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사투리의 미학 <30> 할리와 미즈노

'방송어 = 표준어' 고정관념 깬 이방인

경상·전라도 말 고저 악센트 언어

모국어 억양 특성과 비슷해 유리

서울 사람보다 더 구수한 사투리

  • 이근열 교수
  •  |   입력 : 2005-05-19 14:21:44
  •  |   본지 4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로버트 할리와 미즈노 준페이. 한 사람은 미국인으로서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이고 한 사람은 아직 일본인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의 공통점은 외국인 출신이라는 점, 한국인 아내를 둔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말을 잘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한우, 이다도시 등과 같은 외국인보다 로버트 할리나 미즈노 준페이가 더 인기가 좋은 것은 그들의 외모가 아니라 구수한 사투리를 서울 사람보다 잘 쓴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이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 아무도 방송에서 사투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데도 부산말이나 전라도말을 자랑스럽게 말하며 인기를 끈다는 점이 더 공통점이다. 이들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으며,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들의 사투리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신기해하고 있다. 경상도 출신 강호동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억지로 어색한 표준어로 진행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에 비해 이들은 사투리로 마음껏 이야기해서 인기를 얻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사투리에 대한 편견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근데 여기서 엉뚱한 의문이지만 미국사람인 로버트 할리가 부산말을 잘하고 일본 사람인 미즈노가 전라도말을 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꾸로 미국사람인 할리가 전라도말을 배우고 일본 사람 미즈노가 부산말을 배웠다면 어떨까? 또 둘 다 표준어를 배웠다면 어땠을까?

먼저 미즈노 준페이는 원래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천리대학 조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전남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동 대학 일어일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한국어를 천리대학 조선어학과를 졸업한 뒤 11년간 전라도에 살면서 전라도 말을 자연스럽게 익혔을 것이다.

로버트 할리의 경우는 17세때 이미 선교사로 한국에 와 본 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법학박사 학위를 따고 국제변호사가 되어 87년에 다시 부산에 와서 진해 출신의 아내와 결혼하고 영도 하씨 '하일'씨로 귀화한 한국인이다. 그래서 그는 부산말을 다른 외국 사람보다 더 구수하게 구사한다.

그런데 한 지방에 오래 산다고 해서 그 지역의 말을 쉽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언어 구조가 유사하거나 언어 감각이 비슷한 경우에 가능하다. 먼저 일본말은 영어와 같이 악센트[강세] 언어이다. 악센트 언어는 특별한 위치의 강세에 따라 낱말의 뜻이 구별되는 언어로, 높낮이로 구분되는 경상도 성조 언어와 유사한 점이 있는 언어이다. 더러는 경상도 말을 고저 악센트 언어라고도 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악센트[강세]란 소리의 세기에 따라 인식되는 것으로, 센소리는 높게 들리며 약한 소리는 약하게 들리기 때문에 특별한 기준이 없으면 성조 언어로 혼동하기도 한다.

전문적으로 악센트 언어나 성조 언어는 표면적으로 유사한 음의 높낮이로 인식되지만 내부적으로는 소리의 높낮이가 미리 고정되어 있는 것이 성조 언어라면 소리의 높낮이가 고정되지 않아 발음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악센트 언어라 구분한다. 중국어가 성조 언어라면 영어나 일본어는 악센트 언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산말은 악센트 언어와 성조 언어의 특징을 함께 가지는 언어, 즉 고저 악센트 언어라면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말은 악센트 언어에 가깝다.

부산말은 소리의 높낮이가 미리 정해져 있지만 조사나 어미를 뒤에 붙여 나타날 경우에는 높낮이가 변하는 악센트 언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말은 센소리의 경우에는 높게 나타나고, 센소리가 아닌 경우에는 낮게 나타나는 악센트 언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전라도 말을 따라 하기 위해서는 센 닿소리인 'ㅋ,ㅌ,ㅍ,ㄲ,ㄸ,ㅍ'이 있는 음절을 높게 발음하면 어렵지 않게 흉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미즈노 같은 일본말 화자는 악센트가 없이 길이로만 분화되는 서울말보다는 악센트 언어적 성격을 가진 전라도 말을 쉽게 인지하고 배울 수 있다. 물론 미국 출신인 할리도 전라도 말을 잘 배울 수 있다.

