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산 아이가 아파트 앞에 놀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할머니가 지나가면서 아이에게 "너 이 아파토 사니?"하고 빠른 어투로 물었다. 그러나 아이는 대답 대신 울먹이며 "우리 아빠 똥 안 싼다 말이야"라고 말했다. 부산 아이의 귀에는 할머니의 높낮이가 없는 빠른 서울말이 "너희 아빠 똥 싸니?"로 들린 것이다.
또 서울 사람이 '미스 안'을 소개하면서 "얘는 미스 안이야"라고 했다면, 경상도 사람에게는 안씨 처녀가 '처녀'가 아니라 '아줌마'란 정보로 해석할 수가 있다.
이는 경상도 말처럼 '안'에 높이를 주지 않고 서울말처럼 길이로만 말할 경우엔 "얘는 미스 아니야"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말은 길이로 뜻을 구분하기 때문에 높낮이로 구분하는 경상도 사람에겐 평범한 서울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 부산사람은 흔히들 서울말이 바로 표준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서울말이 부산말보다 고상하며 논리적이며 체계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어는 공식적이면서 가공적인 언어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말로 서울말 자체를 표준어라고 하지 않는다.
표준어는 서로 다른 지역의 말을 하나의 표준을 정해 교육하고, 공식적인 표준으로 정하기 위해서 여러 지방말의 공통적이고 합리적인 요소를 가려 뽑아 정한 것이다. 서울말은 부산말, 광주말 등과 같이 여러 지역 사투리의 하나이다. 부산말이 'ㅔ/ㅐ, ㅡ/ㅓ'가 구분 없이 통합 되듯이 서울말도 'ㅡ/ㅓ'를 구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른'을 [으른]으로 발음한다든지, '없다'를 [읍다]로 발음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는 경상도 사람이 'ㅡ'를 'ㅓ'로 발음하는 데 반해 서울 사람은 반대로 'ㅓ'를 'ㅡ'로 발음하는 차이일 뿐 두 지역 다 표준 발음은 아니다. 또한 서울말에도 '-하고'를 '-허구'로 발음하는 등 엄연히 사투리가 존재한다.
부산 사람들은 서울말이 표준어에 가까워서 좀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들리기 때문에 부산말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한 막연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산말보다 서울말이 좀더 논리적이면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우리들의 심리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 언어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어휘적인 면을 살펴 보자. 서울말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고 많이 먹어라'에서 '찬밥'의 상대말은 '더운밥'이다. 그러나 '차다'는 '뜨겁다', '시원하다'는 '덥다'가 상대적 개념이라서 '찬밥-더운밥'은 논리적으로 어긋난 낱말이다. 서울말 '찬밥-더운밥'보다는 부산말 '차분밥-따신밥'이 '찹다-따시다'의 개념이 사용되어 더 논리적이다. 또 음운론적으로도 '춥다, 덥다'를 '추운, 더운'으로 불규칙적으로 활용하는 서울말보다 '추분, 더분'으로 'ㅂ'이 규칙적으로 활용하는 경상도말이 언어 사용에 더 편리할 수 있다.
또한 서울말에는 '싸움을 말리다'나 '옷을 말리다'에서 보듯 '말리다'는 개념이 '싸움'에서 쓰고 '옷'에서도 쓴다. 그러나 부산말에는 '싸움'은 말기고, '옷'은 말리는 것으로 표현한다. 부산말은 '말기다'는 무엇을 하지 말게 하는 것이고, '말리다'는 물기를 날려 없애는 것으로 분화되어 있어서 서울말보다 합리적이다. 낱말이 분화되어 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대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기 때문에 더 진화된 말이라 할 수 있다.
문법적으로 서울 사람은 부정형을 만들 경우에 '안 춥다'나 '춥지 않다'식으로 '안'을 앞에 놓기도 하고 뒤에 놓기도 한다. 그러나 '밉지 않았다'의 경우엔 '안 밉다'로는 표현하지 않는다. 이는 동사와 형용사의 부정형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경상도 말에서는 '안 그칸다. 안 미얄스럽다, 안 못생겼다, 안 잠온다'는 식으로 부정형 '안'을 앞에만 위치하게 하는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문법 규칙을 기억하기 편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부정어를 앞에 둠으로써 전달의 명료성을 꾀할 수 있는 지혜로움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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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열 |
우리는 막연히 우리 부산말이 서울말에 비해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말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부산말이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말이 아니라 부산 사람의 생각이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다.
부산말과 서울말은 서로 그 지역에 맞도록 변화된, 같으면서도 다른 언어인 것이지 결코 어느 한 쪽 말이 우월하거나 저급한 언어가 아닌 것이다. 이근열 부경대 국문학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