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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미학 <18> 부산 사람의 부름말

친족어에 "야, 요, 예" 붙여 친근감 표시

처음보는 사람들 한테 "아재요·아지매요" 예사

"누나"에 울림소리 넣어 "누우야"로 더 부드러워

"할부지예, 할무이예" '예'는 '요'보다 높임말로

  • 강우원 인제대 교수
  •  |   입력 : 2005-02-24 14:38:53
  •  |   본지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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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역 사람이 부산에 처음 오면 용광로 같은 융화력에 놀란다고 한다. 또한 타 지역의 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좋은 곳도 이 곳 부산이라고들 한다. 부산의 융화력에 대해서는 여러 원인이 있다. 지리적으로 부산은 이질적인 문화가 들어오는 통로이다. 여러 이질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어 이질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강한 곳이다. 그래서 부산은 일본인 거주 지역인 왜관과 미군 부대 등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문화요소를 수용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한국전쟁을 통해 많은 이주민이 부산으로 오면서 서로간의 협력과 조화가 필요해졌고 그에 따라 타 지역에 대한 관용적 태도가 나타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이러한 부산의 문화적 속성은 부름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부산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보소, 아재요, 아지매요"식으로 다른 지역보다 친족어를 부름말로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 '아재나 아지매'가 친족어라고 믿는 타 지역 사람들은 부산사람이 말다툼을 할 경우 '아재, 아지매'가 '조카'하고 싸운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산에서는 낯선 사람에게도 '아재와 아지매'가 많이 사용된다. 또 부산말에서는 '총각요, 처이야' 등 지칭하려는 대상에 '-야, 요' 등의 토씨를 붙여 친근성을 좀 더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보통 친족어는 '아버지, 어머니, 누나, 오빠' 등과 같이 울림소리로 끝나서 그 자체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그런데 부산말에서는 울림소리로 끝나는 이러한 친족어에 울림소리인 부름토씨를 한 번 더 붙임으로써 더욱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흔히 다른 지역에서도 친근감이 있는 별명들은 '짱구야'처럼 이름 부름말과 같이 친근감을 나타내 주는 토씨 '-아/-야'가 붙어 사용되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부정적 느낌이 드는 별명들은 '짱구'처럼 부름 토씨 없이 단독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부산말은 친근성이 좀 더 보장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친족어에 부름자리 토씨가 붙으면 음절수가 늘어나, 말에 높낮이가 생겨 더욱 부드러운 느낌을 주게 된다. 그래서 '어무이'보다 '어무이예'가 더 친밀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부산말에서 친족어에 부름자리 토씨가 붙게 되면 부름 토씨가 없는 경우보다 더 부드럽고 친밀한 느낌을 주게 된다.

부산말의 부름 토씨 '-야, -요, -예'는 말할이가 가진 높임의 의도에 따라 달리 선택되어 나타난다. '누우야'(누나야)처럼 '-야'는 말할이가 높임의 의도를 가지지 않았을 때 붙이게 되는 것이고, '할무이예, 어무이요' 등에서와 같이 '-요, -예'는 말할이가 높임의 의도를 가졌을 때 사용한다. 그런데, '-요'와 '-예'는 어감에 차이가 있다. 즉, '-요'는 '-예'에 비해 말소리의 높이가 낮을 뿐만 아니라 짧게 끊어져서 상대적으로 딱딱하고 강한 느낌을 주는데 반해, '-예'는 '-요'보다 말소리가 높고 말끝에 여운이 생겨 부드럽고 연약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요'나 '-예'가 같은 친족어에 쓰일 수 있다 하더라도 '-요'와 '-예'에서 나타나는 어감이 다르기 때문에 '할배요, 할매요'에서처럼 '-요'는 친족어의 짧은 형태에 잘 붙고, '할아부지예, 할무이예'처럼 '-예'는 원래 형태에 잘 붙어 나타난다.

특히 '예'는 '요'보다 상대를 더 존대하는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쓰이게 되면 심한 지방색으로 인해 지적 수준을 의심받게 되고, '요'는 '예'보다 격식을 갖춘 듯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허물없는 사이에서 쓰이게 되면 친밀감에 금이 갔음을 예고해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아가씨예, 행수예'처럼 말하는 사람이 갑자기 '아가씨요, 행수요'라고 말한다면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둘 사이의 관계를 격식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리할 수 있다.

   
강우원
이처럼 부산말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친족부름말으로 부르는 것과 친족어에 부름 토씨가 붙는 것은 낯선 사람에게 친밀감을 좀더 강하게 하고 익숙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정감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름말은 낯선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에 친밀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사람의 친밀감 있는 부름말은 부산사람들의 넓은 포용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라 할 수 있다. 강우원 인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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