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경상도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취적이고 정의적 태도, 짠 음식, 정보 중심의 짧은 언어, 강한 높낮이, 사교적인 말의 생략, 강한 축약, 타인에 대한 높은 경계심 등등. 이런 것들이 경상도 특성으로 지적되어 왔다. 여러 요인 중에서 현저하게
구분되는 것은 역시 말씨일 것이다. 요즘은 끈질긴(?) 표준어 교육에 힘입어 경상도 고유의 발음을 잊은 사람도 많지만, 무의식적으로 발음하는 습관 속에 경상도 사람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라면 높낮이가 있느냐 없느냐, 길이가 있느냐, 높낮이가 2개인가 3개인가 등 다양한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면 특정 어미(씨끝)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다. 경상도만 하더라도 "어디 가십니까?"하는 묻는 말을 '어디 가능교?'하고 물으면 대구 경주 울산 부산 등지의 일반적인 경상도 사람이며, '어디 가니껴?'하면 안동 의성 지역 출신 사람이며, '어디 가여?'하고 물으면 상주나 선산 지역 사람이다. 또한 '어디 가니까이다?'라고 물으면 남해나 통영 지역 사람이며 '어디 가는개?'하고 물으면 밀양이나 창녕 지역 사람이다. 또한 특정한 단어의 사용과 특이한 발음은 그 지역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무의식적 발음은 자연 상태에서 속임이 없이 드러나는 것으로 자신과 운명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발음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했다는 중요한 사건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경의 '사사기'에 기록된 길르앗 사람과 에브라임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성경에 따르면 길르앗 사람들이 에브라임 사람들과의 전쟁에서 이기자 에브라임 사람들을 몹시 핍박했다고 한다. 전쟁에 패한 에브라임 사람들이 이를 견디지 못해 요르단강을 넘어 도망하기 시작했는데, 길르앗 사람들이 이를 막기 위해 요르단 강가를 지키면서 변장한 에브라임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길르앗 사람들은 에브라임 사람들이 's'와 ''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헤브라이어의 강을 뜻하는 'shibboleth'(십볼렛)을 발음하게 했다고 한다. 이때 첫소리 'shi'를 "si"로 발음하면 길르앗 사람이고 "i"로 발음하면 에브라임 사람이라고 판단했는데, "i"로 발음해서 잡혀 죽은 사람이 4만20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shibboleth'가 암호나 표어, 말씨 등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에 이중에 경상도 사람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발음 때문에 죽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일본에 있던 우리 나라 사람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이다. 1923년 일본에 관동대지진으로 많은 일본인이 죽고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이 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계엄령을 내리고 군대를 동원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 했는데, 이 명분으로 삼은 것이 '조선인의 폭동'이라 한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조선인을 색출하여 죽이기 시작했는데 조선인을 가려내는 방법이 일본어의 탁음(유성음=울리는 소리)이 들어가는 단어를 발음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첫소리를 일본어처럼 울리는 소리로 발음하기 어렵다. 그래서 첫소리 울림소리를 못내는 우리 불쌍한 조선인들이 6000명 이상 살해당했다. 또한 '노가다'(일용직 노동자) 같은 단어도 이러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발음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어 'どかた'(dokata)는 첫소리가 울리는 "d" 발음이다. 그러나 첫소리 울림소리를 제대로 발음할 수 없어 "d" 발음과 유사한 자리에서 나는 "n"으로 바꾸어 '노가다'(nogada)로 바꾼 결과이다. 이와 같이 발음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높낮이를 제외하고 경상도 사람임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발음은 다음과 같은 종류이다.
