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고등어가 유난히 맛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고소한 기름기도 차오른다. 그런데 고등어는 왜 가을에 유독 기름지고 맛이 있을까? 고등어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을 나고 봄철 산란을 준비하기 위해, 가을에 풍부한 먹이를 먹어 에너지를 몸속에 지방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고등어의 연간 지방 함량 변화를 추적한 한 연구에 따르면 고등어의 지방 함량은 계절에 따라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나는데, 9월에서 11월 사이에 최고치에 달했다. 이 시기의 고등어는 지방 함량이 높아지는 만큼, 고소한 풍미도 배가된다. 주목할 점은 이 기름이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이 주성분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에이코사펜타엔산(EPA)·도코사헥사엔사(DHA)로 대표되는 오메가-3 지방산이 다른 계절보다 훨씬 풍부해진다. 불포화지방은 혈액 속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줄여주고, EPA와 DHA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돕는다. DHA는 뇌와 신경조직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이기도 하여, 제철 고등어 섭취는 뇌혈관 건강과 인지 기능 유지에 두루 도움이 된다.
고등어가 시니어 밥상에서 더욱 반가운 이유는 혈관 건강과 근육 유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보기 드문 영양 식품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혈관은 탄력을 잃고 근육량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때 생고등어 100g당 20g씩 들어 있는 양질의 단백질과 10g 정도 들어있는 우수한 지방은 시니어의 근 손실을 막고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맛있고,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조리법에 신경 써야 한다. 자반고등어처럼 소금에 푹 절인 생선은 나트륨 함량이 높아 혈압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되도록 간을 싱겁게 조리하고, 무 양파 버섯 등 채소를 풍부하게 곁들여 조림이나 구이로 먹는 것이 좋다. 여기에 식사할 때 달걀 두부 콩 같은 단백질 반찬을 함께 곁들이면 노년기 근손실 예방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혈관은 늙어가고 근육은 줄어드는 나이, 올 가을에는 비싼 건강보조식품을 찾기보다 시장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고등어 한 마리를 골라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고등어 한 토막이 입맛을 돋우고 혈관과 근육을 지켜주는 가장 훌륭한 보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