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경상도 사람은 여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 무뚝뚝하다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 남자는 여자를 안고 가는 것처럼 다정하게 걸어가고, 경상도 남자는 여자를 뒤에 두고 멀찍이 앞서 가기 때문에 아내를 데리고 길을 가는 모양을 보면 누가 서울 사람이고 경상도 사람인지 금방 구분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이 살갑게 여자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 해서 여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자신이 너무 멀리 가서 여자가 쫓아오지 못하면 뒤를 보고 "빨리 안 오고 뭐하노" 하면서 여자를 기다린다.
이러한 말과 행동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잠시 뒤를 보고 기다리는 행동 속에 여자에 대한 배려가 나타나고, 퉁명스럽게 보이는 말에 나름대로 마음 속에 있는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 안 오고 뭐하노"는 상대를 질책하거나 나무라는 부정적인 표현이 아니라 어서 빨리 오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해서 마음의 정을 강하게 표현하는 어법이다.
이와 같이 경상도 말에는 부정적으로 보이는 부정어나 비속어, 과장된 표현을 자주 쓰기 때문에 퉁명스럽거나 무뚝뚝하게 보이는데, 같은 부정적 표현이더라도 그 의미는 부정적인 뜻으로만 해석되지 않으며 그 속에 다른 마음 속의 의미를 다양하게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먼저 부정적인 상황에 쓰이는 표현에도 그 속에는 반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있다. '똑똑해 빠졌다'는 '제 혼자 잘난 척 한다'는 표현이고 '어북 잘하는 갑다'는 '잘함은 인정하되 못마땅하다'는 표현이며, '사장이라카능기'의 '카능기'는 상대가 원하는 수준에서 마음에 안 들 때 쓰는 표현이다. 여기서 '빠졌다'나 '어북', '카능기'는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별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쓰는 일종의 부정적인 반어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반어의 뜻으로 쓰이는 표현은 '언제 오데 에나다 아나 엔가이 업시 우짤라고' 등 다양하다. 또한 경상도 말의 과장적인 표현도 이러한 부정적 반어의 뜻을 가진다. '짜다라 가더라, 쌔애 삐리다, 억시기 좋겠네, 말캉 헛일이다, 천지 빼까리다' 등과 같은 표현에 나타난 '짜다라, 쌔애삐리다, 억시기, 말캉, 천지빼까리' 등은 실제의 상황보다는 과장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과장된 표현을 쓰는 것은 상대의 지나친 행동에 대해 별 것 아님을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다음으로 경상도 말에서는 부정어나 비속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의미는 긍정적인 확인이나 마음의 정을 표현하는 말이 된다. 먼저 부정어를 사용하더라도 부정의 뜻보다는 마음 속의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안죽 처이라 안 카겠나?' '그기 안 어렵십니까?'에서는 일반적인 물음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그거는 내가 안 묵었나?'나 '그거는 내가 묵었다 아이가'에서처럼 내가 주어일 경우에는 자신 그 사실을 확인하거나 시인하는 서술이 되고, '니가 안 묵었나', '니가 묵었다 아이가'에서처럼 너가 주어일 경우에는 너의 행위의 사실 확인의 물음이 된다. 이러한 물음의 형태는 부정적인 뜻으로 해석되기보다는 되물음의 형태로 사실의 확인이나 시인의 의미로 해석된다.
또 비속어 사용 역시 말 그대로 부정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망할 가시나, 인정머리없는 영감쟁이, 저런 여시같은 가시나, 빌어먹을 놈, 빙신겉은거 등의 표현은 상대방에 대한 친근감이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같은 비속어는 기대되는 상황이 어긋나거나 잘못될 때, 마음 속의 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일종의 반어법이다.
경상도 사람의 기질을 흔히들 '태산고악'(泰山高嶽) 또는 '해중고도'(海中孤島)라고 한다. 이는 큰 산의 봉우리와 같고 바다 중의 외로운 섬과 같이 남과 어울리지 않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이 무뚝뚝하고 사교성이 적음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 |
| 김봉모 |
그러나 경상도 사람은 교활한 언어나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말로써 인심을 얻기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나게 해서 상대방에 믿음을 주려는 의도에서 언어 사용이 조심스럽고 은근하다. 결국 경상도 사람이 싸움을 하는 것 같은 언사, 퉁명하게 보이는 표현들도 필요한 부분만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그 외의 군더더기의 표현을 생략함으로써 무뚝뚝하고 비사교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은근하고 암시적인 긍정적인 언어인 것이다.
김봉모 부산대 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