먼저 'ㄱ'을 자주 탈락시켜 발음한다. 예를 들어 '목욕'이 "모욕"으로 발음하는 것과 같은데, 이는 'ㅛ,ㅠ,ㅕ,ㅑ'앞에서 'ㄱ'을 탈락시키는 것으로 경상도 사람들의 소리 구조와 관련 있다. 반대로 '올해'와 같은 부분에서는 '올개'로 'ㅎ' 대신에 'ㄱ'으로 강화되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홀소리에도 콧소리를 많이 쓴다는 점이다. 우리말의 콧소리는 닿소리의 'ㅁ ㄴ ㅇ'인데 경상도 말에서는 홀소리도 콧소리를 사용한다는 점이 아주 특이한 점이다. 홀소리가 콧소리로 바뀌는 조건은 '강이'처럼 홀소리 사이에 받침 'ㅇ'이 있거나 '산이'처럼 'ㄴ'이 있을 때, 각각 '가이', '사이'처럼 홀소리가 모두 코안에서 울려 발음된다. 이런 방법으로 '가마니'는 "가마이"로, '시장이'는 "시자이"로, '물동오'는 "물또오"로 발음된다. 만약 이름이 '종건'이라면 이는 "종거이"라고 발음된다.
또 경상도에서는 첫 소리가 입천장소리 '어두 구개음화'로 나타나는 경향도 많다. 우리말에서는 '해돋 +이'(해도지)처럼 보통 형태소 사이 즉, 두 개의 형식이 연결되는 조건에서 'ㄷ, ㅌ'이 'ㅣ'와 결합하여 'ㄷ, ㅌ'이 'ㅈ, ㅊ'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경상도에서는 'ㄱ, ㅎ'도 단어 첫 머리에서 'ㅣ'와 만나면 'ㅈ, ㅅ'으로 바뀐다. 즉 '길'이 "질", '김치'가 "짐치", '힘'이 "심"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잡히다'가 "잽히다", '속이다'가 "색이다", '벗기다'가 "백기다"로 되는 것처럼 뒤쪽의 홀소리가 앞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전설 모음, 움라우트라고 한다.) 홀소리의 발음은 뒤 쪽에서 발음하는 것보다 앞 쪽에서 발음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그 외에도 첫소리를 된소리(ㄲ, ㄸ, ㅃ)로 발음하는 어두 경음화가 발달한 편이다. '가지'를 "까지", '굴'을 "꿀", '갈치'를 "깔치" 등으로 발음하는 것이 그 보기이다.
또 낱말 중에 'ㄴ'을 첨가하여 발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나중'을 "난주", '여치'를 "연치", '까치'를 "깐치"나 "깐챙이", '꾸지람'을 "꾼지람", '가지러니'가 "간지로미"로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버드나무, 소나무, 부살개, 부손'등 'ㄹ'이 탈락되는 단어도 버들나무, 솔나무, 불살개, 불손 등으로 형태를 고정시켜 인식하기 쉽도록 발음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발음이다.
아울러 '잇기다'는 "익기다", '굳게'가 "국게", '밥그릇'이 "박그륵", '곱게'를 "곡게"로 발음한다든지 '손발'을 "솜발", '감기'를 "강기"로 다른 지역과 차이 나게 닿소리를 동화시켜 발음하는 것도 경상도 발음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춥다'가 '추워''추워서'등으로 활용되는 데 경상도 지역에서는 '추버', '추서' 등과 같이 'ㅂ'이 활용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정직한 발음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경상도 발음의 특징적인 발음법은 대체로 발음을 쉽게하거나 인식을 편리하기 위한 방법이거나 특정한 구조에 맞추기 위한 발음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 이근열 부경대 국문학과 외래교수
◇ '갔습니까'의 지역별 발음
함경도 |
갔씸등, 갔습메. 갔씀능가 |
평안도 |
갔씀메까 |
황해도 |
갔씀나 |
경상도 |
갔능교, 가씻소 |
전라도 |
가아새라우 |
제주도 |
가수꽈, 가수니까 |
경기도 |
갔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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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도 사람 특유의 발음법
ㄱ발음 탈락-강화현상 |
목욕→모욕 올해→올개 |
홀소리에 콧소리 사용 |
강이→가이 가마니→가마이 종건(사람이름)→종거이 |
어두 구개음화 |
길→질 김치→짐치 힘→심 |
전설모음 (움라우트) |
잡히다→잽히다 벗기다→백기다 |
첫소리 경음화 |
가지→까지 갈치→깔치 |
ㄴ음 첨가 |
나중→난주 꾸지람→꾼지람 가지러니→간지로미 |
ㄹ음 유지 |
버드나무→버들나무 부살개→불살개 |
ㅂ음 활용 |
추워→추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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