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 중에는 노래하는 새가 따로 있다. 까치 멧비둘기 등은 단순한 소리만 반복해서 내지만 종다리 쇠유리새 휘파람새 등 '명금류'라고 불리는 새들만 가락을 이용해 노래할 수 있다. 그런데 새들의 노래는 지방마다 다르다고 한다.
즉 동물도 사투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조류가 사투리를 한다는 것은 동물도 부모나 이웃으로부터 같은 언어 학습을 받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실이 된다. 새들의 사투리는 지역적으로 통용되는 신호라서 새로 태어난 새끼새는 사투리를 알지 못할 것이고, 그 새가 그 지역에서 원활하게 살아 가면서 구애를 통한 번식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사투리를 전수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철새보다는 텃새가 한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사투리로 소통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 사는 휘파람새는 겨울철에는 필리핀에 갔다가 여름철이 되면 번식을 위해 다시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철새인데도 사투리가 있다고 한다. 철새인 휘파람새에게 사투리가 있는 이유는 이들이 태어난 곳에서 자기 아버지나 이웃집 아저씨에게 배우고,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찾아와 번식을 하면서 2세들에게 사투리를 전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제주도의 휘파람새는 휘파람 앞 부분의 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반면에 내륙지방 휘파람새의 소리는 잘게 끊어지는 경향이 있고 거제도나 완도에 사는 휘파람새는 제주도와 내륙의 중간 정도에 해당되는 휘파람 소리를 낸다고 한다.
또한 휘파람 소리 다음에 계속 이어지는 음절들도 각 지역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새들의 노래에도 새들은 사는 곳에 따라 음절의 모양 뿐 아니라 음의 높낮이도 판이하다고 한다.
숲이 우거져 휘파람새가 몰려 사는 제주도에는 소프라노가 많은 반면, 드문드문 사는 육지의 휘파람새는 바리톤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같은 경상도 말이라도 내륙지방과 해안지방의 언어가 다른 이유와 밀접하게 닮아 있다는 것인데, 새들도 인간의 사투리의 분화와 같은 방식으로 노래가 분화된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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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파람새 |
인간이 새를 명명하는 어휘에도 지역별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새들의 명칭은 대체로 새의 특성에 따라 붙이는 것과 새의 노랫소리로 붙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역 사람들이 인식하기 쉽고 구별하기 쉬운 방법에 의해 다양한 이름이 나타난다. 이 중 새의 특성은 크기나 색깔 사는 곳, 습성 등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특징적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이용해서 이름을 짓는다.
그 예로 흔히 보는 '참새'는 '먹을 수 있는 진짜 새'라는 뜻으로 붙인 의미이며 또한 '황새'는 '크기가 크다'는 뜻으로 붙인 '한새'에서 변한 말이다. '까마구'는 검정 색깔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쇠기러기'는 '소와 같이 큰 기러기'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고 '멧까치'는 산에서 산다고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부앵부앵' 우니까 부앵이, 따옥따옥 우니까 '따오기', 꾀꼴꾀꼴 우니까 '꾀꼬리'로 붙인다.
이처럼 새의 이름은 지역에 따라 인식하기 쉬운 방법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새의 이름 중에서 '두견새'와 같이 한자어로 된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나 일본말인 '잉꼬(インコ)'로 불리는 새는 이름으로써는 식별하기 어려우니까 울음소리인 '소쭉새'로 인식하거나 특성에 따라 '사랑새'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런데 소쩍새(두견새)나 뻐꾸기가 생김새로는 쉽게 구별되지 않고 울음 소리도 유사해서 대부분의 경상도 사람들은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두 새의 울음이 '풀국풀국'으로 들리는 거창 남해 합천 거창 창원 지역에서는 '풀꾹새'로 부르고, '부꿈부꿈'으로 들리는 양산 의령 사천 지역에서는 '부꿈새'로 부른다. '뚜꾹뚜꾹'으로 들리는 진주 지역에서는 '뚜꾹새'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듯 지역에 따라 자신들이 인식하기 쉬운 방법으로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기억의 편리성 때문이다. 그러나 더러는 젊은 사람이나 표준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원래의 명칭이 고상하고 더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도 많다. 다음의 부산말을 생각해 보자.
"봄이 되면 '띠지기'가 땅을 파고, '뿔찌'가 잠자고, '똑딱새'가 나무를 찍고, '물닭'이 알을 낳는다." 이 문장에 나타난 '띠지기, 뿔찌, 똑딱새, 물닭' 등은 젊은 사람들이 쉽게 알기 힘든 낱말 같아 보인다. 그러나 낱말의 뜻을 잘 살펴 보면 원래 이름보다 그 대상을 알기 쉬운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띠지기'는 '땅을 뒤지기 좋아 하는 동물'이니까 '두더지'를 나타내는 말이고, '뿔찌'는 '뿔이 있으며 찌(쥐) 모양으로 생긴 새'로 '박쥐'에 해당하는 낱말이다. '똑딱새'는 '똑딱거리며 나무를 찍는 새'로 '딱따구리'를 말한다. '물닭'은 '물에 사는 데 닭 모양을 하고 있는 새'로 '뜸부기'를 부르는 말이다.
이렇게 이름 속에서 그 동물의 특성이 드러나게 만든 것은 인식의 편리함 때문이다. 동물의 이름은 그 특성이나 모습에 따라 기술하는 것이 추상적인 이름보단 효율성이 높다.
특히 올빼미와 부엉이는 모양으로는 쉽게 구분되지 않고 두 귀가 머리 위에 뾰쪽하게 솟아난 것을 보고 부엉이로 인식할만큼 서로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양산 지역에서는 뿔을 가진 새라는 의미로 부엉이를 '뽈찡이'로 부른다.
또한 '꽁꽁꽁' 우는 '꿩'의 경우, 수컷은 '장끼'로 암컷은 '까투리'로 구분해 부르지만 보통 사람에게 암수의 구별은 쉽지 않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은 장끼와 까투리를 그냥 '암꽁' '수꽁'으로 부른다. 암수를 복잡하게 구분하는 것보다는 아예 암수의 이름을 달아서 부르는 편이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는다. 유식한(?) 까투리보단 무식한(?) 암꽁이 더 유용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쉬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 이근열 부경대 국문학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