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장마철이 시작되면 식중독 위험이 커진다. 많은 사람은 상한 음식만 피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위험은 냉장고 안에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냉장고는 음식을 영원히 신선하게 보관하는 곳이 아니다. 음식이 상하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할 뿐이다. 냉장실 온도인 0~5℃에서도 일부 세균은 증식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게 되면서 내부 온도가 쉽게 변한다. 여기에 음식까지 가득 채워 놓으면 냉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보관 효가 떨어진다.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냉기 통로가 막혀 냉장고 안에서도 온도 차이가 생긴다. 일부 식품은 생각보다 빨리 변질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냉장고 용량의 70% 정도만 채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권한다. 적당히 채워진 식품은 냉기를 저장해 온도 변화를 줄여주고, 충분한 여유 공간은 냉기가 고르게 순환하도록 돕는다.
냉장 보관한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맛과 품질이 떨어진다. 채소는 수분이 빠져 아삭함을 잃고, 과일은 향과 풍미가 감소한다. 반찬 역시 처음 만들었을 때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음식은 상하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영양도 함께 줄어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냉동실도 예외는 아니다. 냉동은 세균 증식을 크게 억제하지만, 맛과 품질까지 지켜주지는 못한다. 오래 냉동한 고기는 수분이 빠져 퍽퍽해지고 육즙이 줄어든다. 생선은 지방이 산화되면서 풍미가 떨어지고 비린 맛이 강해질 수 있다. 만두나 떡, 빵도 식감이 변한다. 표면에 하얗게 성에가 끼는 ‘냉동 화상’은 품질 저하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다.
집 근처 가게와 시장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언제든 살 수 있다. 냉장고를 식품 창고처럼 사용하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만 사서 신선할 때 먹는 것이 건강에도, 음식의 맛에도 훨씬 유리하다.
오래된 반찬과 냉동식품을 정리하고, 냉장고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먹을 만큼만 구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건강한 여름은 냉장고를 채우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냉장고를 비우고 정리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냉장고는 음식의 시간을 멈추는 기계가 아니라 조금 늦추는 도구일 뿐이다. 신선한 음식이야말로 여름철 최고의 보약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