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세기의 대국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대국의 결과 못지않게 인공지능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하였던 개념인 인공지능은 그 역사가 19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워런 매컬러 교수와 월터 피츠는 ‘신경활동에 내재한 개념들의 논리적 계산’이라는 논문을 통해 인공신경망을 개념화하였다. 이후 1956년 영국 다트머스의 워크숍에서 AI(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가 등장한 후, 2000년대부터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달에 힘입어 인공지능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이미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고 있다.

부산진구 황령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하늘에 안개와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청명한 하늘이 펼쳐지고 있다. 국제신문 DB.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세계적인 기술 혁신의 흐름은 기상 분야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기상은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활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분야다. 수십 년간 쌓아온 방대한 기상관측자료와 수치모델자료는 그야말로 고품질의 빅데이터이자 인공지능 학습데이터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포캐스트넷’, 구글 딥마인드의 ‘그래프캐스트’, MS의 ‘클라이맥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기상자료를 분석하고 날씨를 예측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기상청도 기상예보와 관측, 기후변화 시나리오 예측 등 많은 부분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부산지방기상청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CCTV 안개 탐지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일반적으로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는 최대거리를 시정이라고 하며, 시정이 1km 미만인 경우를 안개라고 말한다. 보통 자동으로 안개를 관측할 때는 시정계라는 기상관측장비를 이용한다. 시정계는 빛의 산란 원리를 이용해 대기의 탁도를 측정하는데, 수평 방향의 시정을 숫자로 제공하며 정확도가 높다. 그러나 장비 가격이 비싸고 설치 환경의 제약이 많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상청은 지자체가 설치하여 운영 중인 다목적 CCTV의 실시간 영상을 인공지능 객체 탐지 기술로 안개를 탐지하는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인공지능 객체 탐지 기술은 최근 자율주행이나 다양한 카메라 촬영 애플리케이션 등에 활용되고 있는 영상분석 알고리즘이다. 안개 탐지 서비스는 수많은 CCTV 영상을 사람이 하나하나 분석하여 안개를 감시하는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고, 영상 내 목표물까지의 가시거리를 분석하여 표출함으로써 신속한 안개 탐지와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2021부터 2년간 통영시와 협업하여 본 서비스를 개발하였으며, 개발이 완료된 지난해 12월 통영시에 기술을 이전하여 현재 해상방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는 서비스 기능을 개선하고 다른 기관들로 서비스를 확산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 중이다.

그동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실험실을 넘어 우리의 생활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편리함과 혁신을 제공해 왔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져 더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뿐만 아니라 의료, 금융과 같은 보다 미세하고 정교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기상청은 가속화되는 인공지능 발전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예보와 관측정보 등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맞춘 수요자 중심의 우수한 기상정보를 제공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