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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미학 <24> 경상도 말과 전화요금

탁월한 함축성…통화시간과는 무관

통화시간과 상관관계 없어

'말 느린' 충청도 통화 짧아

충청도말 압축률 가장 높아

경상도말 청각적 효과 뚜렷

  • 이근열 교수
  •  |   입력 : 2005-04-07 14:38:45
  •  |   본지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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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경상도 출신의 사람들은 전화요금이 적게 나오고 충청도 출신의 사람들은 전화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경상도 사람들은 말을 적게 하면서도 빠르기 때문에 전화 요금이 적을 것이고 충청도 사람들은 원래 말이 느리기 때문에 전화 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음의 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믿음을 더욱 확신시켜 준다. 먼저 경상도 사람과 아들의 전화 내용이다.

<전화1> 30분 후에 집에 올 때 하는 말
아들 : 아부지. 언제 들어오세요?
아버지 : 지금 드가(지금 들어간다)
철컥~(전화 끊는 소리)

<전화2> 1시간 후에 집에 올 때 하는 말
아들 : 아부지. 언제 들어오세요?
아버지 : 금방 드가(금방 들어간다)
아들 : 저. 금방 언제… (끊으실까봐 무지 빠르게) 그러나 철컥!

<전화3> 1시간 넘게 걸릴 때 하는 말
아들 : 아부지. 언제 들어오세요?
아버지 : 좀 이따 드가
아들 : ........ (안 물어본다) 역시 철컥~~!

<전화4> 언제 들어올지 기약이 없을 때
아들 : 아부지. 언제 들어오세요?
아버지 : 니들 먼저 밥무라!
자식: 네.


이 대화에서 경상도 사람의 말을 요약하면 '지금 = 30분, 금방 = 1시간, 좀 있다 = 1시간 넘어서, 니들 먼저 밥무라 = 언제 들어갈지 모름'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상도사람의 대화는 상당히 함축적이고 경제적이다. 이러한 경제성과 함축성은 경상도 말의 특징이다.

그런데 언어의 함축성과 경제성은 전화요금과는 상관 관계가 존재할 수 없다. 전화요금은 특정 사람의 언어 사용 습관과 화법에 대한 문제일 뿐 언어적 축약과 빠르기와는 관련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도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화 요금이 많이 나올 것이고 말을 아끼는 사람은 전화요금이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말을 빠르게 하는 사람도 많은 내용을 말하면 통화시간이 길어지고, 말이 느린 사람이라도 짧게 말하면 통화시간은 짧아진다. 또한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도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을 비교할 때도 젊은 사람들이 더욱 길게 나올 가능성이 있고, 지역별로도 회사가 밀집된 지역과 주택지역, 직업군으로도 말이 많이 필요한 영업직과 그렇지 않은 직업에 따라 전화 요금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지역별의 서투른 비교는 많은 편견을 낳는다. 그래서 말의 많고 적음은 지역적 차이가 아니라 개별적인 차이로 간주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충청도 사람들이 말이 느리기 때문에 전화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것도 편견이다. 실제로 모 텔레비전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어른들을 비교해서 동일한 통화 내용을 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보니까 충청도 어른들이 타 지역보다 10초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의 편견이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충청도 말이 느리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장의 끝에서 길이가 느껴지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전체적으로는 느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분적인 인식으로 전체가 다 그렇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충청도 사람의 언어의 압축률이 언어의 빠르기를 지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례1>
표준어 : 정말 시원합니다.
경상도 : 억수로 시원합니더.
전라도 : 겁나게 시원해버려라잉.
충청도 : 엄청 션해유.

<사례2>
표준어 : 잠시 실례합니다.
경상도 : 내 좀 보소.
전라도 : 아따 잠깐만 보더라고.
충청도 : 좀 봐유.


이러한 압축률의 단순한 비교를 통해 보면 전라도 사람들이 가장 말을 길게 하고 충청도 사람들이 가장 짧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문장의 압축률은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나며 수식어의 사용 여부에 따라 길이도 달라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충청도 사람의 '좀 봐유'에서 '내 좀 봐유'라고 말하고 경상도 사람이 '내 좀 보소'를 '봅시더', 혹은 '좀 보소'로 말하면 축약률의 우선 순위는 달라진다. 또한 소리의 빠르기를 결정하는 것은 동일한 시간에 발음할 수 있는 단어의 양이다. 그래서 속칭 '수다맨'이 가장 빠를 뿐이지 지역적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경상도 말은 높낮이가 있어서 길이로 발음하는 다른 지역보다 한 음절의 길이가 짧다. 마치 같은 상자를 위로 높이 올려 놓은 것이 옆으로 늘어 놓은 것과의 길이에서 차이가 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겹홀소리(이중모음)의 발음이 제약
   
이근열
이 되어 축약되거나 탈락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높낮이의 언어는 음 높이의 변화로 생기는 인상과 느낌에 따라 강하고 빠르게 들린다. 또 '나 밥 도'와 같이 문장 속에 토씨(조사)가 생략되는 경향과 어미가 축약되는 경향이 많아 문장이 짧다. 그리고 '안 예쁘다'와 같이 부정 표시를 앞세운다는 점은 언어의 청각적 인상을 뚜렷하게 만들어 빠르게 들린다. 이러한 언어적 특성이 경상도 말의 빠르기를 결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언어의 빠르기와 언어 사용의 빠르기는 다르다. 언어 사용의 빠르기는 개인별 화법에 따른 것으로 빠른 언어가 전화 비용을 결정할 수 없다. 이근열 부경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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