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와 제갈 공명이 처음 만났을 때는 말이 통했을까?
삼국지에서는 유비가 삼고초려해서 세 번째에 제갈 공명을 만났고, 만나자 마자 대화가 가능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유비는 화베이 즉, 화북지방 출신이고 제갈 공명은 산둥 즉 산동 지역 출신이라 요즘의 소통 사정을 참고해 보면, 만나자 마자 서로간의 대화는 곤란할 것 같다.
중국은 뜻글자인 한자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발음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방언이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한다. 화북과 산동지역의 말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하려면 중간에 통역을 해주는 통역관이 있거나 필답으로만 가능하다. 그것도 아니면 치밀한 유비가 제갈 공명을 얻기 위해 먼저 산동지방의 말을 배워서 제갈 공명을 만났다고 한다면 처음부터 대화가 가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방언의 차이가 심한 지역의 정치적인 소통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다.
최근에 전라도 출신의 국회의원과 경상도 출신의 국회의원이 서로의 말을 바꿔 연설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아래의 연설은 전라도 출신의 정치인이 국회 지방자치발전연구회가 마련한 '사투리 어울림 한마당'에서 저출산 문제, 독도 문제, 지방색 문제를 경상도 말로 연설한 내용이다.
"60년대 새마실 운동 만키로 9시만 되불만 전기를 끄나삐고, 10시부터는 통행을 금지시캬, 아를 만들도록 해야 합니더. 이거이 에나지도 줄이고, 일석이조 아입니꺼."
"일본 얼라들이 독도를 저거 땅이라고 하니깐 억쑤로 열이 받아가꼬 마 요새 잠을 설친다 아잉교. 일본 아∼들 다리 몽둥이를 다 뿌라삐고, 뒤통수 쎄게 한대 쌔리뿔고 나서 독도뿐만 아이라 대마도도 마 우리땅이라꼬 큰 소리로 해불고 싶드라고예."
"문희상 의장하고, 박근혜 대표하고 나란히 앉차야 됩니데이. 니캉내캉 이 얘기 저 얘기 하믄 국민들도 좋다 할 낍니다. 생각해 보이소. 억씨게 생긴 문 의장하고, 곱상한 박 대표 나란히 앉차노믄 누가 덕 보겠습니꺼."
위의 표현은 경상도 말 같지만 경상도에서 쓰는 말과 다른 표현이 많이 보인다. 지방색을 없애겠다는 정치인의 의도는 좋지만 국적 불명의 어색한 경상도 말로 연설을 한 것은 중요한 오류이다. 위 연설은 경상도 억양까지는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상도 말과 다른 낱말이 쓰이고 전라도 어투마저 섞여 어색하다. 단순한 경상도 낱말이 조합된 말이라서 웃음만 유발하는 무늬만 경상도 말이다. 특이한 억양과 어휘만을 바꾼다고 전라도 사투리가 바로 경상도 사투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히 위의 '새마실운동, 만키로, 되불만, 금지시캬, 만들도록 해야, 이거이, 마, 쎄게, 해불고 싶드라고예, -하고, 니캉내캉, 얘기, 곱상한' 등은 경상도말을 잘못 바꾼 것이다.
먼저 경상도 말에서는 '새마을'과 같은 고유한 명사는 발음의 문제만 있을 뿐이지 '새마실'과 같이 부분을 해당 낱말로 바꾸지는 않는다. '만키로'는 '매이로'나 '매로'로 바꾸어야 하며, '만들도록 해야'는 '맹글게 해야'로 써야 경상도 말처럼 들린다. 또 '되불만' '이거이' 등은 전라도식 발음이지 경상도 말이 아니다.
'되불만'은 '되뿌면'으로 고치고, '이거이'를 '이기'[이것이]라고 해야 옳다. '금지시캬'는 '막아뿌고'나 '금지 해 가'로 바꾸어야 한다.
첫 연설은 '60년대 새마얼 운동 매로 9시만 되모 전기를 끄나삐고, 10시부터는 댕기는 질을 막아뿌고, 아를 맹글게 해야 합니더. 이기 에나지도 줄이고, 일석이조 아입니꺼'로 바꾸어야 경상도 말이 된다.
두 번째 연설의 '마'는 '그냥'이라는 뜻으로는 경상도 말이지만 군말로 쓰면 일본말투이기 때문에 피해야할 낱말이다. '쎄게'는 '시게'가 맞는 표현이고, '해불고 싶드라고예'는 '-예'만 붙인 어색한 표현이다. '해불고'는 전라도말이기 때문에 없애야 하고 '싶드라고'는 '-접다'로 표현해야 경상도 말이 된다. 이 표현은 '말해 삐리고 싶다'나 '괌 지르고 접다[시프다]'는 말로 바꾸어야 경상도 말이 된다.
둘째 연설은 '일분 아들이 독도를 지그땅이라고 쎄우니 억쑤로 열 받아가 요새 잠을 설치삔다 아잉교. 일분 아들 다리 몽다리를 다 뿐가삐고, 디통시를 씨게 한대 쌔리뿔고 나서 독도뿐 아이라 대마도도 우리땅이라꼬 큰 괌 지르고 시픕니더'로 바꿔야 경상도 말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연설 중에서 '-하고'는 '-캉'으로 써서 '문희상 의장캉, 박근혜 대표캉'이라고 표현해야 하고, 뒤에 쓰인 '니캉내캉'은 자신이 들어가야 쓸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두치서[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얘기'는 '말을 하모'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끝으로 '곱상한'이란 표현은 '참한'이라고 바꾸는 것이 더 경상도 말답다.
마지막 연설은 '문희상 이장캉, 박근혜 대포캉 나라이 안차야 됩니더. 두치서 말을 하모 국민들도 좋다 할 낍니다. 함 생각해 보이소. 억씨게 생긴 문 이장하고, 참한 박 대포를 나란히 앉차노믄 누가 덕 보겠습니꺼'로 바꾸는 것이 더 경상도 말답다.
처럼 위의 정치인의 경상도 말은 본래의 경상도 말과는 다른 무늬만 경상도 말이다. 경상도 말이나 전라도 말은 몇 개의 낱말만 바꾸고 특징적인 씨끝만 바꾼다고 그 지역말이 되지 않는다.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 억양을 배워 정확한 경상도말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높낮이를 이용하지 않던 사람이 높낮이를 배워 활용하기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준비없이 행한 연설은 그 본질적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 지방색 타파라는 의도와 달리 즉흥적이고 흥미본위의 사투리로 희화되어 인식된다면 지방색을 오히려 더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진정한 소통은 사투리 몇 마디를 통해 임시 방편으로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
덕과 포용력의 유비와 법가 패도정치의 치밀한 제갈 공명은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른 지역의 출신이라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을 딛고 그들이 서로 만나 천하를 논한 것은 언어의 소통의 결과물이 아니다. 이는 자신의 지역말을 넘어서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그들을 한마음으로 소통시킨 것이다. 피상적으로 지역말을 따라하는 인간관계에서는 어떠한 시도도 통하지 않는다.
결국 진정한 소통은 타 지역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유비와 제갈 공명처럼.
이근열 부경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