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는 굶어 죽은 귀신인 '아귀'의 경상도 말이다. 찜으로 유명한 아구는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물꽁'으로 부르고 있는 물고기로, 입이 다른 부위에 비해 유별시리 크다. 그래서 경상도에서는 마구 먹는 사람을 '아구겉다'라 하거나 '어구야(아귀야) 먹는다'고 한다. 또 전라도 지방에서 쓰는 '아구찌다'란 말도 있는데, 이는 '남이 잘되거나 좋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부럽고 샘이 나고 욕심이 나다'라는 뜻으로 쓰는 유행어이다.
이 아귀는 수컷은 꼬시래기(문절망둥어)처럼 작은데 비해 암컷이 커 여성 우위의 물고기로도 유명하다. 아귀는 마산지역에서는 약간 말린 것으로 찜을 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별난 맛을 지니고 있어 마산의 토속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마산에선 이런 아귀찜보다 더 유명한 것이 '아구 할매'라 한다. 이 '아구 할매'는 아귀찜을 하는 할매로 걸출한 입담으로 중부 경남 사람들의 입을 대변하는 마산MBC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6시10분부터 5분간 방송되는데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에 차 안에서 듣는 '아구할매' 목소리는 듣는 사람들에게 힘든 일상을 말끔히 씻어준다. 이 '할매'는 질퍽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그날 발생한 시사문제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용으로 '아사모'(아구할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좋은 프로 그램이다. 그 내용의 일부를 살펴 보자.
"천만 영남인덜아이~ ~ 태풍에 밸 일 없었나? 특히나 농사 짓는 사램덜은 태풍 때매 노심초사했제? 울매 전에요 마산 엠비씨 열전노래방에 노래 부리러 온 분도 창녕서 꼬치 농사를 한다 카더라꼬. 직접 키안 꼬치를 한 박스 들고 와가꼬 노래 부리러 온 분덜하고 다겉이 나놔묵었능데 이분 태풍에 밸 피해 없었능강 모리것다. 보몬 노래 좋아하능 사램덜이 맴씨도 좋아. 사실 창녕서 요 마산꺼지 꼬치 들고 오능기 보통 일가? 전에 우뚠 할배가 꼬치 한 자리를 들고 빠수를 탔더라꼬이. 솔아터진 빠수안에서 꼬치 자리를 이리 들고 저리 들고 댕기쌌다가 게우시 자리 앉은 처이 앞에 꼬치 자리를 놓고 서가 있더만은. 할배가 "보소 보소 처이, 다리 좀 벌기 보소." 카능기라. 처이가 "와예?" 카이 할배가 큰 소리로 "꼬치 옇구로." 이래가 자리 앉은 처이 앞에 꼬치 자리를 세아 놓고능 가능데, 빠수가 급정거를 해가꼬 꼬치 자리가 넘어삤졌능기라. 할배 왈 "처이야 꼬치 쫌 세아주라." 다음 빠수정류장에서 또 빠수가 급정거를 해가꼬 꼬치 자리에서 꼬치가 몇 나 빠졌능기라. 할배가 "처이야 꼬치가 빠졌능데 쫌 잡아 여 주몬 안 되것나?" 이래 할배가 꼬치 자리를 들고 자꾸 처이한테 꼬치를 열란다, 세아주라, 잡아주라, 끼아주라 캐 싸이 처이 낯짝이 벌겋이 해가꼬 있서이. 뒤에 앉아 있던 할매능 "아이고 할배 꼬치 좋다, 내는 오데서 저런 꼬치를 구하노?" 이래 쌌능거 있제.