   
이근열 교수
둘 다 악센트가 없는 서울말을 배웠다면 어색했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부산말과 같은 고저 악센트일 경우에는 다이내믹 톤을 가진 영어권 화자인 할리가 미즈노보다 더 유리하다. 결국 두 사람의 유창한 사투리 실력은 그들의 모국어의 억양 특성과 유사한 언어를 선택해서 익힌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외국 사람들이 사투리를 배워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신기한 것이 아니라 부산 사람들이 방송에 인터뷰할 때 쓰는 어색한 표준어가 신기한 것이다. 자기들끼리는 사투리로 신나게 떠들다가도 마이크만 갖다 대면 신기하게도 다들 익숙하지 않은 표준어로 말하는 것이 방송은 표준어로 나타나야 한다는 지나친 강요와 자신의 언어가 부끄럽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는 당당하게 부산말로 방송에 나설 때이다. 로버트 할리, 아니 하 일씨처럼. 이근열 부경대 외래교수


◇ 로버트 할리가 부산 사람인 두가지 이유

첫째, 자신이 처음에 부산에 오고 싶었던 이유이다.

"처음엔 억수로 오기 싫었어예. 어려서 부모님이 가끔 중국요리를 시켜주곤 했는데 억수로 맛이 없었거든예. 그 때부터 중국뿐 아니라 동양을 싫어하게 됐심더. 나중에 부산의 자갈치시장도 눈앞에 어른거리고 신발벗고 들어가야 했던 부산집도 생각나는 거라예. 친구들도 무지 보고 싶고예"

둘째, 모 텔레비전에 출연한 할리가 맛있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이다. 할리의 구수한 부산말과 함께 완전히 부산 사람이 된 할리의 인식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홍렬 : 할리씨는 보신탕 드셔 보셨어요?

할리 : 당연히 무그바찌예, 억씨로 맛있었쓰예∼.

이다도시 : (경멸하는 눈빛으로) 오…그걸 어떻게 먹어요?

할리 : 맛있기만 하든데예. 머.

홍렬 : 몇 번 먹어 보셨나요?

할리 : 마이 무그봤으예. 우리 장모님이 여름되면 마이 해주지예!

이다도시 : (째려보며) 개를 어떻게 먹을수 있죠? 오∼ 마이갓!

할리 : 즈그들은 달팽이도 무그면서 개묵는 거 가꼬 난리고.

이미 이홍렬은 웃느라 뒤로 넘어간 상태였다.

이다도시 : 개는 우리의 친구예요. 그걸 어떻게 먹어요?

이때 할리의 명언 한마디

할리 : 달팽이도 우리의 친구지예∼.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8. 8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9. 9“美·이란, 호르무즈 재개방 위한 단계적 합의 모색”
  10. 10시진핑 "美 동물원에 '우호의 사절' 판다 두 마리 보낼 것"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4. 4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5. 5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6. 6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 이미 한국 입국해
  7. 7[정가 인&아웃] 울산 남갑서 당권파 - 친한계 격돌하나
  8. 8“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9. 9[속보] 정부,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한국행’ 발언 사실상 확인
  10. 10국힘 유용원 “北포로 송환, 정부 노고 감사…젤렌스키 통해 알려진 건 아쉬워”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4. 4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5. 5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8. 8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9. 9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0. 10빚에 허덕이는 20·30세대…올해 '개인회생 신청' 3만명 육박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4. 4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5. 5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6. 6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7. 7곳간 적자 사하구, 감천마을축제 예산은 더 늘려
  8. 8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9. 9밀양 분만 의료공백 현실화…산모들 부산·창원 원정
  10. 10가게 이름 ‘시진핑’이라서?…한밤중 괴한에 ‘페인트 테러’ 당한 중식당
  1. 1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2. 2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3. 3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4. 4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5. 5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6. 6[속보]한국 카누,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4인승 500m 금메달
  7. 7부상 악재 이정후, 사실상 시즌 아웃
  8. 8육상 8년 만의 금빛 질주 기대…육상 29일까지 ‘골든데이’
  9. 9셔틀콕 女단체 4강행…배드민턴 女단체전 2연패 시동
  10. 10프로농구 시범경기 24일 점프볼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