 아리송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암컷에 붙이는 '메리(Mary)'는 '미국 여성'을 대표하는 미국식 이름이고, 수컷에 붙이는 '쫑'은 '미국 남성'을 대표하는 '존(John)'의 우리식 발음이다. '해피'는 '행복'이라는 일반적 명칭이다. 여기서 이름으로만 보면 '도꾸'나 '해피'는 보통의 개로 취급할 수 있는 이름이고, '메리'나 '쫑'은 가족처럼 대하는 개라서 조심스럽게 취급해야 할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경상도에서 개를 부를 때 그 이름을 사용하지만 특정한 이름을 모를 경우는 '워리'라고 하기도 한다. 또 개를 쫓을 경우는 '유개'라고 소리친다. 경상도에서 개 이외의 다른 동물은 그 이름이 없이 특정한 의성어를 사용해서 부른다. 예를 들어 소를 부리는 소리는 '어디여, 워더떠, 워띠'라고 부르고, 송아지를 부르는 소리는 '워이미'라고 한다. 염소를 부르는 말은 '담바담바, 얌얌' 등으로 사용한다.

이처럼 사물에 대한 명명은 단순한 지칭어가 아니라 인식의 반영이다. 중요한 것은 개가 사람의 이름을 가지는 것은 경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사람이 개로 지칭되는 것은 사회가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살벌한 현상이다.

#곤충 이름

버마재비는 범+ 아재비= 사마귀
범털이는 범+털이=장수 잠자리

'버마재비'와 '범털이'는 어떤 곤충을 뜻하는가?

   
'버마재비'는 '사마귀'를 뜻하고 '범털이'는 '장수 잠자리'를 뜻한다. '버마재비'는 원래 '범+아재비' 즉, 범의 삼촌이라는 뜻이다. 사마귀는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무섭게 생긴 곤충이라서 무엇이든 잡아먹는 무서운 '범'의 친척으로 명명한 것이다.

'장수 잠자리'를 '범털이'라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다른 잠자리보다 큰 잠자리인 '범털이'는 '범+털이'로 구성된 말인데, '털이'는 '처리, 철기' 등으로 부르는 잠자리를 뜻하는 말이다. 참고로 보통 잠자리를 부를 때는 '다이다이'로 하지만, 장수잠자리를 부를 때는 '나리나리'로 하기도 한다.


이근열 부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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