이 프로그램은 입담 좋은 할매가 손자나 나이 적은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들려 주는 구수한 이야기를 듣는 듯해서 살아있는 경상도 말 교육 자료라 할 수 있다. 특히 할매가 반말로 던지는 말투는 방송에서는 금기시되고 있지만 오히려 그 파격이 자연스럽다. 특히 성과 관련된 은근하고 감칠맛 나는 경상도식 유머는 우리들의 웃음을 자아낼 만큼 재미있다. 보통 방송에서 하는 경상도 말은 진짜 경상도 말이 아니라 무늬만 경상도 말인 경우가 많은데, 이 아구 할매는 더러 일본말도 쓰고, 영어도 써 가며 실제 언어생활과 유사한 상황으로 이끌어 간다. 특히 아구 할매가 일제 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왜놈말(일본말)인 '벤또'(도시락) '시마이'(끝마침) '사라'(쟁반)를 쓴다. 그러다가도 "아이쿠 '쏘리'(미안)다" 해 웃음을 자아낸다. 아구 할매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실제 생활에서 겪는 경험담이며 젊은이들의 생각도 함께 고려하는 내용도 많다.
"오이야~ 내왔다이. 우리 점빵에 홀싸빙하는 나매 구할라꼬 푸로백수 우리 손지한테 조~오 쪼가리에다가 글 씨가 전봇대에 가따 부치라캤어. 그래, 머라씻는가 함 보이 어척이 엄더라. "아르바이트 억수로 급함! 시간, 와? 잠 몬자게 할까봐서 그라나 식대, 밥집서 밥 굶기겠나! 시급, 와? 때돈 벌구로! 시끄럽다 고마 함 와봐라!" 이기 머꼬? 다시 씨라캤드만, 오시 아~덜한테는 이리 씨야 믹힌다꼬. 끝내 가따 부치더라. 울매나 올랑가 모리것다. 우떨때는 이리 방 씨가 부치는 기 사램덜한테 씨게 믹힐 때가 있긴하더라. 오늘 저녁에 신가가 아구동 아파토 반상회 한다꼬 일하다가 말고 왔다카대. 사정이 있으모 반상회 몬갈 수도 있제 그리 가야 되나? 카이. 지도 그랄라 캤는데, 반상회 방을 보이 안갈 수가 엄더라네. '반장하고 운영위원을 뽑십니더. 꼭 도장들고 오이소! 참 그라고, 오늘 안 온 사램덜 가운데서 뽑겠십니더' 카더라. 이만하면 시대에 뒤떨이지지 않는 할매다.
부산에도 마산의 아구 할매와 같은 프로그램이 '자갈치 아지매'이다. 방송이 만삼천 회가 넘을 정도로 오랜 시간 부산의 대변자 역할을 해 온 '아지매'이다. '자갈치 아지매'는 옛날 일본사람들이 남항 쪽 바다를 메우기 전 남포동은 물이 빠지면 바닥을 드러내는 자갈밭이었는데, 이 바닷가에 일본인들이 1924년 남빈시장이라 하여 시장을 연 것이 자갈치시장이고, 해방 후 생계의 방편으로 자갈치시장에서 건어물, 해조류를 판자 위에 올려놓고 장사를 한 이들이 '몸뻬' 차림의 '아지매'로, 억척스런 '자갈치 아지매'들이다. '자갈치 아지매'는 마산의 아구 할매에 비해 젊은 사람이라 말이 교양있게(?) 높임말로 진행되며 점잖은 편이라 부산말의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또 아구 할매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중심으로 입담을 펼치는데 비해 수줍은 '자갈치 아지매'는 지역의 현안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동네댁이다. 그러나 비린내 물씬 나고 투박한 '자갈치 아지매'가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짚어 주는 한 우리 부산은 희망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구 할매'의 '경상도 표준말' 이야기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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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열 교수 |
"월드컵 끝나고 낙이 없다꼬 울지말고 인자 우리 자신을 응원해야 안 되것나? 우리 자신을 응원하라능 말이,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능 지역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애끼고 투자하자능기라. 우리가 속한 영남, 우리가 씨능 갱상도 포준말을 무시를 하고, 서울 좋다 좋다 카것노? 안 글나? 마산에 아구할매능 자신을, 영남을, 갱상도 포준말을 응원하자, 이 말 빠이다이. 내능 인자 갈란다."
이근열 부경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