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이 경부선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가는 모습을 살펴보면 재미있다. 먼저 대구까지는 옆 사람에게 인사도 건네지 않고 창 밖만 바라보고 무덤덤하게 앉아 있다. 무뚝뚝하게 있어서 옆 사람도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가 옆 사람과 어떻게 인사라도 건네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전까지 가기 전에 남이 묻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고향이 어디며, 아버지나 형제가 무엇을 하는지 속내를 털어 놓는다. 그 후 소줏잔이라도 나누면 자신의 중요한 밑천을 다 털어 놓는 성격이다. 그래서 쉽게 남을 믿어 버리는 순박함이 본인을 불리하게 만들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가 부산 사람이다.
이러한 부산 사람의 기질은 인사말에 잘 반영되어 있다. 부산 사람들은 낯선 사이에서는 등산길이나 좁은 길에서 서로 마주칠 경우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피해버리거나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낯을 가리는 행위는 비사교적이거나 정이 없는 행동으로 비치기도 하는데 사실은 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은근한 경상도 기질 때문이다.
부산 사람은 친한 사이라도 서로 만나면 '어데 가능교?' '장에 나왓능교?' '왔능교' 등 퉁명스럽게 보이는 의례적 인사가 고작이다. 의례적 인사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속내로는 친근함과 다정함이 깊게 담겨 있다. 단지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꺼려하는 은근한 기질이 화려한 수식어의 사용이나 교언영색하는 말로 치장된 표현을 기피하게 만든 것이다.
먼저 부산 사람이 건네는 호칭이 '아지매'나 '아재' 등과 같은 친족명칭이 보통의 지칭말로 표현되는 것도 이와 같은 다정함의 표현이다. '아지매'나 '아재'는 다른 지방 사람들이 들으면 삼촌이나 아주머니의 친족의 명칭이지만 부산 사람이 쓰면 같은 친족끼리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보통 명사이다.
또한 '아침 잡샀능교?, 밥묵었나?' 등의 인사말도 배고픈 시절의 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은근히 상대를 걱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인사말이다. 특히 '맛이 있나?'보다 '많이 묵었나, 많이 묵어라'를 많이 쓰는 것도 상태의 표현보다 상대방을 위한 배려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그래서 누가 죽었을 때, 죽었다는 말보다 '편이 했다'(편하게 되었다)는 기원적인 의미의 표현을 써서 상대를 위로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조그만 선물을 받았을 경우에도 '고맙데이'라는 말보다 '뭐로 이래 쌌노?''뭐로 이런 걸' 등으로 상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부산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한 인사말이다. 이러한 우회적인 표현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고향 나이 직장을 캐물어서 자기와의 동질성을 찾으려는 순박함에서 시작되어 자기의 잘남을 자랑하기보다 자기 주위의 잘 아는 사람을 내세워 은근히 자기를 과시하려는 기질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 예로 '고향이 어데요'라고 물어서 상대방이 '아무개 군이다'고 하면 '아 아무개 군에는 내가 잘 아는 사돈의 팔촌이 군수로 있소'라고 말함으로써 군수와 자기를 동일시하여 상대방에게 보다 우월하게 자기를 과시하려는 우회적인 방법도 자주 쓴다.
그러나 부산 사람들은 상대의 나쁜 점을 덮어 두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려는 인사말도 많다. 특정한 물건이 이상하게 생겨 사람들이 거리끼면 '생긴 거는 그래도 맛은 있데이'하면서 장점을 부각하며, 학력이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으면 '공부한 거는 없어도 머리는 영리하데이'하면서 긍정적인 면을 선택하여 이야기 한다. 이사한 집이 작아 방이 비좁아도 '소잡아도 개잡아 댔다'(비좁아도 가까워 됐다)는 식으로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부각하여 표현함으로써 긍정적인 방법으로 언어를 사용한다.
인사말은 문화적 표상이며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질의 반영물이다. 부산 사람이 도와준 사람에게 자상하고 싹싹하게 인사하기보다는 '고맙심더'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것도 교언영색을 모르는 담백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산 사람의 인사말은 근본적이고 퉁명하거나 무뚝뚝한 것이 아니라 소박하면서 우회적으로 은근한 표현을 사용하여 상대를 고려한 배려의 입장에서 사용된 언어인 것이다.
김봉모 부산대 국문학과 교수
#'기다'는 '그것이다' 준말-멍게·가새표(×)도 해당
'아니다''기다'할 때 '기다'는 표준어일까 사투리일까?
정답은 표준어이다. 우리는 흔히 '기다'하면 사투리로 인식한다. 그러나 '기다'는 '그것이다'의 준말로 사투리 같은 표준어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표준어로 쓰이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개다. 우선 '우렁쉥이'가 원래 표준어였는데 경상도 사투리인 '멍게'도 워낙 많이 쓰이니까 복수 표준어로 등재된 경우이다. 다음으로 '○'와 '×'표 중에 '×표'도 경상도 발음 '가새표'가 표준어이다. (요즘은 '가위표'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다.)
우리는 흔히 사투리하면 모두 표준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표준어에 없는 낱말은 사투리에서 보완해서 사용해야만 우리말의 어휘가 풍부하고 다양해진다. 예를 들어 경상도 말의 '꼬꼽하다'하다는 낱말은 물기가 약간 마르다는 뜻으로 표준어에는 없는 표현이다. 또 '꼼밥'은 달걀 속을 비워내고 그 안에 쌀을 채워 밥을 만든 것인데, 이것도 표준어에는 없는 낱말이다. '더듬수'는 '어설프게 하는 일이나 행동'을 뜻하는 경상도 말이지만 표준어는 이러한 표현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사투리는 우리말의 발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말의 창고이다. 위의 낱말들이 빨리 표준어로 등재되어 우리말의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