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운동화는 신발장 안쪽으로 밀려난다. 그 자리를 쪼리와 슬리퍼가 차지한다. 발등으로 스치는 바람의 시원함은 여름의 작은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 가벼움이 발에게 늘 좋은 선물은 아니다.
사람은 두 발로 선다. 작은 발바닥 위에 온 체중을 얹고, 하루에도 수천 번 바닥을 디딘다. 걸을 때마다 지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발목과 무릎, 골반을 지나 허리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신발의 첫 번째 임무는 멋이 아니라 보호다. 발을 감싸고, 충격을 줄이고, 흔들리는 발목을 잡아 주는 일이 신발의 기본 역할이다.
문제는 여름 신발의 상당수가 이 기본에 약하다는 점이다. 얇은 슬리퍼는 발바닥의 아치를 받쳐 주기 어렵고, 충격을 흡수하는 힘도 부족하다. 뒤꿈치가 고정되지 않으면 걸을 때마다 발목이 좌우로 흔들린다. 처음에는 시원하고 편해 보이지만, 오래 걷거나 서 있으면 발바닥 통증과 종아리 피로, 발목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부산처럼 여름철 야외 활동이 많은 도시에서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해변 산책, 시장 나들이, 장거리 이동처럼 걷는 시간이 길어지는 날에는 신발 선택이 발 건강을 좌우한다. 잠깐 신는 슬리퍼와 오래 걷는 신발은 달라야 한다. 외출 시간이 길다면 쿠션이 있고, 발등이나 뒤꿈치를 잡아 주는 샌들 또는 운동화를 고르는 편이 좋다.
발 건강은 노후의 자립과도 연결된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오래 걷는 일이다. 내 발로 병원에 가고, 시장에 가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자유다. 그 자유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오늘 신는 신발, 오늘 걷는 습관, 오늘의 작은 운동이 쌓여 만들어진다.
하루 몇 분이면 충분하다. 먼저 벽을 가볍게 짚고 ‘까치발 들기’를 해 보자. 뒤꿈치를 천천히 들었다가 내리면 종아리와 아킬레스건 주변이 함께 자극된다. 다음은 ‘한 발 서기’다. 한쪽 발로 잠시 균형을 잡는 동안 발목 주변의 작은 근육들이 깨어난다. 무리하지 말고 흔들거림을 느껴 보자. 한 발로 서는 시간을 차츰 늘려보자.
발은 평생 우리 몸을 조용히 떠받쳐 온 동반자다. 여름이라는 이유로 너무 가볍게 대하지 말자. 시원함과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오래도록 제 발로 걷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