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은 현재 중앙로까지 바다였으나 이 해안 일대를 매축하여 시가지를 형성할 목적으로 1902년 7월 부산항 매축공사를 하여 중앙동 일원에 새로운 땅을 확보하고 ‘새마당’이라고 불렀다. 중구 동광동 백산기념관 부근 역시 아랫길을 기준으로 백산기념관 쪽은 육지, 중앙동쪽은 바다였다. 이러한 역사적 흔적은 중앙동 도시철도 4번 출구 앞 새마당 매축지 표시석과 40계단 문화거리와 백산기념관 아래 골목에 안내표지판을 통해 알 수 있다.
40계단 문화관 주변은 부산인쇄업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동광동 인쇄골목이다. 세탁소 건물 벽엔 종이, 펜, 붓 등 인쇄골목을 표현하는 물건들이 그려져 있고 인과 쇄가 노리개와 화병의 무늬로 등장한다. 발자국엔 골을 써넣어 이곳이 인쇄골임을 말해주고 있다. 예전엔 이곳이 인쇄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러워 귀를 막고 지나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 때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동광동 인쇄골목은 부산의 역사를 말해주는 유명한 곳이다.
용두산공영주차장 뒤편이 동광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라는 것은 근처에 살던 사람들 외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용두산공원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뾰쪽한 탑이 하나 서 있고, 그 탑에 이곳이 옛 동광초등학교 자리였음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에 있는 학훈 등이 적힌 조형물도 온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몇 개 보인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던 반공소년 이승복상도 있다. 1921년 9월 1일 소학교로 개교하여 해방 이후인 1946년 동광국민학교로 개칭되어 운영되어 오던 중 학생 수가 감소하여 1998년 2월 제 53회 졸업식을 끝으로 인근의 남일초등학교와 통합되었다.
남포동 biff 광장에서 자갈치 방향에 부산에서 최초인 194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 2동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 청풍장이 왼쪽 소화장이 보다 몇 년 먼저 지어졌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낡고 볼품없는 것이 오십보백보다. 그러나 부산이 임시수도였을 때는 국회의원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몇 가구만 거주하고 있을 뿐이며, 1층은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벽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색 마저 바래서 을씨년스럽지만 부산 최초의 아파트라는 말에 카메라 셔트를 눌러대자 무슨 일이라도 났냐고 가던 길을 멈추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부산 최초로 1941년에 지어진 아파트 청풍장)
찾아보면 역사적 유물과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 40계단이 지금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 용두산공원이 있는 용두산이 옛날엔 소나무가 많아서 송현산이라 불렸다는 것, 용두산공원 오르는 길에 초량왜관 최고 책임자 공관이 있던 관수가(館守家)가 있었다는 것,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집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이런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린 이야기를 찾아내고 알리는 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픈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며, 이를 교훈 삼아 더욱 강건하고, 굳건한 나라로 우뚝 서는데 훌륭한 거름이 될 것이다. 몰라서 못 간 곳이 있다면 가족은 자녀 손잡고,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역사 속 부산을 찾아가 보자.
(몇 번의 개보수를 거쳐 완전한 일제강점기 집은 아니지만 이런 집들이 중앙동 동광동 주변에 